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천사벽화골목과 해양공원 인근 주민들이 밀려드는 관광객 등으로 인해 생활의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 ‘골목의 벽화를 다 지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 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경 여수 돌산대교와 해상케이블카 인근 도로에 밀려드는 차량들 때문에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 ⓒ 독자 제공

‘관광이 주민을 죽인다’ 관광객들 때문에 세계 유명 도시 몸살

최근 언론을 통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코틀랜드의 스카이 섬, 프랑스의 카르농 해변 같은 세계 주요 관광도시와 섬이 넘쳐나는 관광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이슈가 됐다. 이들 지역은 관광객이 거리와 상점을 점령하고 집값까지 폭등하면서 도시를 떠나는 주민들이 느는 공통점이 있다. 주민들은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며 ‘관광이 주민을 죽인다’, ‘여행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관광 반대 문구 등을 벽면에 쓰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여수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어나는 관광객들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수시민협이 최근 시민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교통정체 등 생활불편이 늘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75.4%를 차지했고, ‘소음이나 쓰레기 등으로 생활환경이 나빠졌다‘는 의견도 61.5%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58.2%는 ‘관광객 증가가 여수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도 59.5%로 조사됐다.

▲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 전경. ⓒ 심선오 기자

원도심 도시재생과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벽화마을과 종화동 해양공원 일대가 관광자원화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가면서 높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최근 도시 재생 사업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다 관광객의 지나친 유입으로 지역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위협받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도 더해지면서 거주민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원주민들의 정주권 보호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화되다(Touristify)’와 월세·임대료 급등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둥지 내몰림(Gentrification)’이란 영문 단어의 합성어다.

여수시청은 이달 관광정책 개발에 활용할 ‘SK텔레콤 빅 데이터를 활용한 관광객 유입현황 연구 조사용역’과 ‘여수관광의 현 주소 및 미래 관광정책 발전 방향 연구용역’을 발주해 올해 안에 용역 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시청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관광수요가 숙박업·음식업·관광사업체에 미치는 경제효과와 시민의 교통 불편 등 정주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용역을 한다한들 대책 마련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 여수 천사벽화골목. ⓒ 마재일 기자

여수 벽화마을 주민들, “골목의 벽화를 다 지우고 싶은 심정”

벽화마을과 낭만포차가 있는 여수시 고소동과 중앙동, 종화동 주민들이 주차난과 소음, 교통체증 등으로 불만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진남관부터 고소동 언덕을 지나 해양공원까지 1004m 거리에 그려져 있는 천사벽화마을은 주변에 진남관, 대첩비각 등의 유적·유물과 이순신광장, 해양공원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오래된 항구도시 고지대에 있어 아름다운 여수의 쪽빛 바다와 붉은빛 일몰을 관람할 수 있는 전망지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야경이 아름다운 밤바다를 볼 수 있고 운동과 산책 등 휴식공간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종화동 해양공원에는 낭만포차와 카페, 숙박시설, 음식점 등이 들어서면서 일약 뜨는 곳이 됐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원주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당하거나 주차난, 소음, 쓰레기,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등 수년째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여수시청은 주거지역 관광 명소에 따른 주민피해 실태조사 등 대책 마련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이에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벽화와 밤바다 야경이 관광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볼거리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됐는지,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수시청은 이곳이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고 관광 명소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기자가 만난 주민들은 한때 벽화로 인해 새롭게 변해가는 마을이 자랑스럽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 여수 천사벽화골목 빈집의 쓰레기. ⓒ 마재일 기자
▲ LG화학이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에 기증한 ‘천사 전망대’ 아래에 쓰레기가 널려 있다. ⓒ 마재일 기자

소음은 물론 쓰레기 투기, 흡연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민들은 골목 곳곳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컵, 음료수 캔 등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 A씨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야기 소리가 집에까지 들려 시끄럽다”며 “그래도 한번 주의를 주면 조용히 하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매번 주의를 주기에도 지치고 그냥 참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여름밤에는 골목 쉼터에서 젊은이들이 왁자지껄 술을 마신다.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깨진 술병에, 담배꽁초에, 구토물까지 골목이 난장판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벽화골목이 여수시청과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주민들은 이제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목의 벽화를 다 지우고 싶은 심정인데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참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좀도둑까지 생겨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에게 이곳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계도가 요구된다. 벽화골목 초입에는 ‘주민들 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늦은 시간에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삼가해 달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며 불편을 호소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동안 행정은 성과와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데 급급했다. 중간 점검이나 사후 평가, 주민들의 생활 불편 등의 연구와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2014년부터 도시재생 시민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도 의문이다.

