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주민들 고통, 고사한 당산나무, 방치된 양식장 등 마을 전체가 황폐화돼 가고 있다.

백포마을 주민들 “그물 건조 시 악취” 고통 호소
방파제에 녹슨 닻·스티로폼 부표 등 쓰레기 뒤엉켜
갯가길 길목에 그물 적치·악취로 이용객들도 불편

여수 돌산의 한 마을 주민들이 정치망 그물 건조 시 발생하는 악취와 비산먼지로 십 수 년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여기에다 마을 해안에 운영을 중단한 양식장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16일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백포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정치망 그물 건조 시에 발생하는 악취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여름에는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물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조류 등의 썩은 이물질이 해변 돌밭에 쌓여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마을 하천에 버려진 찌꺼기. ⓒ 마을 주민 제공
▲ 마을 하천에 버려진 찌꺼기. ⓒ 마을 주민 제공

정치망은 바다 일정구역에 어망을 설치하고 회귀(回歸)하는 어류를 잡는 어업방식이다. 그물이 장시간 바다에 잠겨있는 관계로 각종 어패류 및 부유물이 접착돼 일정기간이 지나면 육상에서 이를 털어내고 건조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악취와 비산먼지 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또 홍합 선별 출하작업을 하는 창고에서 나온 찌꺼기 등으로 인해 바다와 하천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제보한 사진을 보면 홍합 찌꺼기와 껍데기가 하천과 돌밭에 버려져 있다. 실제로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 밑 돌에는 찌꺼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 정치망 그물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조류 등의 썩은 이물질이 해변 돌밭에 쌓여 있다. ⓒ 마재일 기자
▲ 정치망 그물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조류 등의 썩은 이물질이 해변 돌밭에 쌓여 있다. ⓒ 마재일 기자
▲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 밑 돌에 찌꺼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 마재일 기자
▲ 마을 해안에 버려진 홍합 껍데기. ⓒ 마을 주민 제공
▲ 마을 해안 돌밭에 펼쳐진 그물. ⓒ 마을 주민 제공

이와 함께 주민들은 마을 공용 시설인 해안 돌밭과 공터, 방파제에 그물과 어구들이 있다 보니 주민과 갯가길 방문객들의 이용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수시 관계자는 “해안 공터 2241㎡ 중 756㎡를 정치망 어업인이 여수시로부터 대부해 사용하고 있는데 허가 면적을 초과해 전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해안 공터 곳곳에는 그물과 스티로폼 부표 등의 야적행위가 이뤄지면서 미관을 해치고, 갯가길 진입로가 막혀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갯가길을 걷는 관광객들도 악취로 불편을 호소하거나 길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한다고 전했다.

방파제에는 정치망과 홍합 양식 그물 등의 어구가 쌓여 있고,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에는 폐타이어와 녹슨 닻, 각종 선박용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테트라포드 사이에는 폐그물과 폐타이어, 밧줄, 스티로폼 부표, 양철 기름 깡통 등의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 그물이 갯가길 진입로를 막고 있다. ⓒ 마재일 기자

▲ 방파제의 녹슨 닻을 주민들이 보고 있다. ⓒ 마재일 기자
▲ 방파제에 녹슨 선박 자재와 그물 등이 방치돼 있다. ⓒ 마재일 기자
▲ 방파제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 사이 쓰레기들. ⓒ 마재일 기자

백포마을 박명수 이장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그물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해안과 방파제를 이용하는데 눈치를 볼 정도”라며 “특히 그물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이 부패해 해안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학동 청년회장은 “마을의 주인은 주민들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이 들어올 때는 최소한 주민들한테 설명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운영이 중단된 양식장이 방치되고 악취 등으로 마을이 황폐화되면서 결국 불편을 겪는 것은 주민들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의 한 주민은 “주민들이 그동안 배려하면서 참고 살았는데 이젠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우리 마을인데 왜 우리가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암으로 돌아가신 마을 어르신들이 여러 명인데다, 죽어가는 당산나무, 폐허로 방치된 양식장, 악취 등으로 인해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포마을에는 27가구, 4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이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며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수시는 악취가 법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업체에 권고는 할 수 있지만 악취가 법적 기준을 넘어서지는 않는 상황이어서 강제할 방안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 백포마을 전경. ⓒ 마재일 기자

여수시 관계자는 “지난달 마을주민들이 악취와 하천, 해안이 오염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해 현장에 나갔는데 지도단속 사항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합 껍데기는 패각 폐기물로, 무단으로 버리면 불법이다고 지적했다.

홍합 껍데기는 기계에 넣어서 잘게 부순 후 매립하거나 퇴비용으로 쓰이지만 바다에 들어가면 산소가 부족해져 적조의 원인 물질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어족자원 고갈까지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백포마을의 문제가 이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여수가 개발 붐이 일면서 농·어촌 등에서는 원주민과 외지인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통한 상생 노력과 행정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요구된다. 여수시의회 김유화 의원은 최근 지역 내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 백포마을의 수백 년 된 당산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할 정도의 두께에 높이도 30m가 훌쩍 넘는 거목이다. ⓒ 마재일 기자

수백 년 추정 당산나무 고사

백포마을의 수백 년 된 당산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할 정도의 두께에 높이도 30m가 훌쩍 넘는 거목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주민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일종의 마을의 상징물과 같다. 그런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고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염분이 나무뿌리에 영향을 주거나 염해(鹽害 바다로부터 소금기가 많은 바람이 불어와서 생기는 피해) 때문에 고사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나타내며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호수는 보존 및 증식(增殖)의 가치가 있어 보호하는 나무를 말한다. 노목·거목·희귀목으로서 명목·보목·당산목·정자목·호안목·기형목 및 풍치목, 수령 100년 이상 돼 고사 및 전설이 담긴 수목, 특별히 보호 또는 증식가치가 있는 수종 등이 포함된다.

수백 년 된 고목나무의 고사 원인을 놓고 행정 당국의 보호수 관리 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운영을 중단한 어류 양식장이 십 수 년째 방치되면서 폐허를 방불케 하는 흉물로 전락했다. ⓒ 마재일 기자

방치된 육상 양식장 폐허 방불…마을 황폐화

마을에는 운영을 중단한 어류 양식장이 십 수 년째 방치되면서 폐허를 방불케 하는 흉물로 전락했다. 오랜 세월 방치로 양식장은 콘크리트 폐기물과 벽돌 조각, 각종 쓰레기로 뒤엉켜 있고 뼈대만 남은 철골 구조물은 녹물이 흘러내리고 비닐조각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여수시는 개인 소유 시설이어서 철거를 강제로 할 수 없으며, 사업자에게 철거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운영을 중단한 어류 양식장이 십 수 년째 방치되면서 폐허를 방불케 하는 흉물로 전락했다. ⓒ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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