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난한 이를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사랑을 실천하는데는 굳이 크고 거창함이 아니어도 좋다. 한 톨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결실을 맺듯이, 누군가에 의해서 행해지는 작은 사랑 하나도 훈훈함이 되기에 충분한 세상이다.



벌써 9년째 뜻을 모아주는 80여명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100원씩을 걷는 할머니가 있다.

71살의 김강석 할머니다. “이 돈을 걷어서 무엇에 쓰세요?”하는 기자의 질문에 “내 새끼들 챙겨 줘야지”한다. 얼마 전 김 할머니는 이렇게 발품을 팔아 걷은 돈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적지 않은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녀는 매달 25일이면 어김없이 회원들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한다. 회원들이 매일 모아둔 3천원을 걷기 위해서다.



김 할머니가 회원들에게 돈을 걷는 데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우선 앞 달에 걷은 3천원에 대한 은행 입금영수증을 후원자들에게 지급해 주면서 입금되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외에는 통장에서 일체의 인출은 없다. 그리고 그 통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원칙이다.

작은 돈이지만 투명해야 된다는 김 할머니의 고집스러운 일면이 엿보인다.



“내가 떳떳하면 통장 보여주는 것에 당당하지만, 내가 떳떳하지 못하면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무엇인가를 안 보여 주려고 발버둥을 치거나, 감추려고 애쓸 경우, 거기에는 반드시 비리가 있다고 봐도 된다”고 김 할머니는 말한다.



그녀의 방에는 천여곡이 넘는 클래식 음악과 수많은 장서들이 보관되어 있다. 71살의 나이답지 않게, 세계사와 고전문학에 대해서도 박식하다.



그녀는 지금도 “책을 읽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광이다. 고등학교 책에 나오는 ‘청춘예찬’을 모두 암기할 정도로 기억력도 뛰어나다.



할머니는 “지금 담배 한 개피가 125원이니, 하루에 담배 한 개피만 줄이면 되는 금액이 100원이다”고 하면서 “이 담배 한 개피 값도 되지 않는 금액들이 모아져서, 우리지역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수농협 고석민 상무가 보이지 않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감사해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사랑’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박철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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