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라면 그 어떤 것에 앞서는 것이 시민의 이익이고 행복이고 도시의 미래인지를 따져봐야 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분열적 행태보다는 공동체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모습. (사진=손정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모습. (사진=손정권)

도시의 성장‧발전은 갈등과 분열이 아닌 ‘협력의 정신’에 있고
각자도생 아닌 ‘공존이 생존’이라는 공동체 핵심 의제 필요

여수는 본 청사 별관증축, 경도개발,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박람회장 사후활용, 경도 개발사업, 부영아파트 분양 전환, 수산물특화시장, 대학병원 유치 등 시 정부-의회, 시 정부-주민, 시의회-주민, 정치-정치, 주민-주민 간 다양한 현안이 여러 갈등에 노출돼 있다. 사실 여수는 3여 통합 이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시점을 제외하고는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도시는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분출하면서 지역 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도시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각종 이해관계와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 등이 얽혀 있어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 유발과 갈등 해결 기회를 놓쳐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까지 치달아선 안 된다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갈등 관리가 필수 불가결하다. 이를 해결하고 관리하는 것이 시 정부 그리고 의회의 주요 역할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모든 구성원이 유념해야 할 점은 ‘도시의 성장과 발전은 갈등과 분열이 아닌 협력의 정신에 있다’는 것이다.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이 생존’이라는 공동체 핵심 의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갈등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갈등 해결 사례를 공유해 관계 관리와 갈등 해결 프로세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내 진영 간 갈등을 최소화해야 외부의 힘에 맞서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여수 만흥지구 평촌마을 천막 농성장.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 만흥지구 평촌마을 천막 농성장. (사진=마재일 기자)

현재 여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당장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인 관광은 전환점이 필요하고 박람회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의 싸움도 벌여야 할 판이다.

여수시와 시의회가, 더 나아가 정치권이 충분히 소통하면 도시 성장과 상생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불협화음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기되는 비판 중 가장 아프게 새겨야 할 것은 ‘지역 내 정치권 대립의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과 시의회, 시장과 국회의원,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의 갈등과 소통 부재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오죽했으면 갑, 을로 나뉜 선거구를 하나로 합하자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역발전을 저해할 정도라면 몽니가 되고 만다. 정치인이라면 그 어떤 것에 앞서는 것이 시민의 이익이고 행복이고 도시의 미래인지를 따져봐야 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분열적 행태보다는 공동체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가 되레 걸림돌이자 리스크?

일부 개발은 공공의 영역과 재산권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생태·환경문제는 지역의 자연자원 유산과 직결되고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생존의 문제이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이다. 반면 사업 지체로 인한 지역 주민의 비판적 절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행정과 정치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생산·고용 효과가 높은 민간투자 사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사실 민간 투자 유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자체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 온갖 혜택을 준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시 집행부와 여수시의회가 여기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을 했는지는 행정력과 정치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해양 경관이 훼손되고 부동산 투기 유발이 우려된다면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과 경관이 훼손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여수시의회에는 없는가.
 

여수 경도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여수 경도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민간투자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져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칸막이 행정과 소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작은 기득권에 매달리는 따로국밥 정치권, 덩치만 컸지 노쇠한 경제계가 여수의 가능성을 그저 가능성에만 머물게 하는 걸림돌이자 리스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리스크를 잠재우고 가능성을 발굴하는 임무를 수행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권오봉 시장이나 전창곤 의장, 주철현·김회재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

여수시의회만 보더라도 26명의 의원이 의견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역과 시민의 이익 앞에서는 하나 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견을 조율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게 의장과 상임위원장의 역할이다.

전창곤 의장은 제215회 폐회사를 통해 7대 의회 의원발의 조례 건수가 역대 최다인 205건으로 6대 의회보다 134건이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6대보다 삶의 질이 더 나아져 시민이 체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 의장은 인구감소, 지역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꼽으며 해결을 위해 시 정부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 지혜를 모으겠다며 내년에는 더 편안한 도시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 정부 간 갈등에 대해서는 “정치는 갈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해소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시 집행부와 문제를 지적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안하는 의회의 활동은 그래서 갈등이 아니라 갈등 해소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지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시민을 설득하고 타당성을 확보 하는가도 중요하다. 시의회가 시 집행부에 무조건 협조를 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허나 견제가 시민의 이해의 선을 넘어선다고 하면 몽니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권오봉 시장에게도 적용된다.
 

여수시공무원노조 본 청사 별관 증축 촉구 투쟁. (사진=여수시공무원노조 제공)
여수시공무원노조 본 청사 별관 증축 촉구 투쟁. (사진=여수시공무원노조 제공)

해결책 위한 논쟁인지 주장만 되풀이하는 논쟁인지 구분해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마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 속에 총성 없는 경쟁을 펼치는 엄중한 상황이다. 민선 7기에서는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고 일자리까지 만들어내는 고부가 가치 미래 먹거리가 상대적으로 안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젊은 층만 보더라도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뭔가. 결국,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고 해법을 마련하는 것도 ’정치‘다. 지역발전과 시민 이익에 충돌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보완하면 된다. 그 과정을 지혜롭게 잘 풀어나갈 리더십이 안 보인다.

시민들의 변화 욕구를 시의회가 수용하는 데 둔감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시는 주요 사업들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무력감이 커진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 과정은 차치하고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민선 7기 여수시와 시의회는 치열한 협치 과정이 아닌, 서로를 외면한 채 허송세월만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다들 벽에다 대고 외치고 있다. 자기들 입장만을 주장할 뿐이다. 메아리는 보도 자료로 대신하고 있다. 아예 귀를 닫고 있는 듯하다. 서로가 대화의 여지조차 차단하면서 풀릴 기미가 없다. 시의회는 시장이 의회를 무시한다하고, 시장은 의회가 건건이 발목 잡는다하고. 논쟁은 치열하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과정인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그러나 해결책을 위한 논쟁인지, 주장만 되풀이하는 논쟁인지는 구분돼야 한다.
 

900일이 넘도록 시청 주차장에서 농성 중인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사진=페북)
900일이 넘도록 시청 주차장에서 농성 중인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사진=페북)

‘해법’ 자기들 주장만…‘협치’ 리더십 절실
머지않아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불릴 수도

코로나19로 민생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민간투자 사업이든 정부투자 사업이든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릴 것 없이 모든 행정력, 정치력을 동원해 유치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만 사업 추진에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사리사욕이 아니라면, 지역 공동체를 정신을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민간투자 사업 유치는 일자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건설업체, 노동자 등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다. 특히 관광산업은 깨지기 쉬운 유리 같다. 흐름이 끊기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다양하게 다가오는 경제 충격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의 창출 차원에서라도 신규 민간 투자 사업 발굴은 이어져야 한다.

관광, 문화, 경제 전쟁에서 끓고 있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죽는 줄도 모르고 무너질 수 있다. 지역 정치가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성찰을 요구한다. 서서히 끓는 물속에서 땀을 흘리며 시원하다고 외쳐대는 사이 화상을 입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여수의 현실 앞에서 진정으로 애가 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해법은 제각각이다. 그 해법을 하나로 모을 ‘협치’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혹자는 여수를 산업단지와 관광산업이 어우러진 다이내믹한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는 줄고 있고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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