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경계하고 유능함 증명해 내야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 (사진=여수시)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 (사진=여수시)

7월 1일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의 4년 임기가 시작됐다. 정 시장의 민선 8기 도시 비전과 취임사를 들여다보면, 소통과 통합, 변화와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잃어가는 전남 제1의 도시 명성을 되찾고 지역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

정 시장은 취임사에서 지금 여수는 3려 통합 당시 33만 명을 넘었던 인구는 현재 5만 명이나 줄어드는 등 전남 제1의 도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고 장기화한 코로나로 지역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등 대내외 위기와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 100년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시장은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열린 행정을 위해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시정의 답을 현장에서 찾겠다고 했다. 코로나로 살기 힘들었던 시민의 고충을 깊이 헤아리고, 시민 한분 한분을 섬기면서 화합과 행복, 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실의 문을 언제나 활짝 열어 놓고 직원의 고충도 격의 없이 듣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100년의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다. 시 정부와 시의회, 유관기관, 시민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수 원도심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여수 원도심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산적한 현안사업·위기상황 헤쳐 나갈 책무 막중

지금 여수뿐만 아니라 지방은 저출생과 고령화, 공동체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십 수 년 간 대책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효성에는 늘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의료·일자리·보육 등 기본 정주 여건 미비는 인구 유출을 가속화한다. 인구감소는 결국 정주 여건을 약화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여수는 올해 지역소멸 위험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소멸될 리는 만무하지만 위기의식을 가지고 절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심각성과 절박함을 정 시장이 모를 리 없다.

정 시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자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특색에 맞는 성장·발전 모델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떠나는 청년층을 붙잡을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한 때다.

그런데 정 시장은 여수MBC와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해 정주여건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는 문제로 현재로서는 인구감소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현실을 인정한 직설 화법이라고 해도 도시의 리더는 진심과 탈격식의 소통과 비전과 품격을 갖춘 정제된 소통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간부공무원 회의 모습. (사진=여수시)
간부공무원 회의 모습. (사진=여수시)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연일 치솟는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지역민들은 어느 때 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 시장에게는 지역에 산적한 현안사업과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정 시장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 물론 지자체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 시장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임기가 4년만 보장되는 계약직이다. 재계약을 맺으려면 성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 시장은 추석 전에 시민 1인당 30만 원의 일상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840억 원을 푸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민선 8기 여수시의 성패는 1년 안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여수 발전을 위한 과제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도 된다. 정 시장은 후보 시절 지역에서 20년 넘게 변호사를 하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토박이’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을 지역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 출마 경험도 갖고 있다. 준비된 정치인이라면 당선과 동시에 워밍업 없이 실전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정 시장 스스로가 유능함을 증명해 내야 한다.
 

간부공무원들과 인사. (사진=여수시)
간부공무원들과 인사. (사진=여수시)

결국 사람의 문제

정 시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정 운영을 강조했다. 인사는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적극 행정을 펼치는 직원이 우대받는 인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바뀌면 공직사회 생리상 줄서기나 줄 세우기 행태가 드러난다. 승진에 목을 맨 일부 공무원은 시장 측근이나 실세와의 연줄대기에 골몰하기도 한다. 인사관리가 낯설 수 있는 정 시장이 자칫 측근에 매몰될 소지도 없지 않다. 또한 시장은 자리의 무게만큼 곁자리도 중요하다. 정 시장은 정무직 비서실장이 아닌 팀장(6급) 공무원을 비서실장으로 임용했다. 그 배경에 대해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믿을맨’이 없어 불가피한 일시적 선택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여수시장 공약 및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시장은 취임 초인만큼 대대적인 인사이동 없이 소폭 인사를 예고한 상태이다. 하지만 벌써 측근들에게 줄을 대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얘기가 공직사회에서 나돌고 있다.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 취임식 행사 후 지역 시도의원과 인수위원 등이 참석한 기념사진. (사진=여수시)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 취임식 행사 후 지역 시도의원과 인수위원 등이 참석한 기념사진. (사진=여수시)

