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섬발전연구회·한국섬진흥원 주최 토론회
유인 섬 460곳 중 240곳 여객선 경유 안 해
“섬 소멸 위기 대응 방안…사전 준비 철저히”

▲ 여수시 남면의 도서 지역인 금오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남면의 도서 지역인 금오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마재일 기자). 

여객선은 섬과 육지를 오가는 유일한 통로로 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지만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주민 비용부담이 높고 잦은 출항통제로 온갖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지난해 7월 여수와 거문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한 척으로 줄면서 1년이 넘도록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거문도와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이 하루 한 차례만 운영되면서 여수에서 손죽도나 서도, 거문도에서 일을 보고 오려면 이틀이나 사흘이 소요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3번씩 배가 오가는 고흥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수-거문도 항로는 선사 2곳이 여객선 2척을 각각 운영했지만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이용객이 급격히 줄면서 지난해 10월 선사 한 곳이 폐업했다. 지난해 11월 여수해수청이 선사를 공개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여수시도 보조금 등 지원 방안을 확대해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2020년 여수~거문도 여객선은 1902회 중 970회가 결항돼 49%의 결항률을 보였다. 절반 가까이 배가 뜨지 않은 것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재정자립도(6.5%)가 낮으면서도 섬 주민 교통복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여객선 공영제를 도입한 신안군의 사례를 들며 여수시도 여객선 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툭 하면 끊기는 뱃길에 화가 난 거문도 주민들이 지난해 7월 2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여객선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툭 하면 끊기는 뱃길에 화가 난 거문도 주민들이 지난해 7월 2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여객선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객선 공영제는 섬 주민의 오래된 숙원이다. 10여 년 전부터 정부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지만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대책’으로 여객선 공영제가 검토된 적이 있으나 재원 문제로 보류됐다.

지난 2020년 4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여객선이 대중교통으로 편입됐지만, 세부적인 지원 내용이나 장기적인 육성 방안에 대한 규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여객선 공영제는 2025년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국가 주요 교통시설을 정부가 책임지듯 교통수단이면서 교통시설인 여객선 또한 선박 구입이나 유지, 국민의 안전한 이동권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공영제의 취지이다.

현재 연안여객선 161척이 전국 102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전국 유인 섬 465곳 중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 섬은 240곳에 달한다. 대체 수단이 없는 해상교통 소외도서는 40곳으로 해당 섬 주민들은 낚시어선 등을 이용해 내륙 또는 인근 여객선 기항 도서로 이동하고 있어 선박 및 운항 안전 확보가 취약한 상황이다.
 

▲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섬 주민의 이동권 강화를 위한 여객선 공영제 조기실현’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성미 의원)
▲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섬 주민의 이동권 강화를 위한 여객선 공영제 조기실현’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성미 의원)

이와 관련 국회 섬발전연구회(대표의원 서삼석)는 한국섬진흥원과 공동으로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섬 주민의 이동권 강화를 위한 여객선 공영제 조기 실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국가 지원 여객선 공영제를 조기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토론회는 ‘섬 주민의 이동권 강화를 위한 정책’과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및 관련 제도 정비’를 주제로 각각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진흥지원단장과 노창균 목포해양대 해상운송학부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태일 단장은 해양교통 소외도서 제로화를 위해 면허제도 개선과 운임지원제도 개선 등 일반 항로의 제도 개선, 공영제 등 보조항로의 공익성 강화, 선박 건조 지원 확대와 기반시설의 확충, 선원의 안정적 유입 등 대중교통화와 미래화 강화의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노창균 교수는 “해양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 운항을 위해 수차례 법령의 제·개정이 있었으나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아 안정성 확보가 곤란하다”며 “국민의 안전 증진과 이동권 제고라는 국가의 헌법적 책무 이행을 위한 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또 “2012년 22건이던 여객선 사고가 2019년에는 53건으로 늘어났다”며 정부의 여객선 안전 관리 부실을 우려했다.

▲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이 16일 거문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원에게 ‘섬 주민들 이동권‧생존권 보장을 위한 여객선 공영제 촉구 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성미 의원)
▲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이 16일 거문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원에게 ‘섬 주민들 이동권‧생존권 보장을 위한 여객선 공영제 촉구 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성미 의원)
▲ 여수시 남면의 도서 지역인 금오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남면의 도서 지역인 금오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마재일 기자)

연안여객선 시장의 실패는 연간여객선 이동 인구를 비춰 볼 때 예견되는 일이었다는 시각이다. 국가 보조항로에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결손금 발생을 보존하는 수준으로는 민간 사업자에게 서비스 개선과 안전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안여객선 이용객 수요는 감소한 반면 운항비용인 선원비, 선비, 유류비 등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여객선사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선사의 안전에 대한 투자, 여객선의 건조를 위한 투자가 곤란한 상황으로 여객선의 노후화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강제윤 한국섬진흥원 이사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학계 및 현장의 전문가들은 “여객선 공영제 조기 실현은 섬 주민 이동권 보장과 함께 관광객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시장성이 떨어져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국가보조항로를 비롯해 작은 섬 교통지원 체계까지 완전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남 전 경남도 섬발전자문위원은 “여객선 운영 공공성 강화는 섬 주민의 기본권 및 인권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라며 “섬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변혜중 해수부 연안해운과장은 “공영제 도입이 섬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균형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공성이 강한 항로에 대해 우선 공영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시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실시, 공영제 도입 추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남희 한국섬진흥원 정책연구실장은 “여객선 접·이안 시설 등 공영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여객선 관리감독 방안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거문도와 여수를 운항하는 ‘파라다이스호’ (사진=여수해수청 제공)
▲ 거문도와 여수를 운항하는 ‘파라다이스호’ (사진=여수해수청 제공)

신안군, 전국 최초 여객선 공영제 도입
연간 59억 투입…선박 관리 등 부담 가중

공영제를 도입했다 해도 운항결손액 지원에 과다한 지방비 투입으로 인한 재정난 등 항로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섬 주민 교통지원을 위해 2019년 7월 전국 최초로 여객선 공영제를 시행한 전남 신안군은 현재 여객선 4개 항로, 도선(행정선) 24개 항로를 운영 중이다. 선박 건조 및 매입비 등에 129억 원이 투입됐으며 연간 운영예산은 59억 원이다. 이 중 운송수익은 7억 원으로 연간 52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종사자는 선장, 기관, 갑판, 안전, 매표 등 71명이다.

하지만 신안군은 노후 선박 관리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동일항로 내 기존 민간 여객선사 반발과 공영제 시행에 따른 선박 건조, 운영 등에 전액 국비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기금 설치 등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 하의도 당두항~도초도 시목항을 오가는 공영 여객선 슬로시티3호. (사진=신안군)
▲ 하의도 당두항~도초도 시목항을 오가는 공영 여객선 슬로시티3호. (사진=신안군)

이날 서삼석 의원은 “섬에 산다는 이유로 불편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며 “여객선 공영제로 섬 주민의 교통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안여객선 공영제 및 해상교통 소외도서 제로화는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섬 주민 삶의 불편 사항 개선뿐 아니라, 주민과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연안여객선 공영제는 조기 실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은 “섬에는 교통·의료·복지·교육·치안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 중 교통은 육지에 비해 가장 불리한 여건 중 하나”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섬 주민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본격적인 연구, 진흥사업들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삼석 대표의원을 비롯한 김태년·김승남·주철현 의원,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 박우량 신안군수,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 등이 참석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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