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①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현재 수능에서 영어, 한국사는 절대평가…수학·국어·탐구는 상대평가
변화되는 교육환경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입시는 예측 가능해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행해서 평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

▲ 김철민 에듀키 교육입시 대표
“객관식 시험에서 93점을 받은 학생이 92점을 받은 학생보다 과연 우수할까?” 그 답은 “그렇지 않다”이며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이 도입된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 내신과 수능 평가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의 문제는 평가방식의 변경을 넘어 ‘고교학점제’, ‘특목고 및 자사고폐지’, ‘대학입시제도 개선’, ‘사교육시장’ 등 우리나라 교육현장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근본 문제이다.

상대평가는 학업성취를 다른 학생과 비교해 평가하고 그 위치를 부여하는 방식이고, 절대평가는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평가도구를 활용하여 일정 기준을 중심으로 개별 학생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내신은 A~E까지의 5단계 성취(절대)평가와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를 병행 기록하고 있으며, 대학입시에서는 주로 상대평가가 활용되고 있다. 수능 역시 현 고3이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영어와 한국사가 절대평가제로 시행되지만, 나머지 과목은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가 적용된다. 이처럼 대학입시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행,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처럼 현재 상대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1995년 5.31교육개혁안에 따라 200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고교내신 절대 평가방식이 채택되어 2004년 고교입학생들까지 적용되었다.

그 후, 2011년 교육부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4년 고교입학생부터 순차적으로 절대평가제(성취평가제)를 도입해 2017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특목고, 자사고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강한 반발에 직면한 교육당국은 2018학년도로 도입을 1년 유예하였고, 대입적용도 현, 중3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학생들 간 ‘무한경쟁’, ‘교육적 타당성’, ‘수업 다양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흐름과 수요에 맞지 않는 등 상대평가 방식의 한계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제 도입은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고교현장에서의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중학생들의 고교선택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면 특목고나, 자사고 등이 유리해지면서 특목고, 자사고 지원 열풍이 불고, 이는 일반고 황폐화와 사교육조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진학지도를 해온 본인도 절대평가가 교육적으로는 옳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절대평가 도입은 ‘변별력 약화 문제’, ‘내신 부풀리기 문제’, ‘학력저하’, ‘특목고 문제’ 등을 선결 등 교육당사자간의 충분한 논의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그 도입에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5.31 교육개혁에 따라 도입되었던 절대평가제가 2004년 고1학년 학생까지 실시되고, 폐지된 이유는 이른바 ‘성적 부풀리기’ 때문이었다.

입시는 예측이 가능하여야 한다

최근 한 언론 기사를 보면 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최근 6개년 간(2011~2016학년도) 수능에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해보면 수능 전체 영역(국어·영어·수학·탐구)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이 1만 7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서울 주요 5개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이 2018학년도에 선발하는 1만6587명보다 많은 숫자이다.

학생의 선발권을 가지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시행될 경우 ‘수능성적 동점자에 대한 해결방안’, ‘우수한 인재 선발 기준의 어려움’ 등 정시 선발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현재 고3이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자 대학들이 정시모집 비중과 영어영역 반영 비율을 대폭 줄였다.

또한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변별력약화를 우려하여 교과 심화수준의 ‘심층면접 강화’, ‘학생부와의 연계’ 등 새로운 학생선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대학별고사의 부활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입시부담감으로 작용하여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변종 사교육을 양성할 것이다.

이처럼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된다면 공통과목(국어, 수학, 통합과학, 통합사회)만 적용할지, 아니면 모든 과목에 적용할지, 또한 수능에만 적용할지, 수능과 내신 모두에 적용할지 등 절대평가 도입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 교육당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고심은 깊어지다. 입시가 어렵고 혼란스러울수록 교육현장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등 이른바 교육의 3주체의 3중고(三重苦)는 가중될 것이다.

[김철민]
김철민은 22년째 입시현장에서 활동중인 대학입시와 진로진학분야의 전문가이다. 前 한국교육개발연구원 교육현안위원과 국내 유수의 대형 입시학원에서 입시분석과 대응방안 등 대학입시컨설턴트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학습코칭지도사, 공부습관지도사로 서울(대치동)과 부산(대구) 그리고 순천(광양)에서 고교입시전략멘토링, 학부모입시교육, 대학입시설명회, 대학입시전략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급변하는 교육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에듀키교육입시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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