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대학병원 절실 한목소리…방법은 제각각 ⑥]

전남지역 의대 신설과 함께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의대·병원 유치전이 치열한 가운데 여수는 주철현(여수 갑) ‘전남대 여수 국동캠퍼스 의대(학과 신설)·병원(분원)’, 김회재(여수 을) ‘순천 의대·여수 병원(율촌)’으로 나뉘면서 지역민의 오랜 염원인 대학병원 유치를 위한 결속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수시도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고 여수시의회, 시민사회단체도 제각각이다.

양측의 주장이 실현되면 여수에 의대 1곳과 2개의 대학병원이 설립된다. 추산 가능한 비용이 1조 원에 가깝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예산과 부지 확보 등에 대한 로드맵 제시도 없이 막연하게 유치만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목포시는 이미 부지를 확정했고, 순천시 또한 내부적으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여수로서는 갈 길이 먼 데 양 국회의원과 시장의 생각이 모두 달라 도대체 누구 말을 신뢰해야 할지 시민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지역사회 결국 ‘소통 부족’으로 귀결
‘시민 염원 실현’ 정치인의 기본 책무
‘과제 산적’ 최적안 도출 머리 맞대야

답보상태에 놓인 정부·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 지역민의 기대대로 ‘결론’이 나야 한다. 하지만 우선 코로나19가 진정돼야 하고 내년 대선 정국과 맞물릴 가능성이 커 전남 의대 설립 문제가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와는 대선 이후에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차량 전복 교통사고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대원. (사진=여수소방서 제공)
▲ 차량 전복 교통사고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대원. (사진=여수소방서 제공)

어쨌든 전남에, 동부권에, 그리고 국동캠퍼스든 율촌이든 여수 대학병원 설립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지역 처지에서는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물론 치밀한 준비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정치 공학적으로 판단하고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과 단합된 목소리가 절실하다.

목포대 의과대학·대학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서 보듯 의대‧병원이 설립되면 직접고용 4714명, 간접고용 1만8000명, 직접 생산유발 효과 9438억 원, 간접 생산유발 효과 1조4897억 등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히 큰데 순천시가 병원을 여수에 양보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순천시는 이미 부지 제공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지역의 이익 앞에서 상생의 가치가 얼마나 실현될지 의문이다.

‘대학병원 유치’는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에게는 숙원일 수밖에 없다. 조금 비틀면 정치인들에게는 ‘치적 쌓기용’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생존권을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분열된 접근법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정치판의 이전투구에 휩쓸려 결국 대학병원 설립이라는 실제적인 성과가 무산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비마다 지역 현안과 정책을 조율하고 공동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통로가 사라진 현 지역 사회의 최대 위기는 리더십 약화로 단합의 구심점이 없다. 갈등이 표출됐을 때 이를 조정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오봉 여수시장, 주철현·김회재 국회의원, 전창곤 여수시 의장의 공통점이 있다면 거대 여당 소속이다. 그런데 현안마다 대립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는 지역여론을 양분시키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뿐이다.
 

왼쪽부터 주철현(여수 갑), 김회재(여수 을) 국회의원, 권오봉 여수시장, 전창곤 여수시의장.
왼쪽부터 주철현(여수 갑), 김회재(여수 을) 국회의원, 권오봉 여수시장, 전창곤 여수시의장.

현재 상황을 잘 조율해 결집하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고, 지역 사회가 온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이런 행태는 오랜 시민 염원과는 달리 되레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조 섞인 여론이 팽배해지면 남는 것은 무관심이다. 지역사회도 하나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정부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 유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화력을 집중할 것인지, 지역 사회의 고도화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공동 목표를 정하고 대응하는 논의의 장도 필요하다.

통상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까지 약 15년 이상 소요되고, 대학병원 정상운영까지는 30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의대 신설로 소모되는 비용과 의료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9월 낸 ‘공공의료자원 확충과 전남의 의대 육성 방향’ 자료를 보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병원 쇼핑’을 갈 필요 없이, 지역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동네의원과 공공의료원이 신설 의대를 중심으로 연계 운영되는 ‘전남형 의료 시스템’ 구축을 제언했다.

도서지역·해양안전 등 서부지역의 특성과 중화학공업단지와 산업재해 위험을 고려한 동부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병원 확충, 동·서 지역의 종합병원이 신설 의대와 연계 운영되고 전남의 보건소 및 공공병원이 하나의 병원 네트워크로 운영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의대 부속병원의 신설보다는 기존 공공의료원의 업그레이드, 민간 병원 연계·인수 등을 통해 신속한 의료 인프라 확충과 신설 비용 절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다에 빠진 외국인 선원을 긴급 이송하는 여수해경. (사진=여수해경 제공)
바다에 빠진 외국인 선원을 긴급 이송하는 여수해경. (사진=여수해경 제공)

여수시는 지난 2013년 3월 21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와 여수지역에서 중증 화상환자가 발생할 경우 헬기로 긴급 이송하도록 협약했다. 화상환자의 항공이송과 치료를 119와 연계해 한강성심병원이 맡고 산단 공장장 협의회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중단됐다.

대학병원이 생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뚝딱 해결되지 않는다. 할 일이 많다. 지금은 개인의 자존심을 건 진영의 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다. 내 방법만 옳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게 올바른 정치의 방식이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목표를 설정하고 모두가 협력해야 실현 가능하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제각각 대응은 종국에는 최종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향후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길 면피용이 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마재일 기자
마재일 기자

지역 정치권은 근원적으로 의제를 공론화하고 여수의 미래를 기획한다는 책무를 전제로 공적 의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의 효용이 뭔가를 깊이 성찰했으며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논쟁과 대화를 통해 타협과 합의점을 만들어간다는 정치 본연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정치인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지역사회 내부의 갈등을 정치라는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 공익을 위한 정책대결로 가는 과정과 공간이 필요하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내 편의 의견이 아니면 무조건 ‘노’라고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오랜 염원을 실현할 책무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있다. 시민들로부터 대학병원 유치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았으면 그 무게가 상당할 것이다. 그 무게를 감당하려고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 염원을 저버렸을 때 시민 저항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끝-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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