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수가 조금 어수선합니다. 76억원의 공무원 비리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람회를 끝내고 나서 희망에 부풀어야 할 도시가 지금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럼에도 어지러운 이 도시에 구심점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우리 공무원들에게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모두가 힘들어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공무원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가 공무원에 의해서 비롯된 사건이니 공무원들이 결자해지 하는 마음으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어느 공무원을 만났더니 요즘 얼굴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 심정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힘을 내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그 어느 집단보다도 크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사무관 공무원 한명이 웬만한 시민단체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이 크게 과장된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수에 어느 기업가가 투자를 하기 위해 공무원을 찾아왔다고 합시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가만히 앉아서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하고 뺑뺑이를 돌리면 그 사람이 여수에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아마도 “뭐 이래?” 할 것입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고맙다면서, 가만히 앉아 계시라 하면서, 손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처리를 도맡아 처리해주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그것이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지역에 돌려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전자도 있었고, 후자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사례는 또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 공원 하나를 조성하고 건물 하나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의 예술적 감각에 따라 성냥갑 같은 단조로운 건물이 들어설 수도 있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멋스러운 건물이 들어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무원의 잘 된 결정에 의해서 주변이 살고, 도시가 살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의 잘못된 결정에 의해서 수백억 원의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은 세상을 바꾸는 ‘권력’입니다. 그 권력은 세상을 좋게도 나쁘게도 바꿀 수 있는 권력이겠지요.

그러나 공무원에게 주어진 이 권력은 사적 권력이 아닌 공적 권력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적 권력은 개인의 재량권이 일정 부분 허용되는 권력이지만, 공적 권력은 오롯이 주민과 도시와 국가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적 권력을 행사할 때는 경제적 이해와 득실의 관점에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관점, 정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가치 있는 일인가 아닌가 하는 기준에서도 사업을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민심이 어수선하지요? 그런데 민심이나 여론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상식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그냥 일반인들의 보통 상식수준이 여론이고 민심이라 할 것입니다. 이럴 때 시장이 전체 공무원들과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공직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 계급장 떼고 허심탄회하게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다 할 것입니다.

공직자는 공복으로 최선을 다하되, 때로는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신의 선두에 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그러한 공직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지요? 아직도 상명하복이라는 공무원 특유의 습성에 젖어있는 분들이 많고, 승진과 처우의 맹목적 인질로 공직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쩌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일 것입니다.

공무원은 세상의 변화를 가능케 하는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권한을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공직자가 아직도 있다면, 우리 여수는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석대 같은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직업군 중에 하나가 공무원입니다. 초등학생 대다수가 커서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지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세상은 여전히 업종 구분 없이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아직 비정규직은 수백만이고, 청년실업은 끝도 없고, 40대 후반이 되면 명퇴를 고민해야 하는 업종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세상에 국가가 공무원들에게 정년을 보장하고 신분을 보장하는 까닭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세상의 불합리를 공정하게 바꿔가면서 공적 책무를 다하라는 요청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는 여수시 공무원들이 되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공무원들이 먼저 분골쇄신의 마음이 없으면 여수시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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