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매일
교육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
물티슈로 ‘강제 세수’…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단속하기, 풀어주기, 말 건네기
동부매일  |  killout1339@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7.20  08:59:5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야 너, 몇 학년 몇 반 몇 번이야? 벌점 1점.”

“이 선크림은 하얘지니까 압수다. 이 틴트도 색깔 있으니까 이것도 압수.”

그러면 아이들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지요.

“선생님 이게 어떻게 화장이에요? 선크림만 발랐는데…. 그리고 틴트는 갖고만 있는데, 그것도 안 돼요?”

“안 돼. 걸리고 뺏기는 게 싫으면 안 가지고 있으면 되잖아. 너네들은 화장 안 한 모습이 제일 예뻐. 도대체 화장을 왜 하는 거니? 대학생 되면 마음껏 할 수 있는 걸 지금 왜 해?”

매일 아침 등굣길 교문에서 일어나는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대화(?)예요. 아니, 교무실에서, 교실에서, 복도에서 수시로 보게 되는 장면들이에요. 그런데도 학생들은 선생님 눈을 피해 더 예뻐질 ‘나’를 기대하며 틴트를 바르고, 선생님들은 그런 ‘우리’를 닦아세우며 ‘생활 지도’라는 것을 하시지요.

그러다 걸리면 공들여 꾸며놓은 얼굴이 물티슈로 처참하게 닦이고, 한 푼 두 푼 모아 산 화장품은 선생님 서랍으로 들어가고, 참 씁쓸한 모습이지요. 2016년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한 풍경을 여러분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첫 번째 시선, 단속하기: “공부나 할 일이지, 학생들이 무슨 화장?”

   
▲ ‘틴트 현상’ 틴트를 바른 입술과 바르지 않은 입술이에요. 틴트를 바르면 ‘문제아’로 보이는가요? ⓒ오민정

학생들은 왜 화장을 할까요? 선생님들은 왜 화장을 막을까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막는데도 학생들은 여전히 틴트를 바르고, 선생님들은 여전히 그런 ‘우리’를 닦아세우며 ‘생활 지도’를 하시는데, 왜 그럴까요?

우리가 거울을 붙들고 화장하는 걸 선생님들이 보시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씀하시죠. “너넨 안 해도 이뻐.” 그래요, 선생님 나이쯤이나 되면 그 말씀을 수긍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거든요. 거울을 보면 영 아니거든요. 화장한 게 확실히 더 예쁘거든요.

그래서 총 34명의 친구들에게 물었죠. “너, 왜 화장해?” 대답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눈에 들어온 대답 몇 가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화장을 안 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친구가 뭐라 그래서.” (여수ㅈ고 이모)
“공학이어서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한번 시작하니까 못 끊겠어.” (여수ㅇ고 김모)
“단점 커버, 잘 보이고 싶어서,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여수ㅈ고 최모)

그런데 취재 도중, 어떤 여선생님으로부터 뜻밖의 말씀을 들었어요.

“우리도 뭐 하고 싶어서 하는지 아니? 여학생 화장 단속을 남선생님들은 할 수 없다면서, 남선생님들이 하다가는 성희롱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면서, 그 짐을 여선생님들한테 전부 맡긴 거라고. 그래서 하고 있는 우리도 힘들어. 그렇다고 안 하면 학생부장한테 시달리고 학년부장한테 소리 듣고, 그러면서 너네들한테는 또 엄청 욕먹고…. 교칙을 바꾸든가 해야지, 원.”

그래서 그 ‘교칙’이란 걸 찾아 봤어요. 웬걸, 규정이 학교마다 다르고 같은 규정도 학교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어요. “눈썹을 다듬거나 화장을 하지 말 것, 색조화장을 금지함”이라고 교칙에 명시되어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예 어떠한 규정도 없이 관례에 따라 단속하고 처벌하는 학교도 있었어요.

하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단속 규정이 있는 학교는 별로 단속을 하지 않는 데 비해, 규정조차 없는 학교가 오히려 물티슈로 화장한 얼굴을 강제로 지우고 가방검사를 통해 화장품을 압수하는 등 더 거칠게 다루고 있었어요. 같은 학교라도 선생님마다 많이들 다르셨고요. 사회문화 시간에 배운 바로는, 법은 그렇게 자의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던데요.

두 번째 시선, 풀어주기: “차라리 학생들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치자.”

