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이후에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 우물로, 백성들은 물론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마셨다고 전해지는 큰샘골 큰샘을 1700만 원 들여 정비했으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1700만 원이 투입돼 우물의 지붕과 기둥·시멘트 경계벽 철거, 바닥과 우물 덮개 교체, 벤치 설치 등이 진행됐다. (사진 마재일 기자)

1700만 원이 들어간 충무동 큰샘골의 큰샘(大井) 정비 사업이 되레 샘의 가치를 떨어뜨려 안 한 것만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큰샘(우물) 정비 사업은 우물의 지붕과 기둥·시멘트 경계벽 철거, 바닥과 우물 덮개 교체, 벤치 설치 등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샘 입구 양쪽에 한자로 ‘大井(대정)’ 등이 쓰인 시멘트 기둥만 남긴채 형광색으로 칠해졌고 경계벽은 철제 휀스로 바뀌었다. 샘 지붕은 철거됐으며 샘 뚜껑은 데크 재질로, 시멘트 바닥도 보도블럭으로 교체됐다. 옆에는 목재벤치 2개가 놓였다.

큰샘골의 큰샘은 현재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지역의 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 군자동·충무동·교동이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한 큰샘골의 큰샘은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이후에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 우물로, 백성들은 물론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마셨다고 전해져 온다. 큰샘 물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얼음물처럼 시원해 1970년대까지 식수로 사용했다. 큰샘골은 큰샘 지역 주변 골목 전체를 일컫는다.

이 우물은 과거 수도가 없던 시절 중앙동, 고소동, 수정동 주민들이 양동이를 이고 직접 물을 길어 마시거나 출항을 앞 둔 선원들이 배 식수를 구하기 위해 손수레에 양동이를 싣고 와 물을 가져간 곳으로 생명수로 그 역할을 해 왔다. 칠석날 큰샘물로 목욕을 하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현재는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 2016넌 8월 칠석날을 맞아 큰샘에서 우물고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라좌수영 서문 충무동 골목길에 위치한 큰샘은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이후에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 우물로, 백성들은 물론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마셨다고 전해진다. 수도가 없던 시절 구도심권 주민들의 생명수였다. (사진 마재일 기자)

그러나 SNS 등에서 마무리된 큰샘 정비공사 사진을 접한 지역민들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수시의 지역 문화 유산을 대하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모씨는 페이스북에 “옛날 골목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 큰샘골을 돈으로 버렸군요. 무조건 새로하면 좋은 걸로 생각하고 칠하고 샘 지붕도 없애고 이것이 뭔 일이래요. 오호통재라! 이렇게 무지할 수가 있어요. 마지막 하나 남은 추억마저 말살이 되었군요. 눈물 날려고 해요”라고 적었다.

이씨는 이어 “전남도에서도 보고 칭찬한 골목입니다. 아직도 이런 곳이 보전돼 있다고 감탄했던 곳인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우리 동네 그 추억의 큰샘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지붕 날리고 본래의 샘 모습을 없애는 건 얼마나 무지한 노릇인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지른 당사자는 이게 그리 중요한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렇게 무지한 인간들이 한 동을 책임지니 이것도 돈을 지원한 것이 화근이니 철저히 조사하고 전문가에 의해 원상복구 해야 합니다. 꼭 그렇게 돼리라 지켜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손모씨는 “삼동매구가 매년 큰샘굿을 해오고 있습니다. 문화관광재단에서도 큰샘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옛스러움이 물씬 풍겨 나오는 정감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정겨움. 큰샘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지요. 공무원들이 그런 걸 알까요”라고 일침했다.

그는 이어 “아주 큰 실수를 하신 듯 합니다. 역사나 얘깃거리는 우리의 윗대 어르신들의 정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요. 지금 정비되어 있는 것을 보니 마치 미친년 속고쟁이를 본 듯 합니다. 화장 잘해 놓은 일본기생을 본 듯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요. 아무리 깨끗하고 좋아라해도 박수 보내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시 원위치로 돌려 놓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손씨는 전화 통화에서 “큰샘 정비 공사를 보면 여수시가 지역 유산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면서 “지역 유산에 대한 세세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 우물이 방치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이 기회에 매영성 내 우물 모두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700만 원이 투입돼 우물의 지붕과 기둥·시멘트 경계벽 철거, 바닥과 우물 덮개 교체, 벤치 설치 등이 진행됐다. (사진 마재일 기자)

서모씨는 “아무리 무지하다고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어떤 의견수렴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과 상의하셔서 예전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복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다른 서모씨도 “이왕 하는거 돌담이었으면 더 운치가 있었을텐데. 개집 같다. 맘에 안 든다”고 적었다.

조모씨는 “어차피 하는 거 조금만 더 고증하고 신경 써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저렇게 이상한 형광색에, 철책으로...”라고 아쉬워했다. 전모씨도 “원상복귀 해야 합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네요. 지킬 건 지켜 나갑시다”라고 말했다.

여수시 충무동주민센터 관계자는 “큰샘 주변이 지저분하고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한 사업으로 벽화거리 조성과 함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충무동 큰샘골정비추진위원회에서 모든 결정이 이뤄져 올라온 사업으로, 당시 도시재생과는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과는 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역의 한 미술인은 “철책 휀스에, 형광색이 한마디로 정체성을 알 수 없는 혼돈의 디자인으로 생뚱맞다. 기가 찬다”고 일갈했다.

▲공주시 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의 신소골큰샘. (사진 출처 블로그 흥미진진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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