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지방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시장이 되겠다고 손을 들고 나선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어림잡아 열 명도 넘어 보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습니다. “후보들 중에서 누가 제일 유리해요?” 아니면 “누구를 찍어야 되요?” 글쎄요. 제가 점쟁이도 아닌데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는 당부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를 보시라고. 그러면 그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보일 것 아니겠냐고. 왜냐하면 사람이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기에 바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되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행대로 하면 시장이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공천을 받던지, 새로 준비하는 안철수당의 공천을 받던지,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지역 정서상 열외가 되겠지요.

그런데 참 요상한 것은 능력이나 자질이 일천해도 정당의 줄서기를 잘하면 목적달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제도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방선거만은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지역일꾼들마저 낙하산 타고, 동아줄 타고, 화장으로 본 얼굴을 가린 채 정당의 힘을 얻어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누구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누구는 안철수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런데 제발 당부 드리건대 사람을 보고 뽑아야지 정당을 보고 지도자를 뽑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습니다.

도시의 아름다운 발전을 위해서는 지휘 감독자의 탁월한 식견과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개인의 아집과 독선에 의해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이 되면 그것은 두고두고 도시의 불행이 되겠지요.

시장을 해보겠다는 많은 분들이 도와달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 “시장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시정의 청사진을 한번 내놓아보라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질문에 뚜렷하고 명확한 답을 내놓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더 공부하겠다는 말들은 많이 합니다만.

결국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지명도를 가지고 시장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닌데 말입니다.

지방선거의 공약은 후보마다 도토리 키 재기를 하듯 중복 아니면 엇비슷하거나 고만고만한 공약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분은 교육과 복지에 힘쓰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요?”하고 물으면 말을 얼버무립니다.

우리 시민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훨씬 더 구체적인 대답을 원하는데 말입니다. 시민들이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지역에 어떤 아픔이 있고 어느 분야가 아킬레스건인지 정확히 알고서 시장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리더가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우선은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난립하는 후보자를 선별하기 어렵거든 지금까지 후보자가 살아온 삶 속에 어떤 감동이 스며들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사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불편한 얘기를 듣고 사는 사람이, 살아오면서 남에게 제대로 된 감동 한 번 줘 본 적이 없던 사람이 시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사람이 시민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겠습니까.

오래 전에 어떤 가전제품 회사에서 신제품을 선전하면서 이런 광고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가전제품 하나를 사면 대략 10년을 쓰는데 가전제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대충 고르지 말고 신중하게 고르라는 광고였습니다.

정말로 우리 인생에서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두고두고 고생하고 후회한 것도 있고, 반대로 한 번의 올바른 선택으로 오랫동안 편안하고 행복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시의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시민들의 혀를 끌끌 차게 하는 후보자들이 아니라 지역의 현안을 꿰뚫어보고 새로운 비전을 창출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후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로 하여금 이 도시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은 도시의 얼굴인데 평소에 욕 얻어먹고 산 사람을 도시의 간판으로 내세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현재까지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열 명도 넘는데 앞으로 선거판이 무르익으면 20명도 넘을 것 같습니다. 우리 도시가 일꾼이 참 많은 도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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