   
▲ ‘시민들에게 묻다’ 학생화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민들의 대다수가 학생은 화장을 안 해도 예쁘다고 말했지만, 강압적인 화장 단속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박민아

학교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선생님들에게 ‘길’을 물어 봤어요. 하지만 예민한 문제라며 답변을 피하셨어요. 어떤 선생님들은 우리를 설득하려 들기도 하셨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미안해하셨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의 선생님’이 계시는 도교육청을 찾았지요. 김태문 장학사님(전라남도교육청 정책기획과)은 의외로 선선하게 인터뷰를 허락하셨고, 우리 마음을 잘 헤아려 주셨어요.

- 청소년 화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생들에게도 당연히 표현의 자유는 있기 때문에, 화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단지 화장을 하는 데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한다든가 하는 우려는 있죠. 과한 화장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화장에 대해선 찬성입니다.”

- 현재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학생화장에 관련된 규정이 있나요?
“교육청 차원에서는 없어요. 학생회와 교직원들, 교장선생님과 학운위원들이 같이 협의해서 학교에 맞게 교칙도 만들고 개정하도록 권장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딱히 이거 하면 된다 안 된다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죠.”

-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생 화장을 단속하는 대신, 학생에게 화장을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입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과하지 않고 예쁘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생각해 보니, 성교육과도 비슷하네요. 무조건 하지 마라가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게 성교육이니까요. 마찬가지로 화장도 이렇게 하면 시간도 짧게 하고 자기표현을 잘 할 수도 있다고 가르치면 더 좋겠네요.”

세 번째 시선, 말 건네기: “여자라서 화장을 하지는 말자.”

   
▲ ‘제3의 시선을 찾아 헤매다’ 어른들이 말해 주지 않은 말들이 책에 나와 있었습니다. 희미하지만 길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박민아

“병신이냐? 남자가 화장을 왜 해?”(여수ㅎ고 남학생)

학생 화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남학생이 거칠게 한 대답이에요. 많은 여학생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장을 한다고 대답한 반면, 남학생들은 질문자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질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의문이 들었어요. 여자들은 누군가(그 누군가가 ‘남자’인 경우가 많았어요.)를 위해 화장을 해야만 하고, 남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화장하는 것을 이상하게 취급할까 하는.

문제의 뿌리를 알고 싶어서 책을 읽었어요. 책은 우리에게 이런 대답을 해 주었어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것은 남성중심주의 사회가 만들어 낸 틀이자 덫이라고요. 그러면서 책은 이렇게 짚어 줬어요.

“문제는 이제 외모 꾸미기를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데 있다. 능력 있는 인재임을 증명하려면 자기 관리가 필수적인 세상이 되었다.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니듯이 퇴근 후에는 헬스클럽에 들어야 한다.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운동에 매달려야 한다. 그런데 많은 돈을 써가며 노력한 외모 꾸미기의 결과는 모두 같은 얼굴, 같은 몸매라고 한다면, 그래서 놀랍게도 국민이 미모의 평준화를 이룬다면, ‘마침내 외모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위해 만세라도 불러야 하는가?”(김주현, <외모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과거에도 한국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담론이 확산되면서 외모 관리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확실한 투자이자 개인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한국여성연구소, <젠더와 사회>)고요.

   
▲ 여자사람도 활짝 웃는 세상 이 세상의 절반은 여성, 그들이 웃으면 세상이 더욱 환해지지 않을까요? ⓒ이재은

그래도 가닥이 잡히지 않았어요. 뭔가 허전했거든요. ‘좀 젊은 시선’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그래서 찾은 분이 <이기적 섹스>의 저자 은하선 님이었어요.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언니’였거든요. 인터뷰를 요청했지요.

-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 화장을 단속하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화장을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입장을 표명했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장을 잘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도 화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청소년들한테 어떤 종류의 자유롭지 못함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화장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스모키나 그런 걸 가르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그냥 자유롭게 맡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화장을 단속하는 것도 그렇고 학생다운 화장을 가르치는 것도 그렇고, 둘 다 옳은 방법은 아니에요.”

