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93일간의 대장정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그 동안 우리지역에서는 10년 이상을 준비한 박람회로 인하여 다른 의제나 논의는 쉽지 않았다. 여수는 지금껏 모든 것이 박람회로 귀결되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시시비비도 가르지 않고 성공적 박람회 개최라는 블랙홀에 빠져 있었다.

박람회이후 그동안 숨죽였던 이런저런 문제점과 의견이 분출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박람회 후유증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낌새(?)로 인하여 여수시에서는 ‘세계 4대 미항’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별로 좋은 발상은 아닌듯 하다. 더 이상 과장광고나 시민을 우롱하는 선전 구호에 여수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말이 나왔으니, ‘세계 4대 미항’의 허구성에 대해 언급해보자. 보통적으로 세계 3대 미항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호주 ‘시드니’를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3대 미항’의 결정 조건은 무엇이고, 누가 정한 것일까? 예를 들어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와 같이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에서 결정하느냐를 묻는 것이다.

‘세계 4대 미항’의 결정조건과 지정을 누가 어디서 하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세계 3대 미항의 조건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신빙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소개하면, 첫째, 수심이 깊고, 암초가 없어서 큰 배가 정박하기 좋아야 한다. 둘째, 파도가 높지 않아야 된다.

셋째, 항구에서 바라본 바다가 아니라 선상에서 바라본 항구가 아름다워야 한다. 즉 세계 3대 미항의 조건은 관광객을 위한 조건 아니라 뱃사람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조건을 미항의 조건으로 정했다.

그런데 ‘세계 3대 미항’을 결정한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몇몇 전문가와 기자 그리고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까지 문의를 했으나 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누가 ‘세계 4대 미항’을 결정하는 것인가? 여수시가 내세우고 있는 환태평양도시발전협의회(PRCUD)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어떤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그런데 여수시는 대단한 단체가 참여하여 ‘세계 4대 미항’ 선포식을 한다고 난리법석이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행정력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N7W)라는 민간단체에 농락당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하여 제주도는 지금도 시끄럽다. 시끄러울 정도가 아니라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범도민추진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제주도 사례는 여수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수시는 10년 이상을 ‘박람회’ 하나에 매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수시장은 박람회를 앞두고 몇 차례 중국과 일본 등 해외 다니기에 바빴다. 오로지 박람회 성공적 개최라고 했다. 그러나 여수시장의 외출 횟수와 예산에 비하여, 얻은 이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 대단위 관광객이 박람회가 개최만 되면 여수공항에 착륙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본에서 크루즈가 수시로 들고날 것이라고 했지만 몇 번이나 크루즈 부두는 이용되었던가.

박람회로 인하여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너무나 컸던 시민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비분강개(悲憤慷慨)하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때문이었을까. 일부 음식점의 터무니없는 밥값 때문이었을까.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였을까?

여수시와 박람회 조직위는 생산유발효과가 12조 2천억 원, 부가가치 5조 7천억 원, 고용인원 7만 9천명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외부 차량으로 인하여 여수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가 마비될 것임으로 승용차는 여수시내권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난리법석이었다. 평일 10~12만 명, 주말이면 2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금에 와서는 무엇이라고 말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런 허무맹랑한 발표만 믿고 웅천엑스포터미널이나 돌산 환승주차장에 투자한 상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여수시장은 현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적이 있는가. 모든 책임이 여수시와 박람회 조직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수시와 박람회 조직위의 말만 믿고 투자한 상인들의 하소연이라도 들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부터 여수시장은 민생을 챙기는 행정을 했으면 한다. 현장중심의 행정을 하여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의 권리가 존중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껏 오로지 박람회를 위한 행정이었지 않는가. 요란한 홍보성에 치적중심 행정이었지 않는가. 시장의 목소리만 존재한 행정이었지 않는가. 시민의 권리보다는 보여주기 행정에 급급했지 않는가.

이제 한 템포 쉬어갔으면 한다. 박람회로 인한 피로 누적도 적지 않다.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분히 복기도 필요하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들고 나와 또 다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정은 결코 좋은 행정이 아니다. 결코 좋은 시장이라고도 할 수 없다. 박람회를 이유로 밀어붙였던 잘못된 행정이 있었다면,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 4대 미항’ 프로젝트는 시민들과 차분히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진행해도 전혀 늦지 않을 사업이다. 정도전은 “민중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다”고 했다. 여수시장이 잘 새겨 볼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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