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여수 오동도 동백꽃, 그리고 '동박새의 봄'
-동백꽃-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여수 오동도에선 바다와 동백, 그리고 우리의 삶을 볼 수 있다. 동백숲 중간에 서면 여기저기에서 동박새가 운다. 세상 온갖 소음에 더럽혀진 귀가 깨끗해진다. 오동도의 동백은 일반적인 동백보다 작고 촘촘하게 피는 게 특징이다.
동백꽃에는 많은 사연과 의미가 있다.
박노해 시인의 말대로 동백꽃은 세 번 피는 게 맞다. 푸른 나무 위에서 피고, 떨어진 후에는 땅에서 한 번 더 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동백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가슴에 붉게 다시 핀다.
동백꽃은 한송이가 뭉텅이로 툭 하고 떨어진다. 비가 오는 날엔 사방에서 동백꽃이 '툭툭' 하고 묵직하게 떨어지는 소리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꽃들은 질 때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데에 반해 동백꽃은 꽃봉오리가 통째로 떨어진다. 그래서 노인들의 방에는 두지 말라고 한다. 어느 날 툭 하고 떨어지는 꽃봉오리를 보면 갑작스런 죽음을 연상하기 때문이란다.
동백꽃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수 오동도에 가보자. 그곳엔 겨울과 봄이 있다.
김종호 기자 정은지 기자 newstop22@dbl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