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현,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 추진
김회재 ‘순천대 의대, 여수 대학병원, 광양캠 간호대’ 법안 발의
여수시, 전남대와 대학병원 유치 등 상생 협력…내심 좌불안석
‘2개 안 모두 포함한 용역 통해 현실성‧타당성 따져보자’ 의견도

▲ 여수시 갑 주철현(왼쪽) 의원과 을 김회재 의원.
▲ 여수시 갑 주철현(왼쪽) 의원과 을 김회재 의원.

전남 여수시 갑‧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주철현‧김회재 국회의원이 여수는 물론 전남지역의 숙원인 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여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온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때이고 대학병원 1개도 힘든데 2개의 대학병원을 추진하면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과대학‧대학병원은 200만 전남도민의 오랜 숙업사업이지만, 의사단체의 반대와 정부 의지 부족,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발목이 잡혀 결실을 보지 못하며 수십 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주철현 의원(여수 갑)은 지난 2005년 전남대-여수대 통합양해각서를 근거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주 의원은 지난 10일 보도 자료를 통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2005년 체결된 전남대-여수대 통합 시 발표한 ‘통합양해각서’에 대한 이행 책임을 따져 물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17년이 지난 이행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두 대학 통합 당시 약속했던 한의대‧한방병원‧의료전문기관의 여수 설치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덕수 총리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필요성 등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전남대 여수 국동캠퍼스. (사진=뉴스탑전남)
▲ 전남대 여수 국동캠퍼스. (사진=뉴스탑전남 DB)

주 의원은 지난 16일에도 보도 자료를 내어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통합양해각서에 따른 여수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 요구에 대해 “전남대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남대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는 약속 이행과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전남대·여수시와 협력해 ‘전문병원 등 의료기관 건립 방안 마련 용역’을 추진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양해각서는 2005년 당시 교육부장관-전남대총장-여수대총장이 함께 협력한 이행 협약서다. 협약서엔 한의대(한방병원 포함) 설립을 인가받아 여수캠퍼스에 두고 의료기관(전문병원 등)을 통합 완성 전까지 여수캠퍼스(국동)에 설치 운영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김회재 의원(여수 을)은 순천대에 의대, 여수에 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 자료를 내어 순천대학교에 의대를 두고 여수에 대학병원, 순천대 광양캠퍼스를 신설해 간호대를 설치하는 등 전남 동부권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특별법 제정에는 같은 당 서동용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과 송갑석, 양정숙, 양향자, 이개호,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조오섭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 순천 출신 김웅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주철현, 소병철, 김원이 의원은 빠졌다.
 

▲ 여수시대학병원유치위원회(위원장 김순빈, 2020년 12월 31일 발족)는 지난 2019년 4월 2일 여수시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순천대에 의대, 여수 율촌에 부속대학병원 설립 내용이 담긴 지역민 5만 명의 유치 염원 서명지를 김회재 의원을 통해 국회에 전달했다. (사진=김회재 의원실)
▲ 여수시대학병원유치위원회(위원장 김순빈, 2020년 12월 31일 발족)는 지난 2019년 4월 2일 여수시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순천대에 의대, 여수 율촌에 부속대학병원 설립 내용이 담긴 지역민 5만 명의 유치 염원 서명지를 김회재 의원을 통해 국회에 전달했다. (사진=김회재 의원실)

김 의원은 “순천에 의대, 여수에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광양에 간호대학을 만들어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전남 동부권의 의료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여수~남해 해저터널로 생활권이 공유될 경남 서부권도 전남 동부권 의료 인프라 확대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지역상생 방안”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는 지난 17일 여수캠퍼스 청경 마루에서 전남대학교와 상생협력 간담회를 갖고 지역 내 의료기관(전문병원 등) 건립 공동 추진 등의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기명 시장은 “시 정부와 대학이 자주 만나서 대학병원 유치 등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말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내심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철현, 김회재 의원 어느 한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추진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 비난의 화살이 두 국회의원한테 쏠릴 가능성도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두 국회의원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다보니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서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용역에 두 의원이 주장하는 대학병원 설립 안을 모두 포함시켜 어느 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신뢰를 훼손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 정기명 여수시장과 시 간부공무원, 전남대 박복재 부총장과 주요 보직자가 지난 17일 간담회를 갖고 상생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전남대 제공)
▲ 정기명 여수시장과 시 간부공무원, 전남대 박복재 부총장과 주요 보직자가 지난 17일 간담회를 갖고 상생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전남대 제공)

의대 설립 법안 남발…지역 경쟁 구도

전남 동부‧서부권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지역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여서 전남지역 의대 유치 전략과 대응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전남에 의대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설립 지역은 이후에 정하자는 전남도의 입장과 배치되는 움직임이다.

김원이 의원(민주당, 목포시)은 지난 5월 목포대에 정원 100명 안팎의 의과대를 설치하기 위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소병철 의원(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도 지난 8월 전라남도 내 의과대학의 설치 및 공공의료인 양성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도내 국립대에 의대를 설치한 뒤 서부권의 목포대와 동부권의 순천대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공동학위과정을 운영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자기 지역구를 챙긴 의과대 설립 관련 법안이 내용이 비슷한데다 여러 개가 모두 통과되기는 불가능한 만큼 통합 안을 마련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설치되지 않아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전남 동부권만 보더라도 중증 응급환자 비율이 20.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대학병원 등 상급 의료시설은 없는 실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춤하던 의과대학 유치 추진 움직임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이지만 정치인과 지역 간 동상이몽으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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