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기 ㈜지역다운레이블 대표
장상기 ㈜지역다운레이블 대표

얼마 전,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넥스트로컬(NEXTLOCAL)> 사업 심사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지역을 방문하여 희망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백 팀이나 지원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고, 그들의 아이디어들도 하나 같이 참신했다. 이와 유사한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등도 있다. 청년과 지역의 결합을 위한 마중물 사업들로 인해 지역에서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여러 화학 작용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중이다.

그들의 이러한 도전과 용기에 대해서는 손뼉을 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역에서 겪을 난관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아이디어나 기술 하나만을 들고 혈혈단신 지역으로 뛰어들기에는 지역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몸소 겪은 바이다. 본래의 지역색이나 정착 여부와 지역 커뮤니티로의 편입 의지, 주민들의 생존 공간에 대한 이해 등 비즈니스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미루어 볼 때, 중요한 것은 재능 있는 인재를 지역으로 유입시키기 전 그들의 연착륙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이 가진 자원의 경쟁력과 이를 활용할 플레이어의 유기적 결합을 도와줄 윤활유 같은 것 말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지만, 그중에 필자가 주목했던 부분은 로컬(Local)이라는 키워드였다. 국내 여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사람이 적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수요가 생기며, 자연스레 다양한 지역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지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기업은 지역과의 결합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했다. 그것의 효과를 논하기 전, 어쨌든 대기업이 이러한 지역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지역 자원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은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지역 재료를 몇 프로 첨가한 수준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마치 그 지역성을 모두 담은 듯한 과대 마케팅이 실질적으로 그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을 엮어 낼 수 있는 지역관리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역관리기업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로 지역을 재생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지역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 혜택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결국 그들의 공동체가 지속하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큰 골자다. 이미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관광두레, 그루경영체, DMO 등 중앙 정부에서도 이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때문인지 사회적 경제의 지역관리기업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그들의 비즈니스는 많은 부분 정책의 방향성이나 공적 영역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그들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관광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지역관리기업이 지역에 지속할 수 있도록 좀 더 섬세한 육성 전술이 필요하지만, 실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그동안 중앙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육성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획일적이고, 행정 중심적인 육성 기술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지역의 언어가 다른 것처럼 지역의 문제도 다양하고, 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적인 도전을 우리는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지역관리기업들에게 비즈니스의 성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 강요하고 있었다. 이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지역관리기업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결국, 그들은 행정의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로, 취약 계층을 무리하게 고용하는 자활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너무 전문적인 부분까지 그들에게 요구한 것은 아닐까 반성을 하게 된다. 그들의 강점이 열매를 채 맺기도 전에 성장이 멈춰버린 것 같다.

지역관리기업의 가자 큰 장점은 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며, 지역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그 주체들과 대화를 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을 지속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외부의 분야별 전문가, 행정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결국, 지자체 단위로 사람과 조직을 장기적으로, 그리고 지역 맞춤형으로 육성해야만 기업과 지역, 행정이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진짜 잘할 수 있는 것에 투자하고, 그것이 곧 정량적 성과를 넘어 지역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사방에서 지역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들과 지역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지역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동안 행정이 너무 주도적으로, 또는 무관심하게 그 관계를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지역관리기업을 잘 육성하고, 이들이 다양한 외부 기업, 크리에이터들과 잘 만날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지역에서 애를 쓰고 있는 지역관리기업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장상기 ㈜지역다운레이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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