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지난 봄과 여름동안

그토록 무성하게 가꾸었던 잎새들을

미련없이 훌훌 털어버린 채

오로지

앙상한 가지 생명의 마자막 지수만으로

삭풍에 떨어야 하고

눈서리에 얼어야 하는 가혹한 계절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가지마다 풋풋하게 꿈을 실었던 봄날이나



짙푸른 생명력으로 폭염을 이겨냈던 여름날

인고의 결실로 풍성한 열매를 맺었던 가을날에

대한 한치의 자만이나 과시도 볼수 없다

오히려 지난 가을 절제없이 화려하게 꾸며

유혹하기도 하고 유혹 받기도 했던

허욕의 순간들에 대한 반성과 참회를 아프게 치루듯

이렇듯

허심하게 잎을 버려 가지를 비우고

맨살을 떨면서도 한 마디 항변도 없이

침묵하며 죽을듯이 서 있는 겨울나무

그 내부에서는 이 엄동설한에 쉴새없이

사랑의 불을 피운다

은밀히 마련한 새싹을 키우며

새로운 약동을 위해 활력을 저장하면서

머지 않아 찾아올 봄을 맞이 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온갖 좋은것도 다 버리면서도 생명의 모체를

굳세게 자리잡고 있는 겨울나무

무엇보다도 스스로 버리것을 버릴줄 알고

버려야 할 때를 놓치지 않은 겨울나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벗고 털어야 할 것들이 많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겁겁히 껴입은 겨울옷의 부피 만큼이나

허위와 가식과 위성의 부피가 많은 것이다

겨울나무에게서 무욕의 벌거벗음으로

다시 아름답게 입을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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