역대 시 정부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지만, 잡음이 없었던 인사는 드물었다.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는 ‘적재적소’ 인사, 과업에 대한 역할·책임·성과를 통한 ‘예측 가능한 인사’가 자리 잡아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정 시장은 4년 전보다 더 열악하고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역의 산적한 현안을 헤쳐 나가려면 결국 사람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행정경험이 없는 정 시장이 당장 공무원 조직을 어떻게 신발 밑창이 닳도록 뛰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만만찮은 일이다. 첫 시험대는 혁신과 변화에 미적대는 관료주의적 공무원 조직을 얼마나 잘 이끄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은 공직자들에게 ‘현장, 실용, 소통’ 행정을 강조하며 내부 변화를 요구했다. 간부회의 방식은 대폭 개선하고 읍·면·동장 현장 소통 강화, 공부하는 공무원 등을 지시하면서 공직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선 8기 여수시 공직사회는 긴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시청 공무원과 순천·광양시청 공무원이 줄곧 비교된다. 도청에서도 3개 시의 공무원을 평가하는 말을 들어보면 여수시청 공무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이는 거의 없다.
 

여수시청 홈페이지 캡처.
여수시청 홈페이지 캡처.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를

정 시장은 지역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혁신해 도시의 활력을 살릴 것이냐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 지역 주력 산업인 수산업과 국가·지방 산단, 관광에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개인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여수에 사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여수에서 사는 게 즐겁다면 누가 얼마나 여수를 떠나겠는가.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 떠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일자리는 여수산단에 있는데 순천이나 광양에서 거주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수가 관광으로 외형상 역동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인구가 준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 떠나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엇박자요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만 남는 도시가 될지 모른다.

초점은 ‘여수가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가 돼야 한다. 그래서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 중 정서적 만족감을 무시할 수 없다.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되, 문화·예술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라는 ‘하드파워’ 못지않게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도 중요하다.

많은 타지 사람들이 힐링 관광하러 여수를 방문한다. 이보다 터를 잡고 사는 시민에게 힐링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 방문객들을 위해 ‘노잼’(재미없는) 도시가 아닌 ‘꿀잼’(매우 재미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꿀잼’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해 주길 바란다.
 

여수세계박람회장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치밀하고 전략적인 준비 필요

민선 7기는 문재인 정부, 시 정부와 시의회 등의 상황으로 봤을 때 여수지역 민주당은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이 다수를 차지해 박람회장을 활성화할 최적의 상황이었다. 20대 총선에서 여수시민은 문재인 후보에게 62%를 줬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사후활용 주체를 놓고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치의 정치력도 중요해졌다. 같은 당이지만 현안마다 갈등과 대립하면서 민선 7기처럼 시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또다시 맞을 수 있다. 정 시장은 석 달에 한 번씩 당정협의회를 통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중앙권력과 민주당의 지방권력이 달라졌다. 지역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국민의힘이 호남을 깊게 파고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전남지역 시·군 단체장 6명을 접촉하면서 이들 지역에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소속 단체장을 만난다고 한다. 노관규 순천시장과 정인화 광양시장은 지난달 22일 호남출신의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방문 자리에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장은 지역의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수 신도심 웅천지구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여수 신도심 웅천지구 모습. (사진=뉴스탑전남)

이런 상황에서 정 시장이 국가사업이나 국비 지원이 필요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시장은 중앙에 법조인 선후배들이 많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수위나 몇몇 전문가의 의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공약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약 중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는 임기 내내 풀어 가야 할 과제일 수 있고 관광세·입도세 등 세원을 발굴해 시민 복지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지역 관련 업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민선 8기 출범도 전에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와 자문위원 구성 과정에서 입질에 올랐다. 언론과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면면의 자질 못지않게 향후 인사나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민원과 정책으로 은밀하게 포장한 특정 세력의 이권 챙기기 말이다. 정 시장 스스로 경계할 일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감시 또한 절실한 이유다.

아무쪼록 시민이 주신 막중한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신명을 바쳐 일하겠다고 한 다짐을 4년 내내 되새기며 그에 걸맞은 성과도 내 연임하는 시장이 되길 기원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마재일 기자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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