-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화장 자체가 여성의 몸을 남성의 시선에 맞추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화장을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오히려 여학생들을 남성중심주의 시각의 자본주의 시장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놔두는 건 아닐까요?
“여성이 화장을 한다는 게 남성의 시선에 맞추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여성들이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뭐, 같은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을 할 수도 있고, 자기만족으로 할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외모지상주의입니다.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거든요. …학교에서는 화장을 하든 안 하든 그것은 너희들의 자유라고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여성에게 ‘특히’ 아름다운 꾸밈을 강요하는 문화가 왜 형성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오래전부터 그래 왔죠.(웃음) 남자들은 거의 꾸미지 않아 왔죠. 요즘에서야 화장을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남자들이 꾸미면 게이 같다, 왜 꾸미냐 삐딱하게 바라보죠. 어떤 측면에서는 남자들도 굉장히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사실 남자들도 꾸미고 싶으면 꾸밀 수 있어야 맞는데.”

   
▲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거부하는 시선 서준 군(여수ㅇ고 2년)은 화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평범한 18살의 소년이었어요. “여자는 해도 되는데 남자는 하면 안 된다 이런 인식 자체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의 말이 오래 잊어지지 않네요. ⓒ오민정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어머니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귀 밑 3센티미터까지만 머리를 기를 수 있었대요. 그러다가 귀 밑 5센티미터가 되고, 다시 10센티미터가 되고, 이제는 마음껏 머리를 길러도 되게 되었지요.

하지만 우리 어머니들이 그냥 앉아서 이런 자유를 누리게 되었을까요? 등굣길에 교문에서 붙잡혀 학생부 선생님께 욕을 먹기도 하고, 벌을 서기도 하고, 교무실로 불려가 때로는 얻어맞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그런 ‘문제아’들이 이렇게 ‘두발 자율화’를 가져왔어요. ‘범생이 어머니’들이 공부만 하는 사이에 ‘문제아 어머니’들이 맞아가면서 학교를 바꾸신 거예요.

화장도 그러지 않을까요? 초등학생 때는 예쁘다며 귀엽다며 화장하는 것을 나무라지 않다고, 갑자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화장 단속이 점차 심해지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할까요? 아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년 화장! 계속 단속해야 할까요? 자유를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화장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청소년들에게 ‘말’을 건네야 할까요? 남성에 대하여 여성에 대하여, 아니 우리 사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는 그런 ‘말’을요.

   
▲ ‘젊은 기자들 사회팀’ 학교를 보면 답답해요. 21세기인데 19세기 같아요. Ⓒ신수호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사회팀> 박민아, 오민정, 이은결, 이재은, 정다현, 주정현 기자)

◆ 덧붙이는 글
처음에는 ‘학생 화장 단속’을 ‘인권 문제’로만 바라보았어요. 그래서 “청소년에게도 화장하는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그런 기사를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냥’ 화장을 하도록 놔두는 것은 여성을 ‘제2의 성’으로 그냥 살아가도록 놔두는 것 같았거든요. ‘제1의 성’ 1등 성인 남성에게 ‘제2의 성’ 꼴등 성인 여성이 잘 보이도록 잘 꾸며야 한다고 부추기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생각이 모자라 이렇게밖에 기사를 못 썼네요. 허접하네요. 하지만 그런 저희를 가르쳐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드리는 ‘감사’는 진심이에요, 허접하지도 않고요. (사회팀장 정다현)
 

< 저작권자 © 동부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동부매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가장 많이 본 기사
1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이웃 ‘한센인’] (1) 무지와 편견, 폭력이 짓밟은 한센인의 천국
2
전남여수지역자활센터, 저소득층에 방한장갑·단열벽지 전달
3
‘아시아의 재즈 디바’ 웅산, 24일 여수시민회관서 공연
4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15일 여수서 열려
5
GS칼텍스기 축구대회 성료…동호인 화합·친목도모
6
최무경 전남도의원, 학교발전기금 투명한 운영·관리 필요
7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이웃 ‘한센인’] (2)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8
여수시의회 13일 정례회 개회…39일간 예산안 등 안건 심의
9
여수박람회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통과’
10
GS칼텍스 예인선 불법 운영 의혹 사실로 드러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라남도 여수시 소호로 514, 4층(소호동)   |  대표전화 : 061)654-8776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전남 다00249   |  등록연월일 : 2007. 10. 15  |  간별 : 주간
발행·편집인 : 마재일  |  인쇄인 : 강정권 ㈜남도프린테크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마재일
Copyright © 2011 동부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www.dbl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