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부가 개입해 시민 여론을 선동하고 의회를 압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

▲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4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여수시청 별관 증축문제가 찬반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장이 여수시를 상대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 의장은 12일 제205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별관 증축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시내 곳곳에 게시되고 우리 시를 홍보해야 할 여수시 SNS 서포터즈도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별관 증축 홍보에 동원되는 등 여수시가 각종 단체를 동원해 여론몰이하면서 별관 증축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여 지역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석 전 시내 거리 곳곳에는 ‘청사통합을 염원하는 시민모임’, ‘여수시어린이집연합회’, ‘쌍봉동통장단협의회’, ‘시전·화양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명의로 내건 청사 별관 증축 찬성 현수막이 현재까지 걸려 있다.

전 의장은 “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라면서 “과연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 정부가 개입해 시민 여론을 선동하고 의회를 압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 시청 별관 증축을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시내 곳곳에 게시돼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시청 별관 증축을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시내 곳곳에 게시돼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전 의장은 특히 “주민의 대표인 시의원들의 자율의사를 제한하고 지방자치법이 부여한, 지방의회의 고유권한인 의결권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주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주민을 존중한다고 하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 정부는 더는 소모적 논쟁으로 지역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전 의장은 “우리 시에는 별관 증축보다 더 시급한 인구감소와 수산물특화시장 문제, 만흥 매립장 연장, 율촌산단 활성화와 배후택지 개발, 해상케이블카와 도성마을 문제 등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시민 통합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시 정부는 별관 증축을 추진하는 그런 열정적인 자세로 산적한 현안 해결에 앞장서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수시가 시민에게 시정과 의정, 생활 정보 등을 제공하고자 분기별로 발행하는 시정 소식지 ‘거북선 여수’에 청사 별관 증축 관련 여수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게재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찬·반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시민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찬성과 반대 견해를 동시에 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시정 소식지 ‘거북선 여수’. 여수시가 시정 소식지에 청사 별관 증축 관련 여수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게재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찬·반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시민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찬성과 반대 견해를 동시에 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수시는 현재 8곳으로 흩어져 있는 본 청사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현재 시청사 뒤편 조립식 건물 등을 철거하고 392억 원을 들여 별관을 증축할 계획이다. 시는 청사 분산에 따른 시민불편 해소와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별관 증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9월 제204회 임시회에서 여수시가 제출한 별관 증축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보류시키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별관 증축에 대해 주철현 국회의원(여수 갑)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의 전·현직 시도의원,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여수균형발전을 위한 구 여수시청사 되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는 별관 증축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김회재 국회의원(여수 을)은 지난 추석 전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청사는 여수의 미래라며 시민의 행정편의 증대와 행정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통합청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수YMCA, 여수YWCA, 여수시민협,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여수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여수시는 청사 분산에 따른 시민불편 해소와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서 별관신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얼마나 비효율적인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많은 시민과 시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한 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시민 의견 수렴이라고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별관신축이 필요하다면 분산 청사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민원인들이 불편사항을 객관적으로 분석,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라고 했다.

여수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과 1인 시위 등을 통해 분리된 청사로 시민이 불편하고 직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해소를 위해 별관 증축 필요성을 주장한다. 또, 3여 통합정신을 계승해 여수시 8청사 체제를 종식할 것과 정치권의 통합청사 건립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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