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흙먼지가 풀풀 날리던 황톳길 위에 우뚝 솟은 사원들

그 곳의 바람 속에 흙 내음, 강열한 햇볕에

나를 낱낱이 드러내 놓으면 씨엠립의 자연과 천년을 견뎌온 돌들이

반겨주리란 근거 없는 믿음이 나를 설레게 했다.



천년 세월을 느끼게 하는 석조물들,

석탑 사이로 천년 이끼가 세월의 시간을 말해 주려 한다.

그들의 삶과 종교는 돌로 쌓아 올린 성벽과 문,

회랑의 빼곡한 부조로 남아 있었고 유려한 곡선의

압살라 무희와 수십개의 머리를 가진 신상,

사실적으로 묘사된 백성들의 삶이 있었기에

사진으로도, 그림으로도 담아둘 수 없는

오랜 세월과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 곳의 또 다른 자연,

톤레샵 호수의 황토색 물빛과

검붉은 빛 피부를 가진 호숫가의 사람들의 삶들 사이로

비치는 강열한 햇살이 한참동안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하였다.

작고 작은 손에 한 아름의 기념품을 안고

“원달러”를 외치며 우르르 소나기처럼 쏟아져 걸음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햇살보다 따갑게 눈에 들어와 박힌다.

툭툭이 운전사들은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한 태양을 견디고 있었다.

자연 속에 묻혀있는 그 곳의 조화를 깨는 유일한 풍경은

커다란 가방을 끌며 씨엠립을 배회하는 여행객들의 행열이었다.

천년의 풍경을 기억한다.

해맑고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나라...

그 거대한 돌조각 어느 구석에 내 마음을 내려놓고

짧은 시간동안 천년세월의 흐름속에 머무를 수 있도록 잡아 두고 싶다.



전주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초대작가 박 진 희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