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8명 27일 오후 여수시의회 앞에서 집회
“지역 대표하는 의원 맞나…자질도 의심스러워”
민주당도 싸잡아 비난…“마을 살려 달라” 호소
폐기물처리 시설 등 이격거리 규정 신설 내용
여수시 도시계획일부개정 조례안 시의회 통과

▲ 전남 여수시 율촌면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27일 오후 여수시의회 앞에서 정현주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전남 여수시 율촌면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27일 오후 여수시의회 앞에서 정현주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전남 여수시 율촌면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역구 정현주  여수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율촌·소라면)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도성마을 주민 48명은 27일 오후 2시 제223회 임시회 3차 본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시의회 정문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자기 지역구 주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오기 정치하는 정현주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애양병원 인근에 자리한 도성마을은 수십 년 동안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와 축산폐수 바다 유입,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석유화학 산단 매연과 분진, 소음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돼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의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도성마을은 여수‧광양‧율촌산단 3곳을 방패막 없이 바로 보고 있고 산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오염 배출가스, 소음, 진동 등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국가산단 정비로 1년 365일 밤낮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고, 화학공장들의 플레어스텍 불꽃과 집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 악취, 소음, 먼지, 가스 누출 사고 등 40년간 피해를 당하면서도 보상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등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얼마 전 새벽 5시에 여수산단 공장 폭발사고로 전쟁이 일어난 줄 알고 온 마을이 난리가 났는데 시의회와 여수시는 마을에 관심조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 방치된 여수시 도성마을의 폐축사 슬레이트 지붕. (사진=마재일 기자)
▲ 방치된 여수시 도성마을의 폐축사 슬레이트 지붕. (사진=마재일 기자)
▲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난 2019년 10월 31일 시청 앞에서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난 2019년 10월 31일 시청 앞에서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주민들은 이날 집회에 나선 이유에 대해 “평생을 주위 사람들 눈치만 보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한센인 정착촌 도성마을 주민들이 난생 처음 뭔가 해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2년여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뜻으로 뭉쳐 주거환경개선과 주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외부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그런데 이 와중에 여수시가 주민들과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여순사건 기념공원을 도성마을에 짓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진상 조사기간만 몇 년 걸리고 기념공원 유치가 될지, 안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의견 반영 없는 일방적인 결정에 심장을 도려내는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민선 7기 권오봉 전 여수시장은 지난해 1월 21일 도성마을 일원에 여순사건 기념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여순사건 기념공원 조성은 김회재 국회의원(전남 여수을)의 공약이기도 하다.

여수시는 지난 4월 사업자가 도성마을에 건립하겠다며 제출한 고형폐기물 연료(SRF) 소각 스팀 시설 건립 사업 계획에 대해 부적합 통보했다.

주민들은 평생 ‘한센인’이라는 낙인에 찍혀 병마와 싸우면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은 걱정과 분노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식음도 전폐하고 있다며 현재 마을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 전남 여수시 율촌면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27일 오후 여수시의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전남 여수시 율촌면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27일 오후 여수시의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도성마을 앞 여수국가산단. (사진=마재일 기자)
▲ 도성마을 앞 여수국가산단. (사진=마재일 기자)

특히 조례 개정으로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되면 사업자로부터 받은 마을 지원금과 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가구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훈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이 빚 청산 등에 대부분 써버려 물어 줄 방법도 없고 자칫 소송에 휘말려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갑자기 시의회에서 주택부지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2000m 이내에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게 하고 그 어떤 단서조항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역구 정현주 의원의 10분 발언을 들으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맞나 싶었다”고 비난했다.

정현주 의원은 지난 15일 제223회 정례회 10분 발언을 통해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고형연료 시설 건립을 허가할 때 주택 밀집 지역과의 거리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10호 이상 주거 밀집 지역의 2000m 이내, 10호 미만 주거 밀집 지역 1000m 이내에 그 어떤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격거리를 기존 안보다 배로 강화하고, 그 어떤 단서조항조차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정현주 의원이 발언한 내용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큰 이격거리로, 도성마을을 겨냥해 자기 지역구 주민의 목을 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장 유치 못해 슬레이트 산더미에 묻혀 살아도 좋다. 도성마을을 겨냥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한센인 정착마을 여수 신풍 도성마을. (사진=뉴스탑전남)
▲ 한센인 정착마을 여수 신풍 도성마을. (사진=뉴스탑전남)

주민들은 특히 “무릇 의원이라는 자리는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절박한 호소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게 온당한데 도대체 이런 오기를 왜 부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민들은 또 “정말 묻고 싶다. 정현주 당신은 주민들 의견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는지. 지역구 의원으로서 도대체 5년 동안 몇 번이나 마을에 왔는지.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공천한 민주당이 정말 밉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여수시의회 의원들을 향해 “정말 무릎 꿇고 예수님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애원한다”며 “손해보상이라도 면할 수 있는 법안을 선택해 달라. 다들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꺼려하는 폐기물을 저희 마을에서 처리할 수 있게 시설을 지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시의회 해양도시건설위원회는 지난 16일 제223회 정례회 제1차 회의에서 ‘여수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논의한 끝에 단서조항은 존치하고 이격거리는 강화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27일 오후 2시 3차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태훈 위원장은 “마을 회의를 거쳐 향후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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