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수필문학회 '민들레 홀씨' 제3집

곽경자 수필가 "가족으로 산다는 것"

명절만 되면 TV에서는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명절 증후군 얘기가 나온다. 명절이 되기도 전에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나는 것 같단다. 기껏해야 일 년에 두서너 번 가는 시댁을 왜 저렇게 가기 싫어할까 생각하다가도 그것은 꼭 젊은 주부들 탓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식구가 많은 대가족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 볼 시간도 없이 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손님 접대하다 보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저 부모들이 공부 공부하면서 키우다 보니 학교 졸업하면 직장생활 하느라 언제 집안일 한번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결혼을 하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명절이 그렇게 싫어서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가족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명절만 돌아오면 그런 소재로 얘기들을 하니 딱해 보일 때도 있다. ''자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느니 하는 말은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서로 모여 맛있는 음식 해서 먹으며 즐길 수 있고 일이 부담스러우면 서로 분담해서 하면 좋을 것인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옛날 말만 믿고 정말 요즈음도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면 힘든 줄도 모르지만 하기 싫어서 하는 일은 몇 배로 더 힘이 드는 법이니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생판 모르는 남남끼리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남편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서 길러주신 시부모님이 왜 밉겠는가. 시댁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내 아들을 사랑하는 며느리인데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울진대, 내 아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면 아들에게 줄 사랑을 이제는 며느리에게 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며느리가 둘이다. 며느리들과 가족이 된 지도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 마음 다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며느리는 이래서 좋고 저 며느리는 저래서 좋고 그것은 내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손에서 떠나 며느리들한테 넘어갔으니 내 아들을 사랑해 주는 내 며느리들이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애들도 이 시어미를 그렇게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는 정말 가족이 다 되었다. 일 년 내내 산림 하랴 애들 키우랴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이 살다가 시댁에 오면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우리 주부들 말처럼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며 하루라도 그렇게 쉬어가게 해주고 싶다, 내가 기운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재충전해서 내 아들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에서 편해야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니 우리 여자들이야말로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가정이 편안해야 사회가 편안하고 사회가 편안해야 나라가 편안한 것이라고. 무슨 거창한 구호같지만 우리 여성들의 힘, 아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딸인 우리 여성들이 아니겠는가 싶다. 한 가족을 이끌어 가는 것이 바로 우리 여자들일 것이다. 그것은 ''자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 먹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가족은 곧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가족이 되는 묘약은 사랑일 것이다. 서로 보듬으며 사랑하다 보면 사랑의 묘약으로 시금치도 더 많이 먹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며느리들이 택배의 후기로 달아주는 말,

"어머니 시금치가 너무 맛있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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