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무료급식소 ‘사랑나눔터’ 흔적과 의미

정성껏 만든 반찬을 포장지에 나눠 담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정성껏 만든 반찬을 포장지에 나눠 담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2021년 2월 기준 여수시 인구 28만213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5만4985명으로 19.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독거노인은 1만6091명이다. 독거노인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노인 복지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년 기준 노인 인구 10만 명당 48.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수시는 이미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가 됐다. 올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수시는 복지 수요가 필요한 외부 인구 유입이 다른 지자체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단 기업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복지 사업들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정은 예산의 우선순위가 있는 만큼 노인 복지 예산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민관협력 체계 구축을 방향으로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정책과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GS칼텍스의 무료급식소 ‘사랑나눔터’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어르신들에게 배달될 반찬. (사진=마재일 기자)
어르신들에게 배달될 반찬.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을 전달한 복지사들이 반찬꾸러미를 차에 싣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을 전달한 복지사들이 반찬꾸러미를 차에 싣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사랑나눔터’ 95만 명 이용…복지관·경로당 역할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여수시 광림동, 충무동, 연등동, 서강동 등 원도심 지역은 온정의 손길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연등동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GS칼텍스 사랑나눔터’가 묵묵히 그 역할을 해왔다. 2008년 5월 개관한 ‘사랑나눔터’는 고령화 시대에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빈곤 어르신들이 증가하는 지역 상황을 고려해 매주 월~금 하루 350여 명의 어르신에게 점심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100만 명 가까운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자원봉사자는 GS칼텍스 사원부인회·퇴직사우회·각종 봉사단체 회원 등 4만6000명, 투입 예산 35억 3800만 원 등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찬꾸러미를 차에 싣고 있는 GS칼텍스 지역협력팀 박종길 책임과 업무팀 고흥석 책임.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를 차에 싣고 있는 GS칼텍스 지역협력팀 박종길 책임과 업무팀 고흥석 책임. (사진=마재일 기자)

사랑나눔터는 단순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랑나눔터는 사실상 복지관, 경로당 역할을 한다. 하루 한 끼 식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안부를 묻고 건강도 챙긴다. 특히 독거 어르신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매주 금요일 식당에 스크린을 만들어 추억의 영화 상영도 하고 매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요리교실과 생일잔치를 연다. 사랑나눔터 문을 열기 전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린다. 이 때문에 식사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일부 어르신은 이사를 갔다가 이곳을 잊지 못해 다시 이사를 올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합금지의 영향으로 지난해 2월 3일부터 무료급식소 운영이 잠정 중단되면서 어르신들이 끼니를 거를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르신 지원 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홀몸 노인 가정에 쌀 5㎏과 라면, 배추김치, 조미김 등 밥·반찬거리, 간식 등 긴급 구호식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본지 기자는 사랑나눔터를 찾아 반찬을 만들고 어르신들에게 배달하는 과정을 동행했다.
 

어르신들 생일 잔치. (사진=GS칼텍스 제공)
어르신들 생일 잔치. (사진=GS칼텍스 제공)

코로나19로 급식 중단…반찬꾸러미로 전환 ‘호응’
외부 활동 어려워진 노인 안부도 살피고 일석이조

GS칼텍스 사랑나눔터는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1회 밑반찬, 김치, 즉석국 등을 담은 반찬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심각한 결식이 우려되는 어르신 20명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20명은 주 1회 직접 전달하는 등 무료급식소 운영 중단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상자는 총 320명이다. 매주 160명씩 전달하며, 어르신들은 격주에 한번 받게 된다.

매일 정성들여 만든 밑반찬은 4종이다. 식단은 어르신들의 영양을 고려해 영양사가 직접 짠다.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하던 일은 노인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어르신들이 반찬 나눔 사업을 돕고 있다. 김치와 즉석국 등은 식품 전문 업체에서 어르신 입맛에 맞게 구입한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는 밑반찬을 쉽게 상하지 않는 마른 반찬 위주로 조리하고, 조리 즉시 밀봉 포장한다. 밑반찬, 김치 등 모든 식품은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 안전을 최우선했다.
 

GS칼텍스 지역협력팀 박종길 책임(왼쪽)과 업무팀 고흥석 책임. (사진=마재일 기자)
GS칼텍스 지역협력팀 박종길 책임(왼쪽)과 업무팀 고흥석 책임.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는 여수시노인복지관, 문수종합사회복지관, 미평종합사회복지관, 문수종합복지관,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등의 복지사와 생활관리사들이 어르신들에게 일대일로 전달하며 식품 위생과 건강까지 챙긴다.

