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가지 사업으로 숱한 의혹을 받아 왔던 오현섭 시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낌새를 챈 오 시장은 현재 경찰의 체포를 피해 잠적한 상태입니다.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그동안 오 시장의 의혹 가는 사업들을 곁에서 방조해 왔던 시의원들이 집단으로 천여만원씩 뇌물을 받은 의혹이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잡으라는 쥐는 잡지 않고 지키라는 생선만 훔쳐 먹은 게으르고 무능한 고양이들입니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뒤숭숭합니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비리로 얼룩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부끄러움에 넋이 빠질 지경입니다.

방송과 언론에서는 오현섭 시장의 잠적 소식과 고위공무원의 구속, 그리고 시의원들의 집단적 비리와 지역 주재기자 20여명의 구속과 불구속 기소 등 도시의 부끄러운 치마를 연일 들치고 있습니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타향에 계신 출향인들 조차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신문사로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도시전체가 총체적 비리에 연루되어 있음에도 누구 한 사람 시민들 앞에서 머리 숙여 사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모두 비리 당사자이기 때문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당사자들입니다. 하나의 신문사를 책임지고 있는 저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을 더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공무원들은 공무원들대로,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드러내 놓고 도시를 말아 먹고 있었지만 이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했습니다.

그런데 오 시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니 책임있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이전까지 이를 전혀 몰랐던 것같이,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 시장을 소프라노 톤으로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오 시장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동안 이러한 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부끄러운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닌가 합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온갖 의혹에 대해서 그동안 철저하게 침묵했던 사람들이 오 시장이 이제 끈이 떨어졌다고 생각되니 마치 물 만난 고기들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에 대해 솔직히 역겨움이 느껴집니다.

이제 와서 오 시장 비난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책임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오 시장 덕에 잘 먹고 잘 살았지 않습니까? 저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는 그래서 시민들 앞에 공범자들입니다. 그러한 비리의 토양을 우리가 다 만들어 줘놓고, 이제 와서 우리는 깨끗한 척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구석구석이 비리로 얼룩진 도시가 또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도 박람회라는 중대한 행사를 앞둔 도시에서 말입니다.
수사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의 발표된 결과는 이제 겨우 양파껍질 한 겹을 벗겨낸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여수 전체를 벌집 쑤셔 놓듯 흔들고 있는 이번 비리문제가 수사의 마지막 결론이 아니라 이제 겨우 초기단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순박한 시민들의 등을 처먹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았던 여러 사람들이 당분간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의 대충의 명단을 알고 있지만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수사가 외길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많은 시민들께서는 지금은 아프지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그동안 도시 전체를 쥐락펴락하면서 도시를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었던 무능한 인물들을 물갈이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충석 당선자에게 제안합니다. 아프기는 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도시의 비리를 방조하면서 오랫동안 권력의 핵심과 주변에서 호위 호식했던 사람들에 대해 단호한 물갈이를 단행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도시가 바뀔 수 없습니다. 화합도 좋고 포용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비리 없는 도시를 바라는 30만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비리가 만연한 도시에서 박람회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비리를 저질러도, 그리고 비리를 방조해도 신변에 아무 이상이 없는 도시라면 더 이상의 도시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영리하지만 약삭빠른 사람들을 곁에 두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대형 사고를 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신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언을 서슴지 않겠다는 것을 시민들 앞에 약속드립니다. 도시의 건강한 긴장감을 위해서라도 펜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것도 시민들에게 약속드립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오 시장을 비롯해서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의 잘못은 없었는지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 반성 위에서 도시는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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