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연구단체 조례 ‘보완 필요’
심사위원 의회운영위원회가 맡아
연구결과보고서 홈페이지 비공개
시정 반영률 관건…환류시스템 시급

▲여수시의회.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여수시의회.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공부하는 의회와 시 발전을 위해 시정 각 분야별로 구성해 활동하는 의원 연구단체 관련 조례가 부실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여수시의회 의원연구단체 구성 및 운영 조례’는 여수시의회 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와 관계없이 시정발전을 위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단체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입법정책의 개발 및 의원발의 입법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의원 연구단체는 5~7명의 의원으로 구성하며 의원은 하나의 의원연구단체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의장은 해당 연구단체가 ▲의장의 승인 없이 연구 활동계획을 변경한 경우 ▲연구 활동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연구목적 이외에 연구 활동비를 사용한 경우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연구단체 등록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심사를 위해 ‘의원 연구단체 운영 심사위원회’를 두는데 의회운영위원회가 위원회의 기능을 수행한다. 의회운영위 위원은 위원회의 위원이 되며, 의회운영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각각 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한다.
 

▲무장애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 연구회 현장활동.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무장애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 연구회 현장활동.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심사위원회는 ▲의원 연구단체의 등록 및 취소에 관한 사항 ▲연구주제의 조정 및 연구 활동(변경)계획의 승인에 관한 사항 ▲의원정책개발비 책정 및 배분에 관한 사항 ▲연구 활동비 책정 및 배분에 관한 사항 ▲연구결과보고서의 승인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의원연구단체 운영에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

당해연도 의정운영공통경비의 10% 범위 내에서 연구 활동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연 5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의원 정책개발비는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장이 정한다. 정책개발비는 연구단체가 입법 활동과 정책개발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 과제를 위탁 시행하는 정책연구용역 비용을 말한다.

연구 활동비는 연구 주제 이외의 연구수행이나 그 밖에 다른 목적으로 연구 활동비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연구단체는 외부의 연구기관·단체 등과 공동으로 학술연구 용역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 활동비를 지원 받은 연구단체는 매년 연구 활동 중간보고서 또는 연구 활동 결과보고서에 연구 활동비 사용내역서와 증빙자료를 첨부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연구 활동보고서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원 연구사례집으로 발간할 수 있다.

7대에서 활동한 여수시의회 의원 연구단체는 ▲2019년 전통음식보존연구회, 향토유물보존연구회, 지속성장도시연구회, 농어촌융합산업정책연구회 ▲2020년 무장애도시 조성 정책 연구회, 슬로푸드 활성화 방안 연구회, 해양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회, 향토역사문화 연구회 ▲2021년 섬자원활용정책연구회, 도시상생발전연구회, 모두를 위한 도시 정책 연구회 등 11개이다.

8대 시의회에서도 새로운 연구단체 구성을 논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연구단체의 경우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특정 의원으로 구성해 자칫 연구보다는 친분 유지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전반적인 연구 활동이나 연구결과 보고서 승인 등을 심의하는 심사위원회를 의회운영위원들이 맡아 사실상 셀프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의원 연구 활동이나 보고서 평가 기준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
 

▲ 향토역사문화연구회 흥국사 일대 역사문화자원 탐방 및 흥국사 보존 문화재 관리현황 청취.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 향토역사문화연구회 흥국사 일대 역사문화자원 탐방 및 흥국사 보존 문화재 관리현황 청취.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심사위원회 구성 다양화 위해 외부 전문가 도입 필요
외부에 용역 맡기기도…보고서 직원들이 작성 ‘편하게’

민간 전문가 참여 등 심사위원회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 연구 활동이나 결과물을 제대도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료 의원인데다 전문성이 부족한 심사위원들이 연구 활동이나 보고서를 심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 활동이나 결과 보고서가 부실해도 이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다. 시민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에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또 일부 연구단체는 외부에 용역을 맡기기도 하는데 전문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 판단 없이도 의원들의 열정과 연구만으로도 대안을 제시할 있는 사안까지 습관적으로 외부 용역에 의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연구 활동 보고서는 대개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작성한다. 이처럼 의원들은 편해지지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는데다 직접 보고서를 쓰는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

여수시의회는 연구사례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연구 활동 보고서나 용역 결과물을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시의회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성남시의회는 연구 활동 중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연구 활동 결과보고서가 당초의 연구 활동 추진계획에 현저히 미달된 경우, 연구 활동비 사용내역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는 연구단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 해양관광활성화 방안 연구회 해양관광활성화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 해양관광활성화 방안 연구회 해양관광활성화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성남시의회 의원 연구 활동 지원 조례’ 정책연구용역비 집행 및 관리 조항을 보면 정책연구용역 수행 기관은 착수·중간·최종보고회를 수행해야 한다. 심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의회운영위 소속 의원 4명, 연구 활동 심의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 5명 등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해당 분야의 민간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으며 연구 활동 및 정책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평가한다. 연구단체는 정책연구용역이 완료되면 그 연구결과보고서를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같은 정당 소속의 의원만으로는 연구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전체의원 34명의 중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각각 17명씩이다. 전체 의원 26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22명을 차지하는 여수시의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8대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연구단체를 준비하면서 갑은 갑끼리, 을은 을끼리 구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 의회운영위 소속 의원 4명, 풍부한 경험과 식견이 있는 관련 전문가 등 12명 이내로 구성한다. 정책연구용역이 완료되면 결과보고서를 의회 홈페이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연구단체는 정책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활용계획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해시의회의 경우 정책연구용역보고회는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활동 및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는 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의정부시의회도 연구결과 보고서를 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섬자원활용정책연구회 도서지역 현장활동.(사진=여수시의회)
섬자원활용정책연구회 도서지역 현장활동.(사진=여수시의회)

성남시의회, 김해시의회, 속초시의회, 공주시의회 등은 의원 1명이 2개 이내의 연구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으며, 전체 의원이 27명인 부천시의회 연구단체는 의원 1명이 3개의 연구단체에 가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 활동 결과물의 행정현장 반영률이다. 시정에 반영되지 않고 사장되면 혈세를 들여 연구할 필요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에 시 정책 반영률을 높이기 위한 환류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특별한 성과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연구 활동을 평가하고 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7대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벤치마킹 등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간 위원을 위촉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어차피 입맛에 맞는 위원을 위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