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택시… 불친절한 여수 인식 심어

택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신호위반, 과속, 특유의 찌든 냄새, 기사의 무뚝뚝함….
택시는 기사와 손님이 공유하는 작지만 특별한 공간이다. 역이나 터미널에서 내린 외지인들의 첫 교통수단은 대부분 택시다. 외지인은 택시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기사가 쓰는 말투, 태도, 운전습관은 고스란히 여수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택시를 타면 먼저 인사를 해도 대꾸도 하지 않는 기사가 많아요. 오히려 무안해지죠. 행선지를 말해줘도 대답도 안하고 바로 출발해요. 제대로 가고 있는지, 빙빙 돌아서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할 때가 종종 있어요. 표정까지 잔뜩 굳어 있으니 다시 말하기도 불편할 때가 있어요.”
그나마 여수 지리를 잘 아는 손님이면 다행이다. 하지만 외지인이라면 행선지에 대한 의사소통 없이 바로 출발한다면 도착할 때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이면서 작은 배려지만 지키지 않는 기사들이 뜻밖에 많다.

▲ 2011년 10월 박람회 홍보와 엑스포 4대 시민운동 실천을 위한 캠페인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기사, 불안한 손님
운전이 능숙한 것은 좋다. 하지만 너무 능숙한 나머지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손님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내비게이션에 드라마, 뉴스를 틀어놓고 보면서 운전하는 경우도 봤어요.”

“택시를 탈 때부터 전화 통화를 계속하는 기사도 있어요. 내용인 즉 저녁에 친구들과의 모임에 대한 약속이었는데 급하거나 중요한건 아닌 것 같았는데 불안하죠. 운전 중이니까 끊고 내리면 다시 하면 되잖아요.”

손님에게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 못지않게 편하게 가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데 신경 쓰면서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기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기는 어렵다.

◆ 택시는 기사만의 공간?
“택시를 탔는데 ‘여수가 과거 밀수로 유명한 도시였다’, ‘박람회 기간 동안 시내버스가 무료이다 보니 택시 이용률이 줄었다는 둥’ 여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면서 여수시를 막 비난하더라고요. 또, 박람회 개최 이후 오히려 지역경제가 침체됐다며 조직위를 심하게 비난하고요. 사실 여수시민이 아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차라리 버스를 탈 걸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도로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아주 거칠게 욕을 하는 기사도 있어요. 꼭 제가 욕을 듣는 것처럼 굉장히 불편하지요. 특히 여성 운전자에 대해 차마 듣기 힘든 욕까지 하더라고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멀미를 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타기 전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놨더군요. 택시가 줄지어 있어 순서대로 탈 수 밖에 없어 그 택시를 타긴 했는데 가는 내내 불편했어요.”

“아직도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욕하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기사도 있어요.”
택시 기사와 손님이 생각이 잘 맞아 목적지까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이를 배려하는 것은 전적으로 택시 기사 몫이다.

◆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불만
“잔돈을 줄 때 침을 묻혀서 주시는 기사도 있어요.”

청결하지 않은 택시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 “택시 특유의 찌든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다 심지어 반바지에 모자를 쓰고 있는 기사도 있습니다.”

“손님이 미터기에 찍힌 요금을 보고 지급하면 그만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난처했어요. 목적지에 도착하고 차가 멈추는 순간 요금이 바뀐 거예요. 도착했을 때는 3500원이었는데 지갑을 여는 순간 3600원이 된 겁니다. 이럴 때 3500원을 내는 게 맞을까요, 3600원을 내는 게 맞을까요. 4000원을 냈다면 500원을 받아야 하나요, 400원을 받아야 하나요.”

이럴 때는 기사가 먼저 “3500원 나왔습니다”라고 한다면 손님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적은 잔돈 같으면 받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3500원을 계산하겠다고 생각한 손님이 3600원을 계산해야 한다면 괜히 기분 나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요금이 3900원 나와 4000원 줬어요. 그런데 거스름돈 100원을 내주지 않는 거에요. 100원을 달랬더니 오히려 뭐 이런 것까지 받냐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나 “적은 잔돈은 받지 않는 기사도 많더라고요. 그럴 때는 고맙다고 얘기하죠. 고작 100~200원이지만 기분이 달라요.”

“밤에 문수주택단지는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짜증을 냅니다. 택시를 탄 내가 많이 미안해지죠. 누가 잘못인지 모르겠어요.”

◆ 택시는 기사 공간? 손님 공간?
기본이 안 된 손님도 많다. 금연이라는데 기어이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 막말하는 사람, 술주정 부리는 사람. 그런 사람을 대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이 겪는 고생 역시 불친절한 기사 못지않게 크다. 기사의 친절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풀다 보니 기사 중심으로 풀 수밖에 없다. 택시는 기사와 손님 모두의 공간이다. 기사에게는 온종일 붙어서 일하는 현장이며, 손님 역시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소유하는 공간이다.

◆ 택시에 대한 인상은 그 지역에 대한 인상 공간?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든다. 신호 위반은 예사다.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 길 한쪽으로 비켜서 차량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뒤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 급정거하기도 한다.”

택시는 가장 빨리, 그리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수단이다. 택시 기사는 외지인에게 낯선 지역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안내원이기도 하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때로는 경찰차나 응급차보다 가까이서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반자기이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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