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역 내 갈등심화와 대립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내버스노조가 어렵게 파업을 풀자 이번에는 여수지역건설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라는 대사를 앞두고 시민 모두가 함께 뛰어도 될까 말까 한데 이렇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불협화음 일색이다.

여수에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두 개의 그룹이 있다. 바로 여수건설노조와 여수산단이다. 그들이 가진 힘은 참으로 막강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힘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누구도 이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꺼려한다.

그렇지만 여수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해야 할 말이기에 가감 없이 의견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여수는 강성노조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되었든 중소기업이 되었든 이를 우려하지 않은 기업은 없다.

그렇다 보니 여수의 기업조차도 여수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를 꺼려한다. 여수에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산단기업 취업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같으면 여수에서 제작했던 대형플랜트들도 지금은 외지에서 그 틀을 완성해 가져오면 여수에서 단순조립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을 빨리 진척시켜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여수의 근로자들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경제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요즘 사무실 주변의 식당에 가면 경상도나 타지에서 온 근로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에게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산단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여수의 근로자들은 일이 없어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거리를 찾아 외지에서 여수를 찾아온 사람들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경위야 어찌됐든 노조는 강성일변도로 시민들에게 비춰지고 있고, 기업은 그러한 여수사람을 철저히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여수경제의 현주소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로망이다. 그러면 여수는 과연 기업하기 좋은 도시일까. 지금까지의 모습은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애로를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닌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GS칼텍스가 1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망마산 일대에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수의 관문에 조성될 예정인 ‘화물자동차 휴게소’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GS가 아닌, 지역에 공장 하나 없는 SK가 선정됐다. 그러면서도 여수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경위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GS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질 일이다.

시민 정서도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단연 우세하지만 이미 사업자 선정의 상당부분이 진행된 상황이라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지역이 잘못한 일이다. 이것은 나름대로 지역에서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아닌 것이다.

기업이 피 같은 돈을 지역에 내놓으면 지역에서는 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도리다. 내 돈 내놓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조차 못 받으면 그것처럼 서러운 것은 없다.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얼마 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이 겪는 애로를 들었다. 그들이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에 하나는 500여개에 이르는 각종 사회단체와 예술문화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의 끊임없는 협찬금 요구였다.
지역에서 행사만 했다하면 기업들에게 관행적으로 협찬금을 요구하는 것에 기업들은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앓는다. 도와주지 않으면 후환이 두렵다는 속 얘기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지금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사회환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왕 하는 것 당당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에 대한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단체의 이러한 요구는 여수시 예산에서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보람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GS가 1천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지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듯이, 여타기업들도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지역에서 먼저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여수산단에 있는 기업들은 한 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들이 지역을 위해 명분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간간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집수리 해주는 것, 사회단체에 협찬금 지원하는 것 말고, 기업의 규모에 맞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기업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하자는 것이다.

무릇 모든 관계라는 것은 신의와 예절로써 이루어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부분에 있어 서로 부족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선뜻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려고 하지 않는다.

산단기업들에게 지역에 애정을 가져달라고, 지역을 위해 당신들이 무엇을 했냐고 요구하기 이전에, 우리 시민들부터 지역기업에 애정을 가져야 할 일이다. 시민들이 먼저 지역기업을 가슴으로 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당부 하나를 더하고자 한다. 여수산단 기업들이 구매하는 물품도 어지간하면 지역에서 구입해 달라는 당부다.
과거 같으면 어지간하면 지역에서 물품을 구매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어지간하면 서울 본사에서 구매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말도 못하고 죽을 맛이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애환을 대변해서 산단기업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여수에는 없다.

여수시도 이에 대해 침묵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대변해 주어야 할 경제단체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따로 언급하겠다)

그동안 여수시가 발주하는 수많은 관급공사들이 외지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헌납되고 있을 때에도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말도 못하고 서서히 고사되고 있는 것이 지역의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실상이다. 이 상태로는 지역경제가 살아날 턱이 없다.

지금부터 서로가 서로를 가슴으로 보듬어야 한다. 그 출발은 ‘네 탓’이 아니고, ‘내 탓’임을 자인하는 것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박람회 개최 전까지 만이라도 조금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면서 하나 되는 여수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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