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근로자 쩐반중 씨, 여수 외국인 근로자 중 최초로 국적 취득
한 직장서 14년째 근무·대학 다니며 자격증 취득 등 성실히 준비
“주변 도움 감사…여수시민으로서 긍지 갖고 오래도록 살고 싶어”

여수 생활 14년 만에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한 베트남 근로자가 화제다. 쩐반중(TRAN VAN DUNG, 37) 씨가 그 주인공이다.
여수 생활 14년 만에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한 베트남 근로자가 화제다. 쩐반중(TRAN VAN DUNG, 37) 씨가 그 주인공이다.

여수 생활 14년 만에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한 베트남 근로자가 화제다. 쩐반중(TRAN VAN DUNG, 37) 씨가 그 주인공이다.

쩐 씨는 지난 2007년 베트남 고향에서 지독한 가난과 희망 없는 미래에 자신의 삶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한국행을 택했다. 쩐 씨의 첫 직장은 여수시 소라면에 위치한 목재소였다. 그는 이곳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원목을 가공하는 위험한 작업이어서 작업 도중 손가락 하나를 잃는 아픔을 당하기도 했지만 쩐 씨는 “일한 만큼 보상이 뒤따르고, 성실함을 인정해주는 한국과 회사를 신뢰할 수 있어 이곳에서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가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쩐 씨는 한국정부의 고용허가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받아 4년 10개월씩 2회 근무하는 동안 근무지를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는 등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꿈의 비자’로 통하는 특정 활동 비자(E7) 자격기준을 통과, 체류자격 변경에 성공했다.
 

일하고 있는 쩐반중 씨.
일하고 있는 쩐반중 씨.

쩐 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강한 의지와 남다른 노력으로 영주권과 국적 취득에 유리한 거주 비자(F2)로 또 한 번 체류자격을 변경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거의 대부분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받는데,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사업장에서 일정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요청하면 특정 활동(E7) 비자로 변경할 수 있다.

특히 거주 비자(F2)를 받기 위해서는 학력(전문학사 이상)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한국어능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총 5단계로 2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쩐 씨는 한국 사람도 어렵다는 5단계 과정을 모두 통과했다. 국적 취득이 확정될 때까지는 주·정차나 신호 위반 등 불법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2년 간 3회 이상 적발되면 국적 취득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돼 자칫 국적 취득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쩐 씨의 체류자격 변경 과정은 아시아권 국가의 주한 대사관에서 비전문취업 외국인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쩐반중 씨와 한영대학교 임정섭 총장.
쩐반중 씨와 한영대학교 임정섭 총장.

쩐 씨는 근무 시간 외에는 여수시가 운영하는 외국인주민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다.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2018년 여수 한영대학교 사회복지과 야간과정에 등록해 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에서는 시험, 리포트 작성 등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의 도전과 긍정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한 임정섭 총장은 귀화신청 추천장을 써 줬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국적 취득 귀화시험에 합격했다.

쩐 씨는 이후 법원에서 성·본 창설과 개명 허가를 받고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를 마쳤다. 지난달 22일 임시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으며, 정식 주민등록증은 다음 주 초에 발급될 예정이다. 한국식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따와 ‘최민국’으로 지었다. 본은 ‘여수 최’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국내 산업현장의 인력 공동화에 대응해 지자체마다 다각적인 해법들이 논의되는 요즘 쩐 씨의 사례는 2019년 4월 제주에서 열린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정책 담당자 워크숍’에서 이주 근로자의 바람직한 국내 정착 사례로 소개됐다. 특히 여수지역 외국인 근로자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최초이며, 전남도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쩐 씨는 “한국에서 만난 좋은 분들의 도움과 헌신, 한국정부의 유연한 이민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문화쉼터나 외국인쉼터 등에서 복지 일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쩐반중 씨 가족.
쩐반중 씨 가족.
쩐반중 씨 가족.
쩐반중 씨 가족.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무엇보다 쩐 씨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결정적 배경에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컸다. 현재 부인(30), 두 딸과 여수에서 살고 있는 쩐 씨는 외국인 근로자이다 보니 유치원 등 부담해야 할 교육비가 만만치 않았다. 한국 국민이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첫째 아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됐다. 쩐 씨는 아울러 홀로 계신 아버지를 한국에 모시고 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전했다. 베트남 전쟁 때 부상을 입은 아버지를 한국의 우수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수시외국인주민센터에서 인연을 맺어 국적취득 과정을 처음부터 도운 여수시청 A 주무관(현 시립도서관 근무)은 “국적 취득까지는 심사 등 2년여가 소요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데 쩐 씨의 노력과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쩐 씨는 겹경사를 맞았다. 국적 취득으로 온 가족이 여수시민이 되는 동시에 오는 4월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쩐 씨는 “어렵게 국적을 취득한 만큼 여수시민으로서 긍지를 갖고 오래도록 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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