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전 검찰총장/고려대 교수


조직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그 조직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면서 나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수십명의 단원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정작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지휘자는 단원들로 하여금 소리를 얼마나 잘 내게 하는가에 따라 그 능력을 평가받는다.

금난새씨가 그렇고, 정명훈씨가 그렇다. 지휘자는 단원들 속에 잠자고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깨워 그 능력을 꽃피게 해주는 것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단원들의 능력을 살려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가 바로 리더의 자리이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자리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 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에 호소하는 자리가 리더의 자리다.

리더는 자기가 한 일로 평가받지 않는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하는 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는 조직 구성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그들이 성공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섬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줄 오르몽(Jules Ormont)이 갈파했다.
“위대한 리더는 책임을 질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도 그의 추종자들보다 자신을 더 높은 곳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이러한 리더를 만나기란 말같이 쉽지 않다. 리더가 되면 독선적으로 변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판의 소리를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결과가 좋으면 내 탓이고, 결과가 나쁘면 부하 탓으로 돌리는 리더도 많다.

이러한 리더를 가진 조직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감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리더십은 크게 신장될 수 있는 것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여기저기서 서로 리더가 되겠다고 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리더가 되기로 스스로 결정했을 때, 그 결정은 나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어야 한다.

노자(老子)가 말했다.
“바다와 강이 수백 개의 산골짜기 물줄기에 복종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 보다 높은 곳에 있기 바란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있고, 그들보다 앞서기 바란다면 그들 뒤에 위치하라”

섬기는 리더십을 실천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면 더 높게 대접받게 되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다. 리더가 이 평범한 진리 하나만 깨달아도 조직 안에서의 소통과 융화는 한결 나아질 것이다.

‘이언교지자(以言敎之者)는 불종(不從)하고 이신교지자(以身敎之者)는 종(從)한다’는 말이 있다.
‘말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르지 않고, 몸으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른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말이 아닌, 몸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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