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사회복지법인 베타니아 원장


지난 17일 제헌절 날, 여수시 장애인연합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하여 “2009년 여수시장애인복지의 발전방향과 정책토론회”가 장애인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장마철이라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대강당은 자리가 부족했고,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부터 각 영역의 장애인들, 장애인복지 관련자, 여수시 공무원, 시민단체와 관심있는 분들이 예정시간 보다 1시간을 초과한 3시간동안의 토론회에 자리를 함께하여 그 열의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행사였다.

뿐만 아니라 발표하신 분들이 모두 언급할 정도로 장애인엽합회가 구성되어 장애인복지의 미래방향과 정책들을 장애인 당사자, 시민단체, 지자체가 함께 모여 토론하는 자리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는 일이고, 큰 의미가 있는 행사라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행사에 유감인 이유는 지역사회복지 향상과 사회통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에 관한 토론회에 지역 신문과 방송들은 아무런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았고, 행사장에는 기자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수시장애인연합회에서 이미 지난 15일에 여수시 지역사회 언론매체, 영향력 있는 모든 기관, 단체, 개인 등 500여개소에 보도자료를 발송하였기에 지역사회 언론매체의 무관심과 무성의를 더 크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언론 매체(매스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일까?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주인인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최우선일까?

필자는 언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소중한 가치나 이념이 무엇이고, 먼저여야 하는 가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오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몇 개월전에, 모 공단기업체에서 저희 시설 장애아동들에게 필요한 300만원상당의 특수기자재를 기증한 아름다운 행사가 있었다. 저희 시설은 ‘00어린이집’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기에 지역사회의 관심이나 물품기증은 모처럼의 큰 사건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전달식에서는 모 TV방송국의 카메라 2대가 분주히 녹화를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일 날 밤과 다음날 아침 TV뉴스 시간에 짧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 행사(아니 모기업체의 전달식)을 방영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일이기에 기뻐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씁쓸하고 슬펐던 기억이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필자는 왠지 그 전달식의 적극적인 보도와 이번 토론회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이 계속 오버랩되면서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음은 무슨 이유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뭔가 우선순위나 가치관이 바뀌었다면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제자리를 찾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고, 부족한 것을 부족하다고, 넘치는 것을 넘친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 사회가 더 두려운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나 패널들 모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던 ‘장애 인식개선 문제’, 이 장애 인식개선 없이는 모든 장애인복지 정책이나 제도들이 구두선에 불과하고, 장애 인식개선 없이는 사회통합과 모든 계층 간의 인권 존중과 평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장애 인식개선은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시작이고 출발점이라는데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편한 도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도시는 노약자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편한 도시이고 차별받지 않는 도시, 즉 유니버셜 도시가 되는 지름길임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하자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꽃과 빛의 유니버셜 도시 여수, 2012 세계박람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본다. 우리 지역사회의 언론매체들이 앞장서서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홍보와 안내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장애인식 개선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 여론과 시민의식의 선도 기관으로써의 매스미디어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계기가 되기를 장애인복지계와 시민들이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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