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섬 등서 수돗물 민원 이어져
땜질식 대응 한계…근본 대책 필요


전남 여수시 도심과 섬 지역 등에서 수돗물 민원이 이어지면서 마시는 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수시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예방 조치 미흡과 관리 부실, 수요 예측 실패, 수돗물 관련 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대응은 한계가 있는 만큼 수돗물에 대해 시민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주기 위한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홍보 등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29일 여수시 학동의 한 카페 영업장에서 연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돼 시가 현장조사를 벌였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자신의 가게에서 연갈색을 띠는 수돗물이 나왔다. A씨는 여수시 상하수도사업단에 신고했고, 현장에 나온 수도사업단 관계자는 “배수관 노후로 인한 녹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A씨는 “녹물이 나온 지 꽤 됐다”며 “손님을 맞아 영업을 하는데 불편과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전에는 필터를 평균 3~4주 만에 교체했는데 최근에는 1주일에 1개씩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업장에 설치된 필터 확인 결과 진갈색을 띠고 있다.

A씨는 이어 “업종 특성상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3중 필터를 설치하는 등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가 보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A씨는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배수관 노후가 원인이라면 빨리 교체를 하든지,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여수시가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9일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카페 영업장에서 수돗물에 녹물이 섞여 나오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29일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카페 영업장에서 수돗물에 녹물이 섞여 나오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29일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카페 영업장에 설치된 필터가 진갈색을 띠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29일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카페 영업장에 설치된 필터가 진갈색을 띠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이에 대해 여수시 상하수도 관계자는 “배수관이 노후화한 데 따른 현상이며, 관말(배수관 끝부분)에 장기간 침전한 이탈 물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6일부터 여수 웅천동과 시전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수돗물에 이물질이 섞여 나온다는 신고가 잇달았다. 시는 물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유속이 빨라져 오래된 상수도관 속 침전물이 떨어져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관이 노후한데다가 해당 지역이 최근 수년 사이 대형 건물 등이 많이 들어서다보니 상수도 공급 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공급량 급증으로 상수도관내 일부 이물질이 각 세대에 공급된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날 저수조 청소를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을 재개했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 내 저수조 청소가 늦어지면서 일부 세대의 정상공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현재도 수돗물 관련 민원이 접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8일 금오도 일대에서는 악취와 함께 이물질이 포함된 수돗물이 공급돼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주민들의 신고로 긴급 조사에 나선 여수시는 금오도 정수장에서 가뭄으로 인해 취수 밸브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뻘물이 일부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정수장내 저수량의 수위가 평상시보다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하부에 있는 물을 취수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딸려 와 악취와 함께 이물질이 공급됐다는 것이다.

시는 금오도 일대 200세대 주민들에게 생수를 긴급 공급했으며 배수지 등의 물을 모두 빼내고 여과용으로 사용되는 모래를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시는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돗물을 정상 공급했다.
 

▲ 전남 여수시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5년 동안 국비 383억 원과 지방비 383억 원, 총 사업비 766억 원을 들여 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여수시)
▲ 전남 여수시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5년 동안 국비 383억 원과 지방비 383억 원, 총 사업비 766억 원을 들여 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여수시)

이처럼 노후화한 상수도관과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한 수돗물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불신 또한 커지고 있는 만큼 수돗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시는 관내 노후 관로 현황 등 기본적인 데이터마저 상시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 상수도과 관계자는 관내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도관 현황을 묻자 “별도로 파악하고 있는 자료가 없어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며 “정보공개청구를 해 달라”고 말했다.

시는 현재 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5년 동안 국비 383억 원과 지방비 383억 원, 총 사업비 766억 원을 들여 추진한다. 노후 상수도관 56㎞를 교체하고 193㎞에 이르는 상수도관의 누수탐사 및 정비가 이뤄진다. 시 상수도과 관계자는 “노후 상수도관 교체에 대해서는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문수주택단지 상수도관 교체를 완료했으며, 고소벽화마을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정 내 노후나 부식된 수도관으로 인한 녹물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수도관 교체 비용 일부 지원 사업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수원시 등은 20년이 지난 건축 연면적 130㎡ 이하의 단독·다가구주택과 주거 전용 면적 130㎡ 이하의 공동주택에 대해 총공사비의 30~90%(최대 180만 원)을 지원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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