GS칼텍스 지역협력팀 박종길 책임은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잠정 중단돼 안타까운 마음이다. 직접 어르신들 댁으로 찾아가서 반찬을 배달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코로나를 극복해 예전처럼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와서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랑나눔터 무료급식 대상자는 65세 이상 결식이 우려되는 어르신이지만 오시는 분을 막을 수는 없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오시는 분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인근 지역은 물론 고소동, 공화동, 국동 심지어 상암동, 돌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걸어서 오기도 한다.
 

2008년 사랑나눔터 출발부터 함께 한 박정옥 실장은 “하루하루가 보람 있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2008년 사랑나눔터 출발부터 함께 한 박정옥 실장은 “하루하루가 보람 있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2008년 사랑나눔터 출발부터 함께 한 박정옥 실장은 “하루하루가 보람 있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코로나19로 무료 급식이 중단된 이후 반찬과 도시락을 준비해 제공하는데 새벽부터 와서 기다렸다가 반찬을 가져가는 어르신도 있다. 이 반찬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오래오래 대접하고 싶다”라고 했다. 박종길 책임은 박 실장에 대해 “수백 명분의 식사를 한꺼번에 준비하고 대접해야 하는데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경험이 많아 일사분란하게 현장을 지휘한다. 봉사자들에 대한 안부도 챙기는 등 관리를 잘 한다. 사랑나눔터 살림살이를 도맡아 해 없어서는 안 될 분이다”라고 치켜세웠다.

GS칼텍스 퇴직 사우들도 급식에 참여해 식당·잔반 정리 등을 돕는다. 가장 먼저 나와서 가장 늦게 퇴근할 정도로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박 책임은 “수백 명의 어르신들을 모두 기억하고 14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열정적인 선배님도 계신다”라고 말했다. 사랑나눔터에서 봉사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뿌듯함을 잊을 수 없어 지속해서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적지 않다. 자녀와 함께 봉사하는 이들도 있다.
 

반찬을 차에 싣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을 차에 싣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박 책임은 “사랑나눔터는 30개의 봉사단체가 참여하는데 절반 이상은 10년 이상 봉사한 사람들이다. 꾸준히 참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봉사를 못 하다 보니 봉사단체가 해체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박 책임은 또 어르신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복날 닭요리나 설 명절 떡국 등 특식이 나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영향으로 가족들의 방문도 줄어든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들의 방문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여수시 충무동의 한 어르신은 “코로나 때문에 시장도 못가고 경로당도 못가고 하는데 반찬을 해다 줘서 감사하게 잘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르신은 “부부가 거동이 불편한데 이렇게 직접 와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가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가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있는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있는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한 분 한분이 모두 부모 같다”

이처럼 반찬꾸러미는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해결하는 수단 그 이상이다. 반찬을 배달하면서 복지사들은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으며 노인들의 우울이나 고독을 살핀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나 얼굴색을 보고 그들이 처한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박종길 책임은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하면 어르신들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게 된다. 차마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처지의 얘기들도 많다. 지표상의 경제력은 있는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분도 계신다”라고 말했다. 구순의 어머니와 칠순의 딸이 기초수급자인 경우도 있다. 박 책임은 “우리가 챙겨야 하는 어르신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했다. 그는 또 “부모를 방치하다시피 한 자식들이 적지 않다. 늘 오던 어르신이 며칠 안 오면 궁금해 안부를 확인한다.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병원에 입원하신 분도 계시고 자식 집에 가 있는 어르신도 있다”라고 했다.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있는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있는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마중나온 어르신을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이 부축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마중나온 어르신을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이 부축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한 어르신은 여름에 식사하러 걸어오시다 쓰러지기도 했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자식들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했다. GS칼텍스 업무팀 고흥석 책임은 “어르신들이 여름에 종종 쓰러지신다. 사랑나눔터는 이를 대비해 응급조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은 “매주 한 번씩 보는데 정이 들죠. 반찬 꾸러미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일부러 문 앞까지 배웅 나오는 분들도 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한 분 한분이 모두 부모 같다.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대한다”라고 말했다. 허현주 사회복지사는 “어렵게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은데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가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가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을 전하러 온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을 어르신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을 전하러 온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을 어르신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반찬꾸러미 전달에 나선 소나무재가노인지원센터 유미숙 과장과 허현주 복지사.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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