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수 관광, 도전과 변화 앞에서 ①] 위드 코로나 시대 여수 관광의 새로운 돌파구와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

여수밤바다 등으로 몇 년 간 핫 플레이스로 주목을 받은 여수 관광은 이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른 도시는 기존 자연과 문화유산에 관광자원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관광산업은 잠시 한눈을 팔면 도태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관광객들의 시선을 되돌리는 데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관광은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혁신적인 관광 전략 모색과 특화된 관광콘텐츠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는 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활용하고 구체화해 실행할 것인지는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관광도시로서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강과 행복을 위한 ‘웰니스(wellness) 관광’,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한 곳에 머물며 보고 즐기고 먹고 느끼는 ‘마을여행’ 등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와 보완해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이와 함께 지역 관광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여수 관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여수 원도심. (사진=뉴스탑전남 DB)
여수 원도심. (사진=뉴스탑전남 DB)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독창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따분하지 않은

여수시와 여수시관광협의회는 지난 6일 여수문화홀에서 여수시관광협의회 회원과 관광전문가, 공무원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드 코로나 시대 멈춤 없는 관광산업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시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여수시 관광산업의 현실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발전 방안과 돌파구 모색을 위한 고민의 시간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목받고 있는 웰니스·온택트관광 개발을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섬과 해양자원을 활용한 여수만의 고품격 웰니스 관광 콘텐츠 개발로 여수관광의 질적 성장을 꾀하고 992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웰니스 관광산업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용역 주요 내용은 여수시 웰니스 관광의 현황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비전 및 목표를 설정하고 섬과 해양 치유를 접목한 프로그램 개발, 기존 관광자원을 활용한 신규 웰니스 관광지 발굴, 온택트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 등이다.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웰니스 관광은 말 그대로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관광을 뜻한다. 일시적인 휴식을 위한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여행에 힐링과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웰니스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평균 지출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올해 전국 51곳을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하는 등 국정과제로 정해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 거점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웰니스 관광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웰니스 관광 육성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6일 여수문화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지속가능한 여수관광 발전방안 심포지엄. (사진=여수시 제공)
지난 6일 여수문화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지속가능한 여수관광 발전방안 심포지엄. (사진=여수시 제공)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일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도 대안관광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최적의 장소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가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릴 수 있는 자연경관을 갖춘 도시라면 여수를 빼놓을 수 없다. 대신 일하고 먹고 자고 쉬는데 불편함이 없는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행객이 그 도시를 찾는다고 해서 그 도시의 모든 곳을 방문하지는 않는다. 도시의 동네 콘텐츠도 중요해지고 있다. 동네가 브랜드화 되면서 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네 자원과 체험을 연결해 주민과 여행자가 교류하는 공유 숙박, 마을호텔, 커뮤니티호텔이 동네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MZ세대 공략 차원으로 서울에서 제주 마을 여행 통합 브랜드인 ‘카름스테이’를 공개했다. ‘카름스테이(KaReum Stay)’는 제주의 작은 마을, 동네를 뜻하는 ’가름(카름)‘과 머묾을 의미하는 ’스테이‘를 결합한 용어로, 제각각 흩어져 있는 제주의 마을 여행을 한데 엮은 브랜드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 브랜드를 론칭하고 2023년까지 여행 프로그램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카름스테이 브랜드 로고.
카름스테이 브랜드 로고.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카름스테이’의 지향점은 ‘머묾·쉼과 여유·다정함’이다. 짧고, 겉만 보고 가는 마을 여행 패턴이 아닌 머묾, 사람과의 경험 통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카름스테이를 통해 지역민이 운영하는 민박·농어촌빈집 등의 숙소에서 머물며 ‘동백마을 사람들’과 ‘해녀 삼촌’등의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주어진다.

관광은 여수에 한번 온 이들에게 ‘매력적인 도시’, ‘다시 오고 싶은 도시’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독창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따분하지 않은 ‘보랏빛 소’가 요구된다. 독창적인 마케팅 기법을 제시해 ‘마케팅 혁명가’로 불리는 세스 고딘(Seth Godin)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는 누런 소들 사이에 보랏빛 소가 있다면 사람들은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파한다.

세스 고딘은 가족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 수백 마리의 소떼가 초원의 풀을 뜯는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나 20분 이상 지나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 수백 마리 소들 중 보랏빛 소가 한 마리 있었다면 얼마다 돋보였을까 하는 발상에서 등장한 소가 바로 ‘보랏빛 소’다. ‘보랏빛 소’ 이론은 기존 제품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일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입소문을 통한 생존 전략인데, 틈새시장의 개발과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물론 ‘보랏빛 소’가 되기 위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뛰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신안 퍼플(purple)섬, BTS 아이 퍼플 유(I PURPLE YOU)

도시의 시가지를 특정 색상으로 브랜드화하면 매력적인 공간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일부 우려가 있긴 하지만 ’특별한 색상‘은 더 매력적인 이미지와 감성을 부여해 공간을 재탄생시키거나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컬러 마케팅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도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 보라색은 미국의 경우 보수인 공화당(빨강)과 진보인 민주당(파랑)을 ‘통합’하는 색깔로도 쓰인다. 지난 1월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보라색 넥타이를 맸고, 커멀라 해리스 부통령, 질 바이든 영부인,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참석자들도 ‘보라색’ 옷을 입었다. 보라색이 다양한 의미를 상징하지만, 이날 취임식의 보라색은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고 통합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 2일 ‘퍼플(purple)섬’으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 반월도와 박지도를 ‘제1회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했다. 이들 섬은 1492m의 해상 목교인 퍼플교를 비롯해 마을의 지붕, 어장 표시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보라색 옷을 입으면 입도가 무료, 마을 식당에서 파는 밥까지 보라일 정도다. 보행교 군데군데 놓인 나무 의자에는 ‘신안(Shinan) 보라해’, ‘아이 퍼플 유’(I Purple You) 등의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반월·박지도 퍼플교. (사진=신안군 제공)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전 세계적 고민인 지역 불균형과 농촌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을 관광에서 찾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주민들이 떠나가며 가구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이들 섬에 2019년부터 지금까지 55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국제 공모전 형태로 진행된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에는 세계 75개국 170개 마을이 본선에 진출해 경쟁을 펼쳤다. ‘1회’라는 상징성이 큰 탓에 각 대륙별·국가별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섬은 CNN과 폭스뉴스, 홍콩의 유명 여행 잡지, 독일 위성TV 등을 통해 세계에 소개됐다. CNN은 퍼플섬을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이라고 평가했으며, 폭스뉴스는 독창성을 조명하며 찬사를 보냈다. 신안의 경우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색깔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을 거뒀다.
 

방탄소년단(BTS)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 (사진=유튜브 캡처)
방탄소년단(BTS)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 (사진=유튜브 캡처)

보라색은 BTS(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아이 퍼플 유’는 BTS 멤버 뷔가 만들어 낸 말이라고 한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색처럼 ‘끝까지 함께 사랑하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보라해요!’는 ‘아미’(BTS 팬) 사이에서 ‘서로 아껴 주고 의지하고 사랑해 주자’는 의미로 통한다.

BTS가 지난 11월 27일과 28일에 이어 12월 1일, 2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4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는데 티켓 판매로 3330만 달러(393억 9000만 원)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유튜브에 팬들이 올린 여러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BTS의 상징색인 보라로 통일한 아미들이 서로 “보라해(I purple you)”라고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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