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이런 저런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관계자들에게 “자료를 달라”고 해도 “줄 수가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그 경우다. “자료 안 주면 소설 쓴다!!”고 협박을 해도 “그래도 줄 수가 없다”고 버틴다.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신문사에 수사권이 있다면 압수수색이라도 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수사는 웅천생태터널이다. 얼마 전 토목건설업자 한 사람이 “나에게 40억원만 주면 내가 저 공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담 삼아 하는 거짓말일 것이다. 92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를 어떻게 40억원에 하겠다는 말인가. 그런데 만약 50억원이라는 공사금액을 제시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건설업을 하고 있는 3명의 지인들에게 “50억원에 웅천생태터널공사를 주면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3명 모두 “OK"였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도 믿을 수 없다. 92억원의 공사인데. 그래서 공사비를 6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건설업자들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웅천터널은 단순한 토목공사이기 때문에 60억원이면 건설업자들이 서로 하겠다고 덤벼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또 궁금증이 도졌다. 그 말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60억원이면 서로 하겠다는 공사에 수의계약으로 92억원의 가격표가 매겨졌다는 말인데 나머지 차액 30여억원은 어디 갔을까.

세상사를 삐딱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언론인의 직업적 습성이다. 고개가 갸웃거리는 사업에 대해서 요모조모 따지는 것도 언론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물론 92억원이라는 돈이 제대로 사용됐겠지만 신문사에 수사권이 있다면 터널공사 관련 납품업자나 공사업자가 혹시 수억원의 돈세탁은 하지 않았는지, 사업자의 통장에서 뭉텅이 돈이 빠져 나간 정황은 없는지 조사해 보고 싶다.

굳이 안 해도 될 공사를 스티로폼 6천여개나 집어넣어가면서, 거기에 시민들에게 욕은 욕대로 얻어먹어 가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를 밝혀보고 싶다. 아무리 최신 기법을 사용해도 검은돈에 남아 있는 흔적까지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해 보고 싶은 곳이 또 있다. 웅천 인공해수욕장의 주차장과 근린생활시설 및 녹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여수시가 매매계약을 해지한 두필지의 용지에 대해서다.
이미 매각대금의 80%까지 받았던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171억원의 매매대금 중 기 납입된 137억원을 아파트 업체측에 되돌려 준 내용이다.
업체측과 계약을 해지하고 벌써 1년이 훨씬 지났지만 해지한 그 땅은 현재 아무 일도 없이 원래모습 그대로인 상태다. 주차장을 만든 것도 아니고, 녹지를 만든 것도 아니다.

여수시가 서둘러 해약하지 않았으면 원금은 둘째치고, 1년에 그 이자만 7억원에 가까운 이득을 봤을 금액이다.
계산대로라면 여수시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7억원의 손해를 봤고, 아파트 업자는 가만히 앉아서 7억에 가까운 이익을 봤다. 그 땅이 내 땅이고, 내 돈 같았으면 그렇게 쉽게 땅 매매계약을 해지해 줬을까. 무려 171억원인데.

웅천에 분양되지 않은 땅이 그리도 많은데 누가, 왜, 무엇이 급해서 서둘러 매매계약을 위약금도 없이 해지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다.
400억원이 들어간다는 야간경관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다. 내부를 들여다 본 전문가조차도 “이 사업을 어떻게든 막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400억원에 가까운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면 시민들에게 사업의 모든 것을 당당하게 공개해야 그것이 정상적인 행정이고, 정상적인 도시다. 그런데 시민들의 혈세를 쓰면서 사업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공개하지 못한 그 연유를 조사해 보고 싶다. 공개해 주면 조목조목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그 다음에 또 있다. 여수시가 올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한 6,900억원이 넘는 ‘조기집행 중점관리 대상사업 내역’이다.
여수시가 몇백만원에서 몇십억에 이르는 수많은 사업들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그 사업내용은 보여 줄 수 없다고 한다. 참 이상한 도시도 다 있다. 그러다보니 무성한 ‘설’들만 요란하다. 시의원이 뒷구멍으로 공사에 개입하고 다닌다느니, 누구의 측근이 수의계약으로 다 해먹는다느니 하는 듣기 민망한 말들만 요란하다.

국솥의 국물이 어느만큼 짠지 알고 싶을 때, 솥 안의 국을 다 마셔볼 필요는 없다. 한 국자만 떠서 맛을 보면 대충 국 전체의 짠맛 정도를 알 수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플라이셔의 고백이 생각난다. “고약한 냄새를 세상의 그 어떤 향기보다 감미롭게 느끼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의심가는 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언론의 특성이 없다면 국가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지역의 민주주의도 없다.

지역에서 이러한 의혹이 일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의혹을 사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해도 끝까지 보여주지 않으면, 시민들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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