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가 26억을 들여 복원해 건조한 전라좌수영 거북선의 모습.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 전시중인 실물 크기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내부에 빗물이 새면서 부실 건조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시가 2012년 8월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전라좌수영 거북선 제작 복원사업’으로 건조한 이 거북선은 건립 당시 해상에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어선들의 정박지 문제 등의 이유로 현재 육상에 전시되고 있다.

2층 돌격선 구조로 설계된 이 거북선은 전장 35.3m, 선체 26.24m, 폭 10.62m로 총 177t 규모의 실물 크기다. 사업비 26억 원(국비 13억 원, 시비 13억 원)이 들어갔다.

전통한선 제작기법으로 제작된 이 거북선은 2009년 11월 착수해 2011년 거북선 고증 조사와 기본계획 학술용역, 자문회의를 거친 후 중소조선연구원이 기본·실시설계, 2012년 8월부터 목포 소재 청해진 선박 연구소가 제작을 맡았으며 2014년 2월에 완성됐다.

▲ 26억을 들여 건조한 거북선 내부에서 양동이로 빗물을 받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제공)

그러나 선체 내부에 비가 새는 등 부실 건조 논란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24일 <오마이뉴스>는 ‘빗물이 줄줄줄..구멍 뚫린 여수 거북선’ 제목으로 비가 새는 거북선의 실태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층 거북선 안에 군데군데 양동이 6개 정도가 놓여 있었다. 빗물이 천정을 타고 흘러내려 거북선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물받이였다. 선체 지하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었으며 곰팡이도 피었다. 거북선 내부에 관리원이 근무 중인 사무실에는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비닐로 틈새를 막아 놓기도 했다.

▲ 26억을 들여 건조한 거북선 내부에 빗물이 고여 곰팡이가 피었다.(사진=오마이뉴스 제공)

이곳 관리원은 “비가 오면 물을 받아내는 것이 일이다”면서 “물이 새는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거북선 생긴지 2년이 넘었는데, 처음부터 물이 샜다”고도 했다. 이 거북선은 작년에도 비가 조금씩 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처음부터 물이 샜다’는 관리원의 말에 대해 여수시는 “이 관리원은 지난해 1월부터 근무를 했는데 2년 전부터 물이 샜다고 말한 것은 맞지 않다. 처음부터 물이 샜다면 이미 보수를 했을 것이다”며 “목재로 만들다보니 비가 샌 것 같다”고 해명했다. 여수시는 최근 제1차 추경에서 예산 1500만원을 확보하고 조만간 보수할 예정이다.

▲ 26억을 들여 건조한 거북선 내부 지하에도 빗물이 고여 바닥이 흥건히 젖었다.(사진=오마이뉴스 제공)

<오마이뉴스> 기사는 24일 검색 포털 서비스 ‘다음’ 톱뉴스에 게재돼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26억 원을 투입하고 개관하기도 전에 물이 줄줄 샐 정도로 혈세도 줄줄 샌다” “제발~~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여수엑스포 포함해서 이런 게 전국적으로 한 두건인가?? 모든 정책에 실명제와 평가 점수를 매겨서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개인 살림이라면 이런 식으로 낭비는 안 하겠지~!” “이순신 장군님 죄송합니다” “몇 십억을 투자했는데 부실 공사가 말이 되냐. 샅샅이 조사해서 엄벌에 처해라” “이순신 장군 대단하다. 26억짜리를 그 시대에 몇 대를 만든 거야. 우~~와 대박이다. 그것도 물에도 잘 뜨는 걸” “이순신 장군님 대단...후손들은 빗물에 거북선이 침수될 판인데 수백 년 전 기술로 만든 배로 전승을 했으니...” 등 분노와 탄식을 나타내고 있다.

여수시민 김(67·중앙동)모씨는 “건조에 예산이 많이 들어갔을 텐데 비가 샌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며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이순신과 거북선’의 도시‘가 뭐가 되겠냐”고 꼬집었다.

▲ 26억을 들여 건조한 거북선 내부에 빗물을 받고 있는 물통의 모습.(사진=오마이뉴스 제공)

이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지난 2009년 여수시가 사업비 45억 원(시비 30억, 국비 15억)을 들여 거북선 원형을 복원 건조하겠다는 사업을 제출했으나 시의회가 부결시킨 바 있다. 시의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사업비를 확보하고,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학술용역과 고증된 설계에 의해 제대로 된 거북선을 건조하라고 했지만 시는 거북선 건조를 밀어붙였다.

여수시는 지난 2013년 8월 27일 거북선 제작현장에서 언론인을 대상으로 현장 브리핑도 진행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중소조선연구원 손창련 본부장(공학박사)은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목선의 구조 상 15년 정도의 내구 연한을 가지고 있으며, 200명 이상이 승선해도 롤링(기울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안정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손 부장은 또 “16세기 임란 당시 선박 저판이 소나무·느티나무로 제작해 결구나 나무못을 사용했으나 현재 제작중인 거북선은 전통기법 외에 고강도 부재인 아피동을 일부 사용함으로써 이를 결박할 쇠못 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26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였고, 건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거북선이 비가 새면서 부실 건조 논란 속에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26억을 들여 건조한 거북선 내부에 빗물을 받고 있는 물통의 모습.(사진=오마이뉴스 제공)
▲ 관리원이 근무 중인 사무실에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비닐로 틈새를 막아놨다.(사진=오마이뉴스 제공)
▲ 거북선이 있는 이순신 광장 로터리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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