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해 역할 할 부분 있다면 봉사 하겠다"
지역 정가, 권 시장 퇴임 이후 정치 행보 관심

현역 시장 무덤으로 불리는 여수시장 ‘재선’ 공식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권오봉 시장의 ‘재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모였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퇴임을 이틀 앞둔 28일 시장 부속실 한쪽에는 여러 개의 택배 박스가 놓여있었다. 권오봉 시장의 4년간 손때 묻은 소장품들이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진 시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권오봉 시장은 지난 4년간 시민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후 여수에 생활하면서 시민들이 원하면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권오봉 시장은 지난 4년간 시민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후 여수에 생활하면서 시민들이 원하면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권 시장은 덤덤함을 유지했다. 

"4년 세월 시민들 덕분에 행복했다"

선거 이후 많은 고뇌의 시간을 마주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여수시 미래를 위해 직원들과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해왔다"며 "특히 여수시의 중요한 시기에 방향을 설정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기반 설정을 위해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것은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시민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누구보다 행정을 잘 아는 그였지만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아쉬움도 있었다.

권 시장은 “코로나 펜데믹이 2년 동안 진행되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제약이 따랐다. 시민들과 함께 만나고 호흡하는 기회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가운데서도 여수지역의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했다는 것에 나름 보람을 찾는다.

그는 “여수지역의 73년간의 한이 서려 있던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돼 정말 감사한 일이고 자부심이 있다. 2018년 이후 3년 동안 여순사건 유족회가 반목과 갈등 없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특별법제정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여수의 미래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또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유치 또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업이었다. 시민들과 함께 유치 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로 여수시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권오봉 시장이 아이들과 웃음을 나누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권오봉 시장이 아이들과 웃음을 나누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하지만 그에게 가장 아쉽고 미완의 숙제가 있다. 여수시 별관 청사 건립 문제였다. 이로 인해 시의회와 시정을 운영하는 동안 길었던 반목의 원인 중의 하나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지역 현안과 맞물리면서 선거가 다가오면서 더욱 갈등이 고조되는 경향이 짙었다. 이로 인해 권 시장이 불통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모양새까지 연결되곤 했었다. 그러나 현재도 그는 진심 어린 마음을 표한다.

권 시장은 “청사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해결될 현안이 아니다. 시청사가 여덟 군데로 흩어져 있는 것은 여수시의 큰 문제점이다. 시민들의 불편함과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꼭 해결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행정의 기능을 모으고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문수 청사를 이전하고 청년 미디어센터와 커뮤니센터를 건립해 여문 지구의 정주 여건과 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그동안 번번이 시의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게 사실이다. 이는 절대 정치적, 지역적 고려 대상이 아니고 여수의 미래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특별법 국회 통과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특별법 국회 통과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떨어진 사람한테 그런 질문이 어딨느냐" (웃음)

권 시장은 만약 재선됐으면 해보고 싶었던 정책이 뭐였냐는 질문에 “떨어진 사람한테 그런 질문이 어딨느냐”며 웃음을 짓는다.

그는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으로 유족들에게 충분한 지원과 여순사건 기념 공원을 건립해야 한다. 특히 인구감소와 출산장려 시책인 다둥이 부모 연금 지원 정책은 꼭 실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때 권 시장은 특유의 시정 전반에 걸친 사안을 정리하지 않고 머릿속에 그렸던 정책들을 쏟아냈다.

권 시장은 “여수의 정주 여건 개선과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 어린이를 위한 교육 해결을 위한 정책 기반 조성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또 관광 기반 확충과 함께 돌산지역을 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국가산단의 탄소 중립 실천 목표 등 연구개발을 통한 스마트 산단 구축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어었다”고 풀어놨다.

이런 그가 꺼내기 어려운 말을 전했다.

권 시장은 후임 정기명 당선인에게 “연임 시장이 없으니 주요 정책들이 단절되는 문제가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주요 정책들은 일관성 있게 완성하는 것이 지역과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당부했다.

▲권오봉 시장이 시장 상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여수시청 제공)
▲권오봉 시장이 시장 상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여수시청 제공)

 

"시민을 위해 역할 할 부분이 있다면 봉사 하겠다"

"4년 최선 다했는데 부족한 부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현재 지역 정가에선 권 시장의 퇴임 이후 행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사를 준비하고 다음 총선에도 출마한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아직 무엇이 정답인지 찾고 있다. 낙선하면 여수를 떠날 것이라는 말들이 선거 기간 동안 파다했다. 여수에서 생활할 계획이다. 4년간 시정 경험이 아깝다는 주위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을 위해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봉사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역할을 요청하면 응할 계획이다”고 밝혀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권 시장의 마음 한 구석엔 돌덩이 하나가 눌려져 있다. 4년 전 시민들이 무소속인 자신을 지지한 것은 올바른 시정과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라는 것이었는 데 최선을 다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다.

그는 “4년 동안 최선을 다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코로나 방역과 일상 회복과정에서 아낌없이 협조해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시정에 애정을 가지시고 협조하고 참여 해주시길 바란다”며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김종호 기자 minje597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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