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객선이 운항이 중단되면 정치인을 믿고 의지했던 세월이 10년이 넘었어요. 이제는 뚜렷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거문도 주민들의 분통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야기다.

여수-거문도 항로 여객선 운항 중단 사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었다. 여객선이 운항을 중단하면 섬은 멈춘다.

섬은 외로움과 서글픔의 공간이다. 관광철 육지에서 사람이 밀려오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엔 공허함이 다시 찾아오길 반복하는 곳이다. 섬사람들은 그렇게 세월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배로 2시 3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달 8월 12일 주철현 국회의원의 삼산면 의정보고회에서 거문도 주민이 여객선 운항 중단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김종호 기자)<br>
▲지난달 8월 12일 주철현 국회의원의 삼산면 의정보고회에서 거문도 주민이 여객선 운항 중단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김종호 기자)

부모는 육지로 떠난 자식들이 가족 행사나 명절 때 뱃길이 끊겨 섬으로 오지 못할까, 항상 가슴 졸인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 여객선이 10여 일 넘도록 운항이 중단됐다 겨우 대체선박이 운항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운항이 중단된 기간 동안 인근 녹동항을 이용해 여수로 이동하고 다시 여수에서 거문도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하지만 언제 또 멈추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원인을 재정난에 허덕이는 해운 업체에만 돌릴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원인은 '정치'다. 정치는 모든 정책과 행정의 꼭짓점이다. 그 꼭짓점을 찍고 있는 사람은 정치인이다.

10여 년 동안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체가 잘못하면 꾸짖고, 행정이 다른 길로 가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인의 몫이다. 그것도 안 되면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 올려 지역사회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할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여객선 운항 중단 사태가 해당 지역구 정치인들만의 현안은 아니라 본다. 또 지역구 정치인들 또한 이 문제를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슈 선점의 아집은 버려야 한다. 지역구를 나누는 것은 다른 정치인보다 지역 현안을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주민의 선택이다. 정치인과 행정 수장의 책임 부재와 해결 노력의 부족함이다. 물론 모든 책임 여부를 묻는 것에 억울함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치적이 아닌 해당 주민의 가장 아픈 손가락을 보듬어주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 본다. 여수-거문도 항로 중단은 두고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결과는 운항 중단과 주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 축제 행사를 위해 여수시갑, 을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거문도를 찾았다. 정치인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여객선 운항 중단 해결과 관련해 "한 번 더 믿어보겠다"라는 한 주민 대표의 말이 새삼 되새겨진다.

김종호 기자  newstop21@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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