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이 제정 32년 만에 인사권 독립과 정책 지원 전문 인력 도입 등 여수시의회의 권한과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권한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일 못 한다는 핑계는 통할 수 없게 됐다. 또 시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장 후보 정책검증 시스템 등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여수시의회 전경.
여수시의회 전경.

오는 7월 1일 개원하는 제8대 여수시의회가 5일 제221회 임시회를 열어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에 이어 8일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11일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다.

전체 26명의 시의원 당선자 중 22명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여수시 갑·을 지역위원회는 최근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후보로 각각 6선의 김영규, 4선의 강재헌 당선자를 내정했다. 나머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별 잡음 없이 원 구성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우려한 민주당 중앙당은 이번 지방의회 출범을 앞두고 사전에 후보를 선출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가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린다는 지적 속에 큰 갈등 없이 마무리됐으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엇보다 일당 독점으로 시정 견제와 균형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지역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7대 시의회는 역대 어느 시의회보다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지난 4년 동안 의원 조례 발의는 모두 215건으로 6대 시의회 73건 때보다 크게 늘었다. 시정 질문은 102건(6대 107건), 10분 자유발언은 211건(6대 103건)으로 집계됐다. 특별위원회는 여순사건 특별위원회 등 6개가 구성됐고, 정책 연구를 위한 의원 연구단체도 7개 단체가 구성됐다.
 

8대 여수시의회 의원 당선자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8대 여수시의회 의원 당선자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개인의 왕성한 의정활동과는 별개로 시의회 전체로 보면 지역민들의 평가는 그리 후한 것만은 아니다.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고는 하지만 누구 잘잘못을 떠나 7대 여수시의회는 같은 당 소속 시장과 시 의장, 의원들이 많음에도 협치 보다는 잦은 갈등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했다.

의정활동 지표만 놓고 봤을 때 7대 시의회는 각종 권한이 강화돼 높아진 위상만큼 책임도 한층 무거워진 8대 시의회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의회는 임명, 휴직, 면직과 징계 등 사무국 인사권을 가지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전문 인력도 둘 수 있게 됐다. 적지 않은 세금을 들여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사무국 직원들의 인사권까지 갖게 된 여수시의회 의원들의 책임이 막중해진 것이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의원들의 인사 전횡, 줄 세우기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가 요구했던 사안이고 사무국 인사 또한 시 집행부가 하는 상황에서 시 정부 견제·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부터 시작됐다. 시민들이 일 잘하라고 인력 보충해 주고 인사 권한도 줬다. 그동안 권한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일 못 한다는 핑계는 통할 수 없게 됐다. 책임은 온전히 의원들 몫이다.
 

여수시의회 정책지워관 임용식. (사진=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 정책지원관 임용식. (사진=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는 과거 지역민들에게 불신을 주는 행태들을 적지 않게 보여 왔다.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갑·을, 계파·성향 등으로 나뉘어 서로 자리다툼, 감투싸움 등 꼴불견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표 매수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몸싸움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도 불거지면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선거 후유증은 사안마다 대립하며 소모적인 지역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7대 시의회에서는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큰 갈등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사안마다 갑·을 간, 의원 간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8대 여수시의회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까? 그런데 이번 8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벌써 이런 모습이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시장은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다. 수많은 사업의 인허가와 직원들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 같은 막강한 권한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가 소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장과 시의회를 한 정당이 독식하면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8대 여수시의회가 깨뜨려 주길 바란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갑·을 여수시의회 의원 당선자들이 총회를 하고 의장 후보 선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여수시의원 제공)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갑·을 여수시의회 의원 당선자들이 총회를 하고 의장 후보 선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여수시의원 제공)

의장 후보, 조례·시정 질문 등 최소한의 정책 검증 필요

이번 민주당 여수시 갑·을 지역위의 의장 후보 선출과정은 숙제도 남겼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써 민의를 대변하는 의장 선출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 검증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8대 시의장 후보에 도전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6선의 김영규, 3선의 이선효·김행기·백인숙 당선자다. 4선의 강재헌 당선자는 을 지역위에서 만장일치로 부의장에 추대됐다.

이처럼 의장의 경우 대부분 다선 의원이 출마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난 의정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의원으로서 지역구 말고 지역 전체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는 객관적인 기준, 일종의 정책검증시스템과 같은 최소한의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의장 후보들이 정견발표, 임기 동안 추진할 공약을 제시한다. 이것만으로는 시민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의회 출석 일수를 비롯해 조례 제정·개정, 10분 자유발언, 시정 질문 등 전문적인 정책 발굴과 같은 의회 업무 능력을 비롯해 도덕성, 자질 등을 점검하는 최소한의 정책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욱이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미 의장, 부의장 후보를 내정한 상황에서 나머지 무소속 의원 4명의 의사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여수시의회는 지난 2008년 후보자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요식 행위 정도로 여겨지고 무력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고 개선할 책무가 8대 의원들에게 주어졌다. 시민들이 시의회 스스로 감시하고 자정하는 품격 있는 의회를 요구하고 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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