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무사 채용 추경 5억 삭감 놓고 대립
노동계‧시민사회단체, 예산 삭감 복구 촉구
이광일 “학생 학력 향상…다른 방안 찾아야”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진보당 전남도당.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진보당 전남도당.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학교 조리실무사 충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해 해당 노조가 강력 반발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도 이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진보당 전남도당과 공무원노조 전남교육청지부, 전교조 전남지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규탄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삭감 예산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최근 전남교육청 2021년도 제1회 추경예산 심의에서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인력 충원은 예산 효율성에 맞지 않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쓰여야 한다며 조리실무사 53명을 신규 충원하기 위한 인건비 5억 2000만 원을 삭감했다. 조리실무사는 학교 급식소에서 학생들의 급식을 위해 조리업무를 하고 있는데 전남교육청에 239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당 전남도당은 9일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에서 민주당 일당독주 오만함과 그 폐해가 학교 조리실무사 예산삭감으로 나타났다”며 “민주당은 노사교섭을 무력화하는 반민주 반노동 행위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고 조리실무사 인원충원 예산을 원상 복구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당 전남도당은 이어 “‘뼈 빠지게 일해서 병원비로 다 나간다’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노조와 도교육청이 지난 3년간 교섭을 진행하고 합의한 결과”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가장 먼저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인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인원충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교육위원들 스스로 무능함과 반노동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여수지회가 지난 3일 여수시 신월동 이광일 도의원 사무실 앞에서 조리실무사 예산삭감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여수지회 제공)
학교비정규직노조 여수지회가 지난 3일 여수시 신월동 이광일 도의원 사무실 앞에서 조리실무사 예산삭감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여수지회 제공)

공무원노조 전남교육청지부와 전교조 전남지부도 9일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연말에도 관련 예산을 반액 삭감하더니 이번 추경에서는 전액 삭감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현재 학교 급식실에서 노동하고 있는 조리실무사 1명당 150여 명을 담당하는 것에 비해 공공기관의 조리실무사는 1명당 50~70명 정도”라며 “공공기관 조리실무사에 비해 학교 조리실무사는 2~3배 높은 노동 강도를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전남교육청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 기준을 150명에서 유·초등학생 140명당 1명, 중·고·특수학교 학생 130명당 1명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180여 명의 인원 충원에 합의해 상반기 82명이 충원됐고, 남은 100명 중에서 50명분의 추경예산 5억 원만을 신청한 상황임에도 도의회에서는 이마저도 전액 삭감했다”고 했다. 이어 “도교육청이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하더라도 원만하게 협의를 중재해야 할 도의회가 교육청에서도 수용한 조리실무사 인력 충원을 오히려 도의회가 주도해 삭감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학생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며 “도의회는 비상식적인 조리실무사 채용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민주당 전남도당은 사태의 신중함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도 9일 성명서를 통해 “도의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노동 무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학교 조리실무사 신규충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도의회 교육위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관련 예산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도의회가 예산삭감의 논리로 내세운 예산규모 축소와 학력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도교육청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면 예산 규모를 늘리거나 토건‧소모성‧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력 격차가 심각해지는 것은 범국가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조리실무사 충원예산을 깎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사들의 처우개선은 그 자체로도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어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며 관련 예산을 원상 복구를 거듭 촉구했다.

이광일 의원
이광일 의원

반면 이번 예산삭감을 주도한 전남도의회 이광일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전남교육청 예산은 내국세 감소와 학생 수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2270억 원이 줄어든 반면 인건비는 총 예산의 64%를 차지하면서 학력 향상을 위한 사업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남의 학생 수는 2019년 21만 2092명에서 21년 20만 2611명으로 9481명이 줄었고 2024년 9964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전남교육청의 조리실무사는 2019년 2308명에서 올해 2390명으로 91명이 증가했다”며 “코로나로 수업일수도 줄고 학생 수도 갈수록 줄고 있는데 조리실무사를 충원하는 것은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력은 낮아지고 학력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조리실무사 충원보다 학력 향상을 위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타 시도의 경우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동안 출근 일수는 청소일 4~5일인 반면 전남도는 매일 출근해 급여일수를 인정받고 있다”며 “해결 방안으로 근로 강도가 낮은 학교와 높은 학교의 근무지 변경을 통해 조리실무사들의 인사교류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조리업무는 학생 수와 근무환경에 따라 노동 강도가 차이가 난다”며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해결 방법이 아니라 환경개선을 시키는 방안과 노동 강도의 완화를 위해 균형 잡힌 인사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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