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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개천의 용 찾기
발행인 박완규  |  pawg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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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5  15: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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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규 동부매일 발행인.
요즘 심심찮게 중매를 섭니다. 오지랖이 넓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습니다. 부지런히 씨는 뿌리는데 결실을 언제쯤 보게 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합니다.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한 곳에서는 싹이 나지 않고 ‘글쎄...’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곳에서는 싹이 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사람만 좋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건이 대충은 맞아야 하고, 나이도 맞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아들 가진 부모와 딸 가진 부모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엊그제 만난 어느 딸 가진 어머니가 속마음을 살짝 보여주며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위될 사람이 가급적이면 개천에서 용이 된 사윗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이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자신의 남편 예를 들었습니다. 남편이 나름 개천의 용인데, 개천에서 난 용과 평생을 살아보니 삶에 여유가 없고, 뭐든지 아까워하고, 가정보다 직장이나 일이 우선이어서 그동안 자신이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사윗감은 남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보다는 그냥 원만한 집안에서 자란 원만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사위가 가정적이지 않겠냐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듣고 보니 틀린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그런 사윗감을 만나기가 쉬운 일이겠습니까. 사윗감이 개천의 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부모에게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개천의 용이 많았는데 요즘은 개천의 용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라고.

예전에는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도 저 하나 똑똑하면 좋은 대학에 가서 출세도 하고, 가끔은 동네 어귀에 누구 집 아들이 출세했다며 플래카드도 붙고 했지만 지금은 어림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태어나면서 대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있는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값비싼 선행학습을 받습니다. 선행학습이 뛰어나면 같은 지능을 갖고 있더라도 학교 성적이 뛰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실력은 고스란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 성적이라는 것은 한번 뒤처지면 좀처럼 따라잡기도 어렵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역전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통계를 보니 중학생 중에서 과학고와 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의 매달 사교육비로 100만 원 이상 지출하는 아이가 절반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었습니다. 일부는 2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아이도 많았습니다. 그 금액을 서민 입장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있는 집에서는 그 돈을 예사로 씁니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해외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하면서 스펙 쌓기에 매진하는데, 어떤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스펙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누가 취직 경쟁에서 이길 것인지는 너무나 답이 뻔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개천에서 태어났습니다. 대부분이 가난하게 살았고 그래서 과외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우리들은 그야말로 용을 쓰며 살았습니다.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써가면서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월화수목 금금금 하면서 가정보다는 직장이 우선이었고 휴가 반납도 예사로 알고 살았습니다. 놀고 싶어도 그 시간에 일을 해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엊그제 만난 어느 어머니의 말처럼 삶에 여유가 없고, 뭐든 아까워하고,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한 때는 이러한 용들이 사회에서 대접받고 우대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싫다고 합니다. 쩨쩨하다고.

가난한 시절을 보낸 우리는 이렇다 할 끈도 없었고 빽도 없었습니다. 오직 악으로 깡으로 험난한 세월을 살아야 했습니다. 부모를 봉양해야 했고, 가족을 건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해야 할 이유보다 안하면 안 되는 이유가 더 많았습니다.

누구는 돈이 된다는 이유로 총알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에도 참여했고, 누구는 열사의 나라인 중동에도 갔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온 세대입니다.

지금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천에서 태어나 힘들게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입니다. 축하할 일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힘들게 용이 된 사람들이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준 개천에 대해서는 조금도 애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길러준 개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고, 자신과 같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후배 용에게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용이 된 이후에는 오직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행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성공한 개천의 용이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란 말입니까.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러든지 말든지 제 밥그릇을 지킨다며 국회에서 당파싸움이나 하고 있는 용들을 보고서 우리가 그들에게 존경을 바칠 까닭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개천에서 용이 되어 보겠다며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오직 자기 집 자식만 특별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며 이리저리 정책을 뜯어고치고 제도를 바꾸는 용들에게 우리가 사랑과 존경을 보낼 까닭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옛날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기에 내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용이 된 지도자일수록 서민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정서적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최소한 서민이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고프고, 어디가 힘든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용들은 몰라도 최소한 개천에서 태어난 용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용이 되어서도 자신이 태어난 개천과 후배 용들을 위해 애가 터지는 용이 어디에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그러한 용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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