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여수시민들은 벌써 10년이 넘도록 세계박람회 하나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런데 세계박람회 계획이 확정 발표된 지금 여수시민들은 심리적 공황상태다.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이곳 저곳에서 적지않은 파열음이 들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여수시 전체가 이제는 좀 더 차분해 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경북 포항 지역의 내년도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정부안 대비 예산 증액분이 1000억원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소식은 세계박람회 예산 3500억원이 삭감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묘한 여운을 남긴다.

포항시는 내년도에 포항시에 지원된 국가예산이 올해보다 2099억원이 증액된 4373억원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2배 가까이 증액된 수치다. 포항은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의원의 지역구일뿐만 아니라 SOC 예산을 관장하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인 이병석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국가적인 행사임에도 예산타령을 늘어놓으며 예산 삭감에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고향마을에 예산 퍼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세계박람회를 위해 수 조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입에 발린 소리들을 한다.
그러면서 항상 서두에 들먹이는 것이 2조 4천억이 들어가는 전주-광양간 고속도로와 1조 9천억이 들어가는 목포-광양간 고속도로다.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이 고속도로들은 세계박람회 유치가 확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업들이다.

다시 말하면 그러한 공사들은 세계박람회가 유치되었다고 진행된 사업이 아니라 세계박람회와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었던 사업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마치 세계박람회를 위해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양 떠벌이는 것은 정치인들의 치졸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세계박람회 유치가 확정된 이후 그 고속도로들이 여수까지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거나, 세계박람회를 위해 여수공항이 확장된다는 얘기가 있었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변한 것은 아직 없다.

여수-순천 자동차 전용도로와 여수산단 진입도로 또한 세계박람회 유치가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거나 착공이 되었던 사업들이다.

세계박람회가 없었어도 어차피 진행되었을 사업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결국 세계박람회 유치가 확정되고 나서 추가된 SOC사업이 무엇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30만 여수시민들은 그 추가된 그 무엇을 위해 10여년 동안 도시발전을 위해 써야 할 상당부분의 예산들을 박람회 유치를 위해 사용해 왔다.
그 10년 동안 여수의 발전은 말 그대로 답보상태였다. 모든 예산은 세계박람회만 들이대면 거침없이 통과되었다. 그것에 반대하면 마치 역적으로 몰리는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냉정하게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10년 동안 그렇게 속고 살았으면 됐지 앞으로 또 몇 년 동안이나 더 속고 살아야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 볼 때가 되었다.

3개월 동안 개최되는 박람회를 끝내고 나면 여수에 무엇이 남는가. 우리는 그 3개월을 통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됐다.

무조건 "좋아질 것이다"고 말만 하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 놓아보라고 시민들은 지금 묻고 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세계박람회 유치를 축하한다고 불꽃놀이에 5억원, 시민한마음잔치며 가수초청 행사며, 갖은 행사 명목으로 수억원이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예산도 결국 도시발전을 위해 써야할 예산이 세계박람회라는 이름으로 하루밤에 허공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들이다.
오늘 하루만 해도 이러한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예산들이 세계박람회라는 이름을 빙자해 사용되었는지 제대로 아는 시민은 없다.

또 2012년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예산들이 세계박람회 이름으로 사용되어질지 아는 시민도 없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여수시장을 비롯한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가을밤의 폭죽을 보고 웃고 즐길 때, 1,200명의 공부방 아이들은 지금 이시간 저녁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

하룻밤에 폭죽으로 수억원을 날릴 예산은 있어도 1200명의 아이들 저녁밥 먹일 예산은 없다고 한다. 내년에도 아이들은 저녁끼니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들의 발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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