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독한 소리를 즐겨하는 나는 결코 점잖은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손해 보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독한 소리를 쉬고 싶었다. 지난 3년 동안 전임 시장과 여수시를 향해 어지간히 독한 소리를 했으니 한두 달 정도는 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쉰다고 난리다. 온갖 제보를 다 넘겨주면서 “왜 아닌 것을 보면서도 침묵하느냐?”며 난리다. 다시 싸움터에 나가 싸움을 시작하라는 성화가 대단하다.

그런데 연말까지는 두 번째 책을 출간해야 하고 3주년 창간기념식 준비도 해야 하고, 내년 사업구상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요즘은 일체의 외부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오직 그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퇴계 이황선생께서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 있다.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는 말이다.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지만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미만 퍼먹고 살 수 없어 올해도 어김없이 책을 쓰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의 출판이 끝날 때까지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하는 마음으로 지내겠다. 독자들께서도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기다려 주기를 당부 드린다.

김충석 시장 취임 이후 이제 다섯 달째 접어들고 있다. 취임 이후 김 시장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 미흡한 것들이 많다.
박람회 준비도 그렇고, 공무원들의 기강도 그렇고, 도시의 밑그림도 그렇고... 이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참으로 많다.

밖에서 바라보는 공직사회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고 있는데 김 시장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직사회가 무엇인가 일사분란하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이것은 기강의 문제이기도 하고 리더십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엑스포라는 대사를 앞둔 여수의 공직사회에 팽팽한 긴장감이 없다.

하반기 조직개편을 앞두고 일손을 놓고 있는 공무원도 제법 눈에 띈다. 하루하루가 금쪽같은 시간인데 참으로 느긋한 공직자도 눈에 띈다.
늦었지만 이제 김 시장은 칼을 빼 들어야 한다. 일부 공무원들에게 대단히 미안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일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번에 김 시장이 국장 두 사람과 과장 한 사람을 대기발령한 것에 대해서는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지언정 징계 자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칼을 뺐다는 것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동의한다. 김 시장은 이왕지사 이번에 뽑은 그 칼을 제대로 휘둘러야 한다.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 일하지 않고 상관 눈치나 살피는 공무원, 시민들의 세금을 자신의 호주머니 돈으로 생각하는 공무원, 직위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공무원, 시민들에게 고압적인 공무원, 안 되는 이유부터 들이대는 무능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고도 엄한 인사조치가 있어야 한다.

김 시장의 이 칼은 지난 7월에 취임하자마자 빼어들었어야 했다. 시민들의 피같은 돈에 빨대를 꼽아 빨아먹는 비리사업을 마치 충직한 사냥개같이 추진했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취임하자마자 단호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비리를 저지르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 엄청난 시민 혈세가 낭비되는 사업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 사업을 밀어붙인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 본보기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5개월여가 지났다.

그래서 취임 초에 바짝 긴장했던 공무원들도 “이거 별거 아니네?”하는 생각으로 또 다시 과거로 회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금도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공무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능력도 없으면서 과분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고위공무원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김 시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사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도시는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상전노릇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한다 할지라도 시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공직이라는 자리가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부패는 시작된다.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 부정부패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시민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패와 부조리가 현재의 틀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시민이 이러한 그릇된 일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욕구가 인사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한번 칼춤을 출 때 제대로 한번 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똑같은 조건으로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변하지 않고 여수가 변할 턱이 없다. 무능하고 부패한 공무원이 대접받는 공직사회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제대로 대접받는 공직사회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이번 조직개편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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