▲ ▲ 천사벽화골목 초입에 ‘주민들 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늦은 시간에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삼가해 달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다. ⓒ 마재일 기자

이미 다른 지자체의 벽화사업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 충분히 예견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는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붙고, 서울 종로구 이화동은 주민이 벽화를 지워버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화동 주민 5명은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낙서를 개선해달라는 민원을 구청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수차례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그림을 훼손했다. 벽화마을의 시초로 알려진 통영 동피랑의 경우도 과거 생활불편을 참다못한 주민이 벽화에 페인트를 뿌려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

주민들은 특히 벽화를 보러온 관광객들의 차량과 골목 곳곳에 생겨난 카페, 해양공원에 상가와 낭만포차 등이 생겨나면서 주차할 곳이 없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여수시청의 주차 행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C씨는 “해양공원 일대 도로가 요즘처럼 복잡하지 않을 때에는 대로변에 주차를 해왔다. 그런데 일부 구간을 유료화하면서 주민들한테 제대로 된 설명이나 동의 한번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해놓고 따르라는 식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 전용 주차제와 노상 주차제 시행,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정작 주민들은 주차할 곳이 없다. 관광객과 상인들의 편의가 우선이냐,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 해소가 우선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명절이나 여름휴가, 주말에 친척이나 형제들이 주차할 곳이 없어 집엘 오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오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며 “자식들이 오면 부모는 이것저것 싸 주는데 이마저도 들고 갈 수 없을 정도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해양공원 도로변 인근에 산다는 그는 “부모님이 잠깐 왔다 가라고 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가기가 꺼려진다. 특히 저녁에는 엄두를 내지 못 한다”고 했다. 그는 “어쩌다 대로변에 주차를 하면 상가에서 왜 여기다 차를 하느냐고 핀잔을 준다”며 “왜 우리가 이런 불편을 겪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지난 12일 오전 5시 24분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에서 취객들이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있다. ⓒ 마재일 기자

낭만포차 등 혼잡한 해양공원, 주차난·소음·쓰레기 등 불편
벽화골목·해양공원 개발 “지역 유지와 자본가들 잔치 전락”

주민들은 벽화뿐만 아니라 해양공원 일대의 무질서, 폭죽 소리와 화약 냄새, 음식 냄새와 담배연기, 고성방가로 인한 소음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주민 D씨는 “최근에서야 단속이 강화되니까 폭죽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폭죽 터뜨리는 소리와 화약 냄새가 마을로 날아와 여름에는 문을 못 열 정도였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여기에 담배냄새에다, 새벽까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못 잘 지경이어서 주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주민들은 낭만포차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이른 아침에 해양공원에 산책을 나간다는 주민 E씨는 “시민들이 쓰레기로 엉망인 벤치를 지나가면서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다들 혀를 찬다고 전했다. 때론 취객들간 싸움도 벌어진다고 했다. 그는 “젊은 취객들하고 시비 붙을까봐 공원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공원이 시민들 휴식 공간이지 술 마시는 공간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도 단속 인력이 퇴근한 후 밤늦은 시간에는 공원이 무법천지로 변한다. 공원이 전쟁터지 더 이상 휴식 공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 F씨는 여수시청이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종포밤빛누리 조형물에 대해 “시민들 쉬라고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그런데 술 테이블이 됐고, 비오는 날에도 술을 마시라고 비가리개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7일과 12일, 15일 사흘간 오전 5시부터 해양공원을 둘러본 결과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으며, 취객들이 삼삼오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사실상 무법천지였다.

▲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쓰레기. ⓒ 마재일 기자

그는 이어 “시장이 주민들의 불편을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 동네 주민들이 포차를 없애거나 이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안 찍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포차를 한 곳으로 몰아도 되지 않나. 세상에 인도에다 술집을 차려주는 행정이 어디 있냐. 정말 현재 위치는 아닌 것 같다. 이건 분명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청은 지난해 낭만포차가 무질서로 낭만은 없고 술판만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수렴, 주변 주차난과 흡연 등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지만 일대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불편·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또 해양공원 대로변에 우후죽순 들어선 상가 건물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한 상가 건물의 경우 지어질 당시 4층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5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확 트인 바다를 집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건물이 전경을 가로 막고 있다.

