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필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위원.
최경필 순천문화재단 이사.

물은 흐르다가 막히면 우회해서 길을 내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렇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그것이 자연의 원리이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경전선도 그렇게 막힌 곳을 우회해서 가야 한다.

순천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 노선이 2곳이 있다. 하나는 전라선이고 또 하나는 경전선이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건설 당시에는 외곽이었지만 이제는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차량 흐름과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서 땅속으로 지하화하거나 우회해 철길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도심 철도를 걷어내는 일은 단순한 것이 아니고 순천 역사의 새로운 혁명적인 사건이다. 이참에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철길을 걷어내고 우회하는 새로운 노선을 구상해야 할 때가 되었다. 2011년 전라선은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면서 순천 동천 언저리를 달리던 구간이 교각 및 지하화되었지만 용당동 일대는 거대한 교각의 벽에 막혀 도심 경관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전라선 고속화 사업은 제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반영됐고 국토부는 3조 원 안(34분 단축)을, 전남도는 4조7,000억 원 안(38분 단축)을 제시했다. 이는 익산~여수 구간을 100% 신설이 아닌 절반 정도 새로운 철길을 만들고 설계 속도도 당초 250㎞에서 160~170㎞에 머무는 저속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라선이 고속철이라는 기능을 다하려면 순천역도 외곽으로 이전해야 하고 향후 입지는 신대지구나 광양읍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수까지 이어지는 고속노선을 충족시키려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전선 우회 설치도 국토부를 설득시키고 요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기존 일부 도심구간 지하화나 교각 설치는 순천역이 이전할 경우 예산낭비로 귀결될 수 있고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순천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

더군다나 10년, 20년 후에는 경전선도 복선화를 추진하게 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순천시민이라면 경전선 교각 설치는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 결코 경전선 철로 주변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순천시민 명예와 삶이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입장은 언제나 ‘예산타령’이고 예비타당성 조사 운운하면서 정부안을 받아들이라고 반협박(?)을 하고 있다. 도심 통과 철도 문제는 우리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 충북 충주시민들은 시내 관통 교각철도 노선의 철회와 우회를 주장하고 있고 강원도 태백시도 시내 관통 철도의 외곽 이설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시는 이미 1996년에 경부고속철도 노선의 도심구간 우회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29만 순천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 그동안 경전선은 사망선고 직전이었으나 그나마 벌교, 순천만국가정원, 화개장터 등 주변 관광지가 되살아나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없어도 그만인 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경전선이 제 기능을 다하고 여수(광양)-순천-보성-빛가람-무안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공항 이용객 편리까지 제공하려면 전남 동부권의 관심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최경필 순천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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