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줍고 있을까요, ‘절망’을 줍고 있을까요?

일부 지자체들, 안전교육·방한복·손난로 등 지급
여수시, 지원 대책 전무·실태 파악도 안 돼 있어

▲지난 21일 오후 1시경 신기동의 골목에서 폐지를 줍던 한 70대 노인이 뒤돌아 앉아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 지난 21일 오후 1시경 신기동의 골목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

지난 21일 오후 1시경 신기동의 골목에서 폐지를 줍던 한 70대 노인이 뒤돌아 앉아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그것도 반찬도 없이 그릇에 밥과 국을 말아서 말입니다. 식사를 하시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나머지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서둘러 이동합니다.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고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노인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다른 노인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리어카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폭염에도, 강추위에도 폐지가 담긴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들이 심심찮게 목격됩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만큼이나 발길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폐지 값이 폭락해 돈벌이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와 기업체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에게 리어카나 사고방지용 야광 조끼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수원시 권선구는 재활용자원 수거를 맡겨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고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노인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지난 2월 15일 촬영.

광주광역시와 경기 수원시와 부천시, 연천군 등은 폐지 줍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통 안전 교육과 안전 장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방한복과 손난로 등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수시도 불필요한 예산 몇 개만 줄이면 이 정도는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여수시의 폐지줍는 노인에 대한 별도의 지원 대책은 없으며, 실태 파악도 안 돼 있습니다. 여수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8월말 현재 4만6105명)를 차지합니다.

도시에서 폐지 줍는 노인은 전국 기준으로 175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년실업자보다 많은 수입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인(만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1.4%, 노인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각각 2위, 1위입니다. 노인 10명 중 3명은 일을 하며, 이 중 절반가량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셈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은 우리의 미래일지 모릅니다. 현재의 폐지 줍는 노인도, 미래의 폐지 줍는 노인도 모두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의 현재와 미래는 곧 여수시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폐지 줍는 노인이 많아질수록 ‘복지 으뜸도시’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 자신보다 덩치가 큰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 지난해 12월 8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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