▲ 고소동에서 바라본 해양공원 앞 바다 전경. 상가 건물에 막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 마재일 기자
▲ 고소동에서 바라본 해양공원 앞 바다 전경. ⓒ 마재일 기자

주민 20명은 지난 2015년 6월 천사벽화골목의 무분별한 건축물을 규제해 달라며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증축 건물이 뒷집과의 거리가 50cm안팎에 불과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바다 풍경을 막아 조망권과 일조권을 해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증축 건물이 자연경관 따위는 무시하고 주민과의 소통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벽화마을 내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20~40년 거주하고 있으며 집 창문을 열면 펼쳐진 여수의 바다와 돌산대교의 아름다운 모습 등의 풍경을 감상하며 새롭게 변해가는 벽화마을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벽화마을 내 건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상업적인 모습으로 변해가 이는 여수의 심장이 서서히 멈춰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수시청은 뒤늦게 지난 4월 ‘여수밤바다’ 주변의 경관관리계획 수립을 통해 수변·시가지경관지구, 최고고도지구를 지정했다. 이어 지난달 종포해양공원 일원의 체계적·계획적인 개발을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건축물 배치 및 색채계획 등을 법제화해 통합 관리하는 내용의 ‘해양경관권역 지구단위계획수립용역’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이날 주민들은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것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주민들한테 피해는 안 줘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주민 G씨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하물며 동네 경로당에 음료수라도 한 번 사 준적이 있나. 자기들 돈 벌이에 인근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끄럽다고 항의하면 되레 큰소리를 쳐 어이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동네에 청년회 등 단체가 없고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순진한 주민들만 아무런 이득도 없이 마냥 참고 살고 있다”며 “벽화골목과 해양공원 개발이 목소리 크고 힘깨나 있는 일부 지역 유지와 자본가들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 여수 천사벽화골목. ⓒ 마재일 기자

주민들 “성과 홍보보다 주민 불편 해소 우선”

골목에 벽화가 조성된 지 수년이 지났고 해양공원 일대가 개발되면서 땅값·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원주민들의 현실적 소득이 없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발이 지역 고유성을 살린 자생형 생태계 구축이 우선돼야 하지만 원주민들은 배제된 채 자본을 갖춘 지역 유지와 외지인들 잔치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동안의 벽화사업이 주민 대다수보다는 관광객과 행정, 이해 관계자들의 만족과 이득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 벽화사업을 단순히 물리적 재생으로 바라본 결과이며, 겉만 화려하고 내실은 부족한 여수시청의 도시재생·관광 정책의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벽화로 인해 마을 활성화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다. 행정의 치적 성과 홍보에 주민들의 불편은 묻혔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고용 증대나 따지고 보면 재산 가치가 크게 향상된 것도 아니다”며 “되레 불편만 가중되면서 주거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동 주민 H씨는 “으리으리한 상가와 낭만포차가 들어서 북적북적하지만 원주민들한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땅값·집값이 올랐다고 부러워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주민들이 집을 팔지 않는 것은 맞지만 재산 가치가 낮아 팔아도 갈 마땅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보상금을 받고 나가 봐야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힘들고 생계를 꾸리기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해양공원 일대의 땅값은 1㎡에 1000~1500만 원, 상가 임대료도 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 불편 해소 조치는 물론 주민이 공감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공간 조성, 공동체 활동, 일자리 창출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 여수 천사벽화골목. ⓒ 마재일 기자

수익·혜택 환원되는 복지사업 추진 절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은 성공적인 도시재생형 모델로 손꼽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에서는 카페, 맛집, 관광기념품 판매점 등 9개소를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의 집수리, 경로잔치, 장학금 지급 등으로 환원하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주민 갈등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피해를 당하는 주민복지를 먼저 고려해 주민협의회를 관광 수익이 환원되는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면서 갈등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주민협의회 산하 6개 사업단 중 민박사업단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빨래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노인 인구 비율이 부산시 전체 13% 정도 보다 두 배가량 많은 25% 정도이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춰 이불 빨래 등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는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의 사례처럼 여수지역 벽화마을도 생활의 불편함을 겪게 된 주민들에게 재생사업으로 인한 수익과 혜택이 환원되는 복지사업 추진도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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