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스마일치과 원장


이제 겨울도 이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꽃샘추위도 없이 봄을 보내면 섭섭할까봐 걱정되는지 며칠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고 아직 제대로 꽃망울을 터뜨리길 주저하는 매화를 채찍질이나 하려는 듯 바람이 제법 매서워진다. 3,4월이면 여기저기 꽃구경행사가 기다리고 있어서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그런데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라서 그런 지 아직 매화도 제대로 개화하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시내 큰 건물 벽들엔 자신을 홍보하고자 설치한 예비후보들의 커다란 현수막들이 약속이나 한 양 여기저기 같은 모양들로 활짝 피어나 펄럭인다.

조금 있으면 출퇴근 길 도로는 선거운동원들과 홍보 유세 차량들로 북적일 것이다. 선거철이 아니면 감히 경험해보지도 못할,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의, 극진한 인사도 하루에도 여러 번 받게 될 것이다.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명함을 들고 다니며 악수를 청하는 분들도 수 없이 만나게 될 것이다. 한 낮엔 유세차량 확성기에서 울려대는 선거 로고송과 유세 연설로 사무실 창문 열기가 두려워 질 것이다.
우체통 안에서 필요한 공과금영수증을 찾기 위해선 여러 후보들의 홍보전단을 여러 장 들어내고 꼼꼼히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써 내려온 우리나라 선거철 풍경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익숙한 광경일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후보들의 익숙한 공약들이다. 나만 그럴까 ? 공약을 한 번 훑어보면 항상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공약을 제대로 지킨다면 전 국토가 4년 내내 공사판이 될 것 같은 걱정이 먼저 앞선다. 또한 표를 의식한 나머지 감세정책을 추진 안한 정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대단위개발은 이전 정권보다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매 번 되풀이되는 공약들이 나의 부족한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또 하나 공통적인 것은 취약계층등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약에 지면을 할애할 때는 하나같이 인색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되어 저소득층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 득표수를 무시해도 될 만큼이라서 그러는 걸까하며 거꾸로 위안을 삼아야 할런지 모르겠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일면식이라도 있는 정치인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일반 시민으로서 공약이나 홍보물을 읽어보고 4년 전 공약대로 이루어진 치적이라고 홍보하는 정치인들의 홍보지를 보다가 이 치적들이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닌 공동노력으로 이루어진 공약이행이었던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볼 정도는 된다.

나는 감히 생각해 본다. 지자체를 위한 예산확보나 사회 간접자본 확충처럼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진부한 가시적인 공약들이 아니라 시민들의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참여를 구체적으로 약속하는 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이 지역에서 많이 나오기를 말이다.

후보로서 들고 나온 공약들도 그 지역실정에 맞게 측근들이나 선거참모들과 상의하여 나름 열심히 머리를 짜내어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후보의 위치에 있으므로 여론 수렴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당선된 후에 진정으로 그 지역의 필요한 발전을 꾀하고자 한다면 시민이나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보완하여 우선순위를 두어서 지역개발이나 복지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미국 뉴욕 주에 로체스터시라는 인구 20만의 소도시가 있다. 이 지역의 대표산업이 쇠퇴하면서 침체에 빠졌던 도시가 10개의 주민자치 섹터위원회라는 기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여기에서 얻은 여론이나 살아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지역개발 및 복지정책으로 과감히 적용함으로 말미암아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여 도시가 활기를 찾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일은 흑인운동가 출신이었던 시장이 90년대 중반에 시장에 당선되면서 시작한 파격적인 행보로부터 기인되었다고 한다. 시민운동가도 저명한 법조인도 성공한 기업인도 행정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들도 당선 전엔 한 사람의 시민이나 국민에 지나지 않는다. 당선 전의 화려한 경력이나 배움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당선 후 지역민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느냐는 ‘지역민의 요구를 얼마나 잘 긁어주고 있느냐’ 일 것이다.

어느 나라든 시민이나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는 정치인은 공통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시민과 국민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봉사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출사표를 던진 많은 분들이 당선 후에도 선거철과 같은 낮은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에 진실로 귀를 기울여 지역민에게 오랜 세월 훌륭한 리더로서 기억되기를 바란다.

인구 20만의 미국 소도시에서 보여준 모범사례처럼 이 지역에도 지역민의 요구를 제대로 긁어줄 수 있는 참신한 공약을 들고 나오는 후보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학교무상급식논의가 여수시에서도 한창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지역 언론이나 시민 단체 등에서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일인데 번번이 예산문제를 거론하며 일축해왔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중앙에서부터 이런 논의가 불거져 나오자 조류에 편승이나 하려는 듯 이제야 예산은 어떻게든 만들어보겠다는 식으로 지자체나 여러 후보들이 목소릴 높이는 모습들을 보는 기분이 왠지 씁쓸하다.

큰 복지는 중앙정부가 맡아야하겠지만 지역에서 필요한 작은 복지는 지역민의 힘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참신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어느 당의 공천을 받아야, 누구 밑에 줄을 서야 당선이 되느냐가 아니라 신선한 참 민주주의로 무장한 공약들로 시민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기를 말이다.

다음 주가 벌써 매화축제라고 한다. 매서운 바람 뒤에 하얗게 장관을 이룰 광경을 그리는 마음은 벌써 봄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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