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가 낙찰제 도입‧다단계 하도급 폐해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지자체, 적정임금제 조례 제정‧기술심사 기준 필요…산단 적용”

▲ 여수국가산단 적정가낙찰제 도입 및 다단계 하도급 폐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사진=여수공발협)
▲ 여수국가산단 적정가낙찰제 도입 및 다단계 하도급 폐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사진=여수공발협)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만연한 최저가 낙찰제가 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어지면서 업체의 안전 관리 소홀과 하도급 업체 노동자의 근무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거품 비용을 걷어내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현행 공사 수주 낙찰 방식인 최저가 입찰제는 낙찰을 받은 뒤부터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 관련 비용을 줄이다보니 현장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저가 낙찰제 및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입찰시스템과 하도급 폐해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9일 디오션리조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100여 명의 민관산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박사는 ‘국가산단의 적정가 낙찰제 도입 방법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 박사는 건설 현장 제반 폐해의 공통 근원은 ‘공사비 부족’이라며 제 살 깎기 수주경쟁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임금 삭감 경쟁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심 박사는 “지역과 산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입찰과정에서부터 저가입찰이 아닌 적정임금제와 기술심사를 선정기준으로 검토돼야 산업현장의 안전, 품질,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자료=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박사
▲ 자료=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박사

심 박사는 미국의 적정임금제(prevailing wage), 독일의 건설업 최저임금제, 서울시‧경기도의 적정임금제를 소개했다. 미국의 적정임금제는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 사업에서 주 정부가 업종별로 시간당 임금을 설정해 놓는 제도로, 임금 삭감이 불가능해 저가 수주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을 억제하고 기술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건설현장의 폐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조례 제정을 통해 적정임금제도를 도입, 건설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방지하고, 내국인 고용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면서 여수산단 시범사업 추진, 여수시 조례 제정과 법 개정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각계 전문가 토론에서는 불법하도급에 따른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건설 현장의 최저가 입찰제 현실 및 다단계 하도급 문제해결을 위한 하도급 체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토론회에 참가한 민관산학 관계자들은 “상생하는 국가산단,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서는 적정임금제를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 추진해 공공 공사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향후 여수산단 기업으로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지난 2월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국과수 직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2월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국과수 직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마재일 기자)

전국현 여수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1국장은 “여수산단의 공사 대부분은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공사 업체가 선정된다”며 “공사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분야 공사에서 발주사의 이익만을 극대화할 뿐 발주사의 공사를 낙찰 받는 건설업체는 물론 건설노동자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진 국장은 불법하도급이 건설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적정금액으로 1000억 원의 공사가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800억 원 전후에 낙찰되면 이후 하도에 하도를 거쳐(불법하도급 포함) 최종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는 500억 원에 공사가 진행되는 이 기막힌 상황이 매번 반복되고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국장은 “최저낙찰제와 불법하도급의 가장 큰 부작용은 공기단축 및 공사비 감액에 따른 안전문제와 임금체불이다”고 말했다.

최명환 플랜트건설유지보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수산단의 유지보수 용역사업의 저가 경쟁에 따른 문제점으로 △시공 또는 용역의 품질저하 △적정이익 확보 부재에 따른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으로 불완전한 직원 고용 불안 야기 △낮은 임금으로 인한 기술, 기능인력 확보 부재 △회사 미래의 발전적 전략 설계 부재 등을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이일산업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해 탱크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이일산업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해 탱크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진=마재일 기자)

최 이사장은 저가 경쟁 방지책으로 경쟁사간 이동 인력 제한, 대기업으로부터의 중소기업 인력 차출 제한규정 마련, 해당 기술 업력과 해당 매출액 인정을 통한 평가점수 상향, 기술력 보유에 따른 평가 기준과 지역 업체 우대 가점 인정 등을 제시했다.

이철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 지역경제분과 부위원장은 대안으로 국가가 시행하는 종합심사 낙찰제와 적격심사 낙찰제를 소개했다.

종합심사 낙찰제는 추정가격 100억 원 이상 공사에 대해 입찰가격,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심사해 점수가 최고인 업체를 낙찰하는 제도이다. 적격심사 낙찰제는 예정가격 이하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가격 등을 종합 심사해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낙찰한다.

여찬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청년아카데미 대표는 “여수산단의 집단해고 사태와 폭발사고는 결국 최저가 입찰제와 불법다단계 하도급이 주요 원인”이라며 전국적 차원에서 국가산단 특별법 제정 추진을 제안했다. 또한 여수시는 관급공사 적정가 낙찰제 조례를 제정하고 여수산단 민간 공사에서는 시와 기업, 노동자가 적정가 낙찰제 도입을 위한 협약 체결을 촉구했다.

이경만 (사)공정거래지원협회 회장은 △경쟁 입찰 시 직접비 이상 낙찰 도입 법제화 △민간분야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최저가 입찰제 금지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여수시노사민정협의회가 주최하고 여수산단폭발안전사고지역사회대책협의회가 주관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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