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중 숨진 홍정운 군 1주기 추모식
유가족‧친구들‧시민단체 등 150여 명 참석

▲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 군의 1주기 추모식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오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 군의 1주기 추모식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오지선 기자)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에서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군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1주기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6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전남 여수 웅천친수공원 일원에서 유가족과 홍군 친구들, 서금열 여수교육장, 학생, 시민, 시민사회단체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개최했다.

추모식은 유가족 인사, 추모사, 추모영상, 추모시 낭송, 추모위 성명서 낭독,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홍정운 군 아버지 홍정기 씨는 “우리 정운이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세상을 떠났지만, 저와 같은 아버지가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그 누구도 겪지 않아야 할 일이다. 정운이의 희생이 현장실습을 나가야 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 6일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1주기 추모식에서 홍군의 아버지 홍성기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오지선 기자)
▲ 6일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1주기 추모식에서 홍군의 아버지 홍성기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오지선 기자)

홍군의 친구들은 “평소처럼 너 생각을 많이 하지만 슬퍼하지 않으려고 해. 마음속에 품고 좋은 기억만 남겨 둘게. 난 응급구조라는 꿈이 생겼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라며 편지를 낭독했다.

민점기 시인은 ‘보고 있니 하늘 별님아’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고, 홍군 친구들이 직접 부른 추모곡 ‘밤하늘의 별을’도 울려 퍼졌다. 이 곡은 홍군이 생전에 좋아했다.

추모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현장실습이 되도록 제도 개선을 해왔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는 근본적으로 사업체에 저임금 체계를 공고히 하고 부족한 일손을 메꿔주는 인력 공급 제도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습생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광주 기아자동차에서 중노동으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김민재 군, 2012년 울산 앞바다에서 작업선 전복 사고로 숨진 홍성대 군, 2014년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져 심야에 일을 하다 숨진 김대환 군, 2014년 CJ제일제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직원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동준,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압착기에 끼어 숨진 故 이민호 군, 같은 해 전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다 실적 경쟁과 ‘콜 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故 홍수연 양, 지난해 홍정운 군까지, 현장실습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 홍정운 군 친구들이 추모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오지선 기자)
▲ 홍정운 군 친구들이 추모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오지선 기자)

추모위는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현장실습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추모위는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현장실습 제도의 구조적,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홍정운 군 사고를 어쩌다 일어난 사건으로 치부하고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면 소중한 누군가의 생명을 우리는 또다시 잃게 될 것이다”고 했다.

추모위는 이날 정부와 교육부, 도교육청에 안전하고 배움이 되는 현장실습제도 실시, 노동인권교육 정규과목 지정, 노동교육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 군의 1주기 추모식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오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 군의 1주기 추모식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오지선 기자)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이던 홍군은 지난해 10월 6일 오전 10시 42분쯤 웅천친수공원 요트선착장 인근 해상에서 요트업체 현장실습을 하던 중 물에 빠져 숨졌다. 수사 결과 잠수자격증 없이 몸에 맞지 않는 잠수장비를 착용했던 홍군은 납벨트(10㎏)를 찬 채 부력조절기 등을 고쳐 매다 7m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대표는 안전교육 실시 및 3인1조 잠수 작업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홍군에게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벗는 순서와 방법조차 가르쳐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자격증을 소지한 안전관리요원도 배치하지 않는 등 교육부 현장실습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다.

업체 대표는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족 합의, 반성 등을 이유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마재일‧오지선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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