[기자칼럼]
지역 언론의 최근 여수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정기명 현 시장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여수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위기감입니다.
현역 시장 지지 10%대 ‘이례적’
지역 언론이 최근 발표한 여수시장 후보군 여론조사 결과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4일과 5일 각각 KBS 광주와 KBC 광주방송이 발표한 여수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 기간이나 조사 방법 등은 달랐지만, 단연 정치권의 이목을 끈 건 정기명 현 시장에 대한 후보 선호도와 시정 운영 평가였습니다.
KBS 광주방송 여론조사에서 정 시장 선호도는 14%, 이튿날 나온 KBC 광주방송 여론조사에서는 12.4%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정 시장은 두 여론조사에서 김영규 전 여수시의회 의장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습니다.
부동층 비율이 많게는 40%에 달했다고 해도,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시장에 대한 선호도나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정 시장은 KBS 광주방송 여론조사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잘못했다’가 54%, ‘잘했다’가 31%로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어느 쪽도 아니다 4%, 모름/응답 거절 11%로 집계됐습니다. (한국갤럽 전화 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9.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KBC 광주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전반적인 시정 운영에 대해 △잘함 29.5%(매우 잘함 10.0%, 잘함 19.5%) △잘못함 59.8%(잘못함 26.1%, 매우 잘못함 33.7%)로 부정 평가가 2배 넘게 높았습니다. (리서치뷰 ARS 자동응답 조사 응답률 6.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시민 자부심 좀 높여주세요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까지는 정치의 속성상 많은 변수가 남아있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드러난 여수시민들의 여론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만 놓고 봤을 때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한 결과여서 자못 흥미롭다 못해 충격적입니다. 일부에선 그나마 현직이어서 노출이 잦아 이만큼의 결과라도 얻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옵니다.
현직 시장이 다른 후보에게 사실상 밀리고 있다는 현실은 뼈아픕니다. 다른 후보가 출중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시정 운영을 못 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 시장이 그동안 잘했다면 선호도나 시정 운영에 후한 점수를 줬겠지요. 그래도 내심 20%는 거뜬히 넘을 줄 알았는데 여수시민으로 한 사람으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정기명 시장의 지지나 시정 운영 평가는 두 언론이 진행한 광주·전남 지자체 여론조사 결과 현역 중 강기정 광주시장 외에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정 시장 개인의 굴욕을 넘어 여수시민에게도 굴욕스러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시민의 손으로 뽑은 도시 수장에 대한 자부심을 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정 시장은 여수시민이 선택했습니다. 시장이 잘해야 여수시민의 삶의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시장이 잘하면 시민 자부심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여수시민도 이제는 일 잘하는 시장, 재선하는 시장을 보유하고 싶습니다.
민주당·정 시장, 일말의 염치와 책임을
현역 시장이 낮은 지지와 시정 운영에 부정 평가가 많은 것은 변화와 혁신의 지도력을 찾기 위한 가능성을 최대한 넓혀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특정 인물이, 특정 세력이 득세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가 객관성 부족 등으로 혹세무민한다는 시각도 있고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이나 진실 그 자체는 아닙니다. 유권자들도 여론조사라 해서 여과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정 시장도 여론조사를 애써 무시할 수 있겠지만, 후보들에 여론조사는 시민들의 여론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정 시장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정 시장은 2022년 6월 1일 제8대 여수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72.2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민주당과 정 시장은 일말의 염치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시중에는 정 시장이 ‘사람 좋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장점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많습니다.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한 게 뭐가 있느냐’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려면 정 시장이 자신이 답을 내놔야 합니다. ‘일하는 시장, 성과 내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직 프리미엄으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효용성 있는 정책 경쟁을 어떻게 펼치느냐,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부정적 평가를 상쇄시킬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을 보여줘야 다음 선거에서 표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정 시장의 시정 운영 스타일과 성과 측면에서만 보면 불과 몇 개월 남은 기간에 시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난망한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 시장은 공식 석상에서 조는 모습을 자주 보여 시민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마저 사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일을 잘해 칭찬받는 시장이라면 그 정도는 받아줄 마음이 넉넉한 여수시민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그러지 말라고 지적하는 언론을, 여수시민을 옹졸하게 만듭니까.
‘일 잘하는’ 대통령이 불러온 변화, 여수는?
여수시장 출마 예정자가 10명 넘게 거론되는 것은 현직 시장의 낮은 지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시정 운영이면 나도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시장의 깜냥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 능력을 상실한 후보도 일부 보입니다. 문제는 인물은 많은데 시민의 근심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실력을 갖춘 후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선거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도 행사장 열심히 쫓아다니는 선거운동 방식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요.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행사장 다니고, 물론 자신을 알릴 하나의 방안일 수 있습니다.
후보자들을 바라보는 여수 유권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후보자들이 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재명 대통령이 불러온 변화라고 봅니다. 일하고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들이 여수 비전은 물론 대통령처럼 당선 후 준비 과정 없어도 곧바로 정책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처럼 업무 파악하고 준비하는데 임기 대부분을 보내야 쓰겠습니까.
후보자 간의 이합집산이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여수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위기감입니다.
차기 여수시장 선거는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여수는 ‘일할 시장, 일 잘하는 시장’이 절실합니다.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 위기를 타개할 인물이 필요합니다. 시민들도 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현역을 포함해 일할 생각이 없거나 능력이 안 되는 후보는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여수를 더 망가뜨릴 작정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