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퇴색 비판에 법률 개정 나서
모금 주체 인구감소지역 89곳 제한
법인도 가능…제외 지자체 반발 예상

▲ 여수시가 지역 특화작물로 육성하고 있는 옥수수로 만든 특산품.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가 지역 특화작물로 육성하고 있는 옥수수로 만든 특산품. (사진=마재일 기자)

전국 지자체의 관심사인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기부금 모금 주체를 전국 모든 지자체가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89개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이 지난 12일 고향사랑 기부금의 모금 주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하고, 모금 대상도 주사무소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두지 않은 법인으로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 10명 중 8명이 더불어민주당, 2명이 무소속 의원이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 지역발전기금(연간 500만 원 내)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0월 19일 제정됐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 도시나 농‧어촌을 돕는 제도이다.

연간 1인당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기부금의 30%를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부액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받을 수 있고, 10만 원 초과분은 16.5%의 공제를 받게 된다.
 

▲ 전남도는 가수 남진을 ‘고향사랑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사진=전남도)
▲ 전남도는 가수 남진을 ‘고향사랑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사진=전남도)

답례품을 제외한 금액을 지자체 고향사랑기금에 적립해 취약계층 지원, 문화·예술·보건,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쓸 수 있다. 답례품 가치 상한선을 뺀 나머지 70%는 재정에 보탤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농수축산업계와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 등은 기대감이 큰 상태다.

전남도, 여수시, 해남군 등은 ‘고향사랑기부금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준비에 분주하다. 담양군은 재경 담양향우회 등과 접촉을 위해 서울사무소를 별도로 설치했다.

그런데 시행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주체를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행정안전부가 고시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개정안에 참여한 의원들은 제안이유에 대해 “고향사랑 기부금의 모금 주체가 전국 모든 지자체로 확대돼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중소도시 살리기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부처 선택이 개인 의지에 달려 있어 오히려 자원이 부족한 소멸위기 지역은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보다 앞서 지난 2008년 고향세 제도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 제도 도입 첫해 모금액 1위는 도쿄, 4위는 오사카가 차지했다. 재정이 넉넉한 도시에 몰린 것이다.
 

▲ 여수시청 입구의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청 입구의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이어 “모금 주체를 행정안전부 고시로 지정하는 ‘인구감소지역’에 속한 기초 지방자치단체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금 주체를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행정안전부 고시로 지정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하는 한편, 법인도 포함해 고향사랑 기부금제의 당초 도입 취지와 효과를 더욱 살리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발표했는데 이중 전남은 강진군, 고흥군, 곡성군, 구례군, 담양군, 보성군, 신안군, 영광군, 영암군, 완도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함평군, 해남군, 화순군 16곳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여수시, 목포시, 광양시, 순천시, 나주시, 무안군은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 시군은 기부금을 모금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전남도 등 광역단체도 기부금 모금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은 기초단체로 모금 주체를 한정했다. 국회의 법 개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법이 통과돼 기부금 모금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지자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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