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월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이때쯤이면 마당가 대추나무에서 밤낮으로 매미가 울어야 하는데 올해는 울어주는 매미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모기도 없네요. 여름은 이렇게 깊어 가는데 말입니다.

지난 7월 한 달은 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잡아보려 삶을 다그쳤던 한 달이었습니다.

비가 많았던 7월은 물을 닮았습니다. 손 틈으로 새어나가는 슬픈 인연도 만났고, 너를 통해 나를 볼 수 있었던 고운 인연도 만났습니다.
물처럼 흐르고 흘러서 강을 가로지르고 세상을 가로질러 다시 돌아오는 인연도 만났으니 내겐, 짧지만 파란만장한 31일간의 여정이었습니다.

끝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게 된 7월이었고,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게 된 7월이었으며 살아있음에 감사한 까닭을 조금은 알게 된 7월이었습니다.

더 바쁜 8월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기대감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으니 7월은 제게 참 소중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밤에는 아끼는 후배 하나가 소주 한 잔 사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좀처럼 그럴 친구가 아닌데 할 말이 있겠다 싶어 시간을 내었습니다.
“형, 사는 게 참 힘든 것 같아...”

“......”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이럴 때는 어쭙잖은 위로의 말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듣는 것이 상책입니다.

“왜 나만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몰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행복하게 잘들 사는 것 같은데... ”

“......”

“힘들어 죽겠어... 누구에게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형이라면 내 말을 들어줄 것도 같고...”

“......”

딱히 답이 없는 얘기에 딱히 답을 주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이 경우입니다. 본인 스스로 답을 알기에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는 게 막다른 길의 연속 같아.”

후배의 이 말이 가슴을 많이 아프게 했습니다. 후배는 자신의 삶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는 막다른 길과 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막다른 길이 아니어도 늘 힘이 드는 우리인데, 늘 막다른 길을 만나는 것 같은 후배의 삶이 오죽했겠습니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한참을 먹먹하게 술잔을 기울이다가 이러한 말로 후배를 위로했습니다.
“힘들긴 해도 네가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꾼 장사익님이 부르는 노래 ‘이게 아닌데’를 읊어주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어쩌면 날마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면서 후회하며 사는 삶이 우리 삶이 아닐는지요. 지금까지의 인생 헛살았다는 반성도 가끔 하게 되고...

잘못된 것이 분명히 있건만 바꾸려 하지 않고 꽃이 피었다가 지듯이 그냥 세월만 보낸 것 같아 나 자신을 자책하며 사는 것도 우리네 삶이 아닐는지요.

후배와 헤어지면서 쳐진 그의 어깨를 꼭 안아 주며 이런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넌 참 괜찮은 녀석이야~ 힘 내...”

후배와 헤어지니 새벽이 내게로 걸어왔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그것을 '행복'이라 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가 조금은 덜 불행해질 것 같고, 우리가 조금은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이면 누군가는 하루의 피곤을 안고, 또 누군가는 숨겨진 상처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 가슴에는 내 후배처럼 힘겨운 하루에 가슴이 아픈 슬픔들의 상처도 있을 것입니다.

늦다고 하기엔 이르고 이르다고 하기엔 늦은 오늘의 시간 속에서 상처를 안고 사는 모든 분에게 ‘잘 될꺼야’라는 무책임한 말보다 ‘잘할 수 있어’라는 의지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상처와 수많은 아픔을 겪고 살아왔지만 이 상처도, 이 아픔도 지나고 나면 모두 별 것 없었지 않습니까.

혹시 오늘 상처, 오늘의 아픔이 있거든 이것도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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