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불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정기명 여수시장
▲정기명 여수시장

"이번 인사 기준은 무엇이고, 시장의 시정 철학은 과연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근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의 민선8기 2년 차 첫 인사를 두고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여론이다. 간부직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하위직급 직원들은 불만섞인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10일 자로 국장 2명과 과장 4명, 6급 이하 7명 등 모두 77명을 승진시키고 450명을 전보, 19명을 신규 임용하는 등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정년이 6개월도 남지 않은 과장을 4급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면서 무수한 뒷말을 낳고 공직사회 사기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박한옥 농업기술센터소장의 경우 6개월 뒤 공로연수를 앞두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한 번도 6개월짜리 서기관을 승진시키는 사례가 없어 상식과 원칙을 넘어선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테크닉'이 들어갔다. 당초 4급 승진 직렬은 시설과 행정, 복지, 사서직으로 압축된 상황이었다. 시청 내부에선 행정직 승진을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산직인 박한옥 과장의 승진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산 4급 승진자는 행정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진을 전제로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는 방증이다.

이 결과로 인해 직렬과 상관없이 여수시 행정의 방향을 조율하고 조직을 책임지는 국장급 자리가 6개월만 일하고 가는 특정인의 자리로 전락한 모양새다. 더구나 지역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외압과 유착설 등 흉흉한 억측과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박한옥 농업기술센터장의 승진 여파로 가려져 있는 상식에서 벗어난 승진 인사도 있다. 평판이 좋지 않은 직원과 근평 점수나 승진 연수를 무시한 승진 인사는 이 같은 실정 속에 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기명 시장이 인사 스타일이나 원칙과 철학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취임 초기 일 중심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한다는 것을 언론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하지만 취임 이후 세 번째 인사 과정에서 보여준 정 시장의 인사 스타일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인상이 깊다. 그것도 예측 불가능한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상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시장의 짐으로 남을 것이다"며 "이렇게 하면 누가 일을 하고, 시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승진을 위한 줄 대기와 눈치 싸움으로 결국 시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인사는 승진이나 조직 이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정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두고 조직의 안정과 효율성의 안배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의 요체다. 

이 같은 상식과 원칙없는 인사로는 조직을 이끌 수 있는 힘인 '영(令)'은 서지 않는다. 정기명 시장은 이제는 각종 행사나 현장 활동을 핑계로 표를 의식한 외부 활동에 집착하지 말고 내실을 기해야 할 때다. 집안 살림은 엉망인데 밖으로만 돌면 집안이 온전할 수가 없지 않는가.

취임 2년 차 정기명 호의 뱃전 구멍이 뚫리면서 여기저기서 위험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장이 누군지를 떠나서 묵묵히 시민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공무원들이 우대받고 퇴직하는 공직자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정기명 시장의 중요한 몫이다. 그래야 그토록 자신이 갈망하는 재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종호 기자 newstop21@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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