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수을 경선이 정책은 없고 상호 책임 떠넘기기와 비방만 난무하고 있다. 지역민의 따가운 눈총을 넘어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정기명, 김회재 후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 고발
김회재, 상포 특혜의혹 밝히라는데 엉뚱한 고발…맞고소
TV토론 무산 놓고도 책임 공방…유권자 알 권리 외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사태가 국가를 뒤흔들면서 경제 등 모든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총력대응하고 있지만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경선 후보들은 정책·자질 검증, 선의의 경쟁보다는 경찰 고발 등 구태 선거를 되풀이하고 있어 적잖은 실망을 주고 있다. 여수을 경선은 과거 변호 이력 공방에 이어 상대 후보를 경찰에 고발하자 이에 맞고소하겠다고 나서는 등 진흙탕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면서 TV토론을 통한 후보들의 검증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TV토론 무산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질타가 나온다.
 

▲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선거구 정기명 예비후보.


정기명(57) 예비후보는 김회재(57) 예비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5일 여수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정 예비후보는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 부정신고센터에 불법 경선 운동으로 신고한 바 있다.

정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회재 후보가 20일 성명서 발표에 이어 23일 기자회견, 대량문자 발송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단 한 번도 여수 상포지구 개발과 관련해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상포지구를 꺼낸 이유는 정 후보가 상포지구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인의 불리함을 만회하고 경선을 혼탁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예비후보는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후보로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면서 “김 후보는 경선을 더 이상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시민과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회재 예비후보도 이날 ‘정기명 후보의 고발에 대한 김회재 후보의 긴급 입장문’을 내어 “정기명 후보가 상포지구 특혜의혹에 대한 방송 공개토론을 묵살하기 위해 허위사실로 고소·고발을 일삼은 것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여수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상포지구 특혜의혹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중앙당 선관위를 통해 고소·고발을 일삼는 꼼수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정기명 후보는 허위사실을 운운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고 공직 후보자로서 자격 검증을 회피하는 말장난을 그만하고, 민주당 경선 후보를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선거구 김회재 예비후보.


김 예비후보는 이날 입장문에 앞서 낸 성명을 통해서도 “정기명 후보는 후보자 검증을 위한 여수MBC 토론을 거부하더니 26일 CBS 토론대담마저도 응하지 않은 이유는 혹여 상포지구 특혜의혹 때문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상포지구 특혜의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떳떳하게 공개토론회에 나와 자격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 예비후보는 “MBC TV 토론회가 무산된 이유는 김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때문으로, 김 후보가 상포지구 관련성 등 전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건전한 정책대결의 여지를 스스로 없앴다”면서 “이에 대한 사실 여부가 하루속히 밝혀져, 유권자들을 위한 토론회가 시간, 장소 불문하고 신속히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경선 TV 토론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여수을 경선은 27~29일 진행한다. ARS(자동응답) 여론조사로 진행되며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시민 투표 50%가 각각 반영된다.

TV토론은 후보들 간의 논쟁 대결을 통해 자질과 정책을 직접 비교해볼 유일한 기회이다. 유권자들은 TV토론 과정에서 후보의 자세나 태도를 통해 인간적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고, 후보의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통해 후보의 자질을 가름할 수 있다. 특히 TV토론은 후보 지지자와 부정확한 SNS 등에 의해 걸러지거나 변형되지 않은 정보를 유권자가 직접 접하고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TV토론 무산을 놓고 두 후보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정작 유권자의 알 권리는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혼탁해지는 경선을 내버려 둬 TV토론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두 후보의 공방은 지난 19일 정 예비후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치 조작사건을 변호한 김 예비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김 예비후보는 정 예비후보에게 웅천지구 개발사업 정산금 소송을 변호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역공했다.

정 예비후보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될 사람이 시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환경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저라면 안 맡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 예비후보는 “정 예비후보는 상포지구와 관련해 개발 비리의 주범인 김모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수시 공무원들과 별도의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있는지를 먼저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검장 출신인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치 조작사건 발생 당시 여수산단 대기업 고문 변호사로 기소된 대기업 직원을 변호했다. 변호사 출신인 정 예비후보는 여수시 고문 변호사로 웅천지구 개발 관련 정산금 소송에서 여수시를 변호했다.
 

▲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여수를 방문해 권세도 여수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여수을, 시장 선거 패배 전철 밟나
후보들 진흙탕 선거로 ‘역선택’ 빌미 제공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경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지만 비난전이 부각할수록 본선을 치르기도 전에 큰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후보들이 상대방 공격에만 치중해 정작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상황이라면 김회재·정기명 후보 중 한 명이 4선인 주승용(67·바른미래당) 국회 부의장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의 비방전이 심화하자 일각에서는 민주당 여수지역이 지난 2018년 여수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악몽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타 당보다 압도적인 지지 격차를 유지하면서도 무소속 권오봉(현 여수시장) 후보에게 패했다. 당시 민주당 갑·을 지역위원회와 권세도 시장 후보 간 긴밀한 협조가 부족한 것이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앙금이 남아 경선에서 패한 후보가 이긴 후보를 도와 이른바 ‘원팀’으로 선거 승리를 도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여수시장 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또, 같은 당에서 경쟁하다 탈락한 후보가 경쟁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제3의 후보를 지원하거나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역선택’으로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후보들이 ‘역선택’의 빌미를 제공하는 진흙탕 선거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에서는 정책 선거·깨끗한 선거를 외치면서도 정작 상호 비방으로 얼룩진 진흙탕 선거판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두 후보의 행태가 시민의 정치 혐오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책 비판과 정당한 비판이 아닌 비방에 가까운 흠집 내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고, 특히 과열·혼탁 경선은 지역의 분열 등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각